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나위 수비 부담 줄이고 공격적 배치…전 소속팀 대전과 맞대결 가장 기대된다”
#30여 년 만에 돌아온 안산, 재미 있는 경기가 최우선
울산에서 프로 감독으로서 첫 경험을 한 조민국 감독은 이후 청주대에서 선수들을 육성하다 대전 전력강화실장으로 부임, 일부 기간 감독대행까지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실 감독이라는 일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대전에 가면서 지도자로선 마무리를 짓고 행정 일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며 "행정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안산에서 좋은 기회가 생겼고 팀을 맡게 됐다. 이제는 지도자로서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간의 지도자 생활 중 가장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안산은 김정우, 신화용 등 스타 플레이어 출신 코치를 선임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정우는 K리그는 물론 해외 무대와 국가대표로 월드컵까지 경험한 바 있고 신화용 또한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골키퍼였다. 이에 조 감독은 "밖에서는 '큰 사람'들을 뽑았다고 하는데 코치들이 걸출한 스타였던 것은 맞지만 지도자로선 초보들이다"며 "본인들도 부담이 있을 것이다. 나와 서로 도와가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가장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라며 웃었다.
조민국 감독의 개인사적으로도 이번 안산행에는 특별함이 있다. 경기도 안산시는 그가 결혼 이후 첫 집을 장만한 도시다. 그는 "결혼 이후 1988년에 안산에 전원주택을 구매하면서 왔다. 그때 서울에 집을 사야 했는데(웃음). 농담이고, 그래서 안산에 좋은 추억들이 너무 많다. 우리 딸 돌잔치도 안산에서 했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돌아왔는데 다시 한 번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안산에서 또 다른 좋은 추억은 '좋은 경기력'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경기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안산 시장님, 구단 대표님, 단장님, 직원들 모두 경기력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나 또한 크게 와닿았고 내가 팀을 이끄는 스타일과도 맞다"고 설명했다.
조민국 감독은 경기력을 갖춘다면 구단이 원하는 다른 효과도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경기력이 올라오면 당연히 승률도 따라온다고 믿는다. 팬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팬들이 많이 찾는 경기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절반만 성공한 지도자"
조민국 감독은 스스로에 대해 "나는 절반만 성공한 감독"이라고 이야기했다. 고려대, 현대미포조선, 청주대 등을 이끌며 크고 작은 대회에서 20여 회 이상 우승을 경험한 그의 경력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평가다. 그는 “고려대나 미포조선 같은 팀을 맡으면 누구나 우승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웃으며 "나도 처음엔 성공한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빨리 깨달았다.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때로는 맹장이 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독한 마음을 먹어도 성격상 그게 하루도 안 가더라. 결국은 내 스타일대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선수에게 일방적이지 않은 소통이 되는 감독이 되려고 지금도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베테랑 지도자로서 '우승만 좇아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오직 성적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이 생긴다는 의미였다.
"그동안 나를 돌아봤을 때 우승만 위해 달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 성격과 맞지도 않는다. 우승만 바라본다면 선수나 감독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젊은 지도자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우승도 좋지만 선수를 믿고 구단에 믿음을 줘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선수를 가르치려 드는 지도자가 정답이 아니다. 나는 그동안 내가 가르친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민국 감독이 생각하는 아스나위 활용법
조민국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안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은 인도네시아 출신 아스나위다. 인구 3억 명에 육박하는 대국 인도네시아의 절대적인 응원을 받는 아스나위의 존재 덕에 안산 구단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아스나위는 최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스즈키컵(동남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 나서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안산 팬들도 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런 아스나위에게 조민국 감독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구단 직원들과 함께 아스나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내가 안산 감독으로 있는 동안, 아스나위가 우리 팀에 있는 동안은 측면 수비수는 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아스나위는 하프라인을 넘어가서도 힘이 있는 선수, 공격적 재능이 충분한 선수다. 수비 포지션에서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사소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실수 때문에 의기소침해지기보다 공격에서 개인 능력을 발휘하며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이 같은 조 감독의 결정에는 짧게나마 해외 생활을 해봤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아스나위는 아직 어린 선수(1999년생)다. 작은 실수에도 위축될 수 있다"며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뛰며 공격 포인트를 쌓는다면 더 자신감이 붙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과의 인터뷰 이후(6일) 안산 구단은 아스나위와 계약 연장을 공식 발표했다.
조민국 감독은 아스나위의 성장 외에 다가오는 시즌 안산에서 또 다른 목표로 숫자 '7'을 꼽았다. 그는 "지도자의 역량으로 팀이 변화할 수 있는 숫자를 7이라고 본다"며 "지난해보다 7골을 덜 먹고 7골을 더 넣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 골득실에서 14점이 올라간다. 지난해 우리 팀 순위가 7위였는데 골득실 14점이 올라가면 5위 정도는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조 감독이 말한 5위는 플레이오프에 참가할 수 있는 순위다.
정식 감독으로서 처음 참가하는 K리그2에서 맞대결에 가장 기대되는 팀으로는 주저 없이 대전을 지목했다. 그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않나(웃음). 미묘한 부분이 있다"며 "비시즌 기간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팀이다. 한 번은 강하게 부딪혀서 재밌는 경기를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맞수로 점찍은 대전은 K리그2 내 부자 구단으로 꼽힌다. 반면 안산은 규모 면에서 리그 최하단부에 위치하는 구단이다. 조 감독은 "지난 시즌 선수단 연봉 자료를 보니 대전이 안산보다 선수단 연봉에 3배가 넘는 금액을 쓰더라. 그래도 축구는 똑같이 11명이 하는 경기 아닌가. 재밌는 그림 만들어 보겠다"며 웃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