PCR 검사 등 출입국 규제 강화…싱가포르 트래블 버블 사실상 일시 중단, 항공편 축소·연기
방대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11개국발 단기체류 외국인 입국자의 입국금지 조치도 2월 3일까지 한 차례 더 연장했다. 대상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모잠비크, 레소토, 말라위,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가나, 잠비아 등이다.
국내 입국 시에 제출해야 하는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확인서의 기준도 강화됐다. 발급일 기준으로 적용됐던 음성확인서가 검사일 기준으로 바뀐 것으로 ‘발급일 기준 72시간’에서 ‘검사일 기준 72시간’으로 변경됐다. PCR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보통 하루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국 시 필요한 72시간 내의 PCR 음성확인서를 받기 위해선 이동거리에 따라 PCR 검사 시기도 잘 맞춰야 한다. 이 조치는 1월 13일부터 적용된다. 또 해외 입국자는 입국 전 72시간 내 1회, 입국 후 1일 차에 1회, 격리 해제 전 1회 등 총 3번의 PCR 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싱가포르와의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도 사실상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방대본이 싱가포르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직항 항공권 신규 판매를 일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판매 중단은 1월 20일 24시까지 지속된다. 단 이미 예약한 항공권을 이용해 싱가포르에서 국내로 들어온 경우 격리면제는 유지된다. 2021년 12월 29일 이후 발권부터는 입국 후 10일 격리에 동의하는 승객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싱가포르 역시 한국발 항공편의 신규 판매를 1월 20일까지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잠시 훈풍을 탔던 괌, 태국, 하와이, 일본 등의 노선을 축소하거나 재개 시점을 연기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월부터 인천-오사카 노선과 인천-나고야 노선을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였고, 인천-도쿄 노선도 운항을 축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일본 노선을 축소했다.
해외여행 심리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티웨이항공은 트래블 버블 체결지역인 사이판으로 가는 노선마저 1월 7일부로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이판의 경우 트래블 버블은 아직 유지되고 있어 사이판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는 자가격리 10일이 면제되긴 하지만 한국-사이판 운항 항공편 좌석 점유율을 70% 이하로 제한하는 등 방역을 좀 더 강화됐다.
사이판과 더불어 예약률이 높았던 괌 노선 역시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제주항공,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이 노선을 중단하거나 재개를 연기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홍콩 노선도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태국의 무격리 입국제도가 중단되면서 LCC(저비용항공사)들의 태국 노선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제주항공은 2021년 말부터 주 4회 일정으로 재개하려던 인천-방콕 노선의 재개를 1월 29일 이후로 연기했고 인천-치앙마이 노선은 취소했다. 진에어도 인천-방콕 노선 재개를 설 연휴 이후로 연기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격리 없이 국경을 개방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1월 골프여행 상품을 모객하던 여행사들의 전세기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전세기를 준비하고 있던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된 거의 모든 고객들이 2월 3일 이후로 일정을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있다. 부스터샷을 맞은 사람에게만이라도 격리일을 줄여주면 최소한의 모객이라도 가능할 텐데 무조건 10일 격리라고 못 박으니 답답하다”며 “백신 유무나 여행지역 상황에 따라 격리일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전염이 증상 발현 전후 5일 동안 발생한다는 데이터에 따라 감염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였다.
해외 입국자의 10일 의무 자가격리 조치는 해외 여행길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던 접종완료자 격리면제 조치가 중단되면서 해외여행 예약은 급격히 줄거나 취소됐고 여행업계도 다시 위축됐다. 전 직원 출근을 감행했던 업계 1위 하나투어 등 대형 여행사는 물론이고 중소여행사들도 다시 위기에 처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10일 자가격리가 2월 3일까지 연장되면서 당분간 영업이 아예 불가능해졌다. 10일 격리를 감수하고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어서 동남아 휴양지로 가는 동계 시즌 전세기도 대부분 취소됐다”며 “연장된 기간이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2일을 넘기면서 설 특수도 사라졌다. 직원들도 많은 수가 다시 복귀해서 일하고 있는 상태인데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행사는 매출인 줄어든 소상공인에 지급되는 정부지원금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상황이 더 어렵다”고 전했다.
2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여행업계는 말 그대로 아사 직전이다. 코로나19 상황과 오미크론 변이가 안정권에 접어들어 자가격리 조치가 2월 이후 해제된다고 해도 항공 노선이 재개되고 고객의 여행 심리가 다시 살아나 예약이 들어오기까지는 최소 한두 달, 길게는 서너 달이 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분기를 넘어 상반기까지도 여행업계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