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 기간 보완책 미흡…지자체 “다양한 보완책 연구 중”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영하는 까닭
수도권에 ‘현금 없는 버스’가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2개 노선, 버스 171대를 대상으로 현금 승차 폐지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로 시범 운영 노선을 4개, 버스 대수는 418대까지 늘렸다. 인천시도 오는 1월 10일부터 6월까지 2개 노선, 버스 35대에 현금 승차를 폐지한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6월까지 시범 운영 뒤 보완점을 논의하고,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에 지자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현금 승차에 단점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전체 탑승객의 5%였던 현금 승차객이 2020년 0.8%까지 줄었다. 인천시도 2020년 현금 탑승객 비율이 2.6%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반면 '현금 승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20년 서울시 시내버스는 현금 승차 유지·관리비에 20억 원을 썼고, 인천시 시내버스는 매년 평균 3억 6000만 원을 투입했다. 서울시는 현금 계수에 들어가는 별도 인건비 등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인천시는 자동화 현금 계수 시스템을 도입했어도 오작동이 잦아 유지비에 예산이 많이 쓰인다는 입장을 보인다. 무거운 현금통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 거스름돈 지급 과정에서 늘어나는 배차 간격 등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유지·관리 비용이 있고, 현금 화물 운반 과정에서 기사님들이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돈을 거슬러 줄 때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도 있다”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노조에서도 (현금 승차 폐지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020년 8월 서울시에 현금 승차 폐지를 공식 건의한 바 있다.
현금 승차를 폐지하면 현금 승차를 원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불편하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시범 운영 기간 중 현금 없는 버스에 탑승한 현금 이용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뒀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QR코드로 모바일 교통카드 발급 및 결제 △어르신 등 모바일 이용 미숙자에게 시범 기간 동안 요금계좌 안내문 배부 △현금 대체 결제 수단 홍보를 내세웠고 인천시는 △QR코드로 모바일 교통카드 발급 및 결제 △차량 내 교통카드 판매 △ARS 통신 과금을 예로 들었다.
#보완책 마련했으나 허점은 남아있어
그러나 이 같은 보완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모바일과 디지털에 취약한 계층에는 서울시와 인천시의 보완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현금 이용자 중 일반이 45.9%, 청소년이 33.9%, 어르신이 12.7%, 어린이가 7.4%다.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인천 시내버스 현금 이용자 중 일반이 91.58%, 청소년이 6.33%, 어린이가 2.08%다. 노인 통계는 따로 없다.
특히 어린이들은 휴대폰이 없는 경우가 많아 모바일 교통카드 이용·ARS 과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인천 시내버스 어린이 탑승객 중 73.13%가 현금을 이용했다. 한우진 교통평론가는 “어린이용 교통카드가 있지만 이용률이 낮다”며 “시에서 어린이용 교통카드에 대해 집중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학교 등을 통해 교육 및 이벤트를 진행해 교통카드 이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취약계층 가운데 어린이가 현금 탑승을 많이 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어서 홍보활동을 강화했다”며 “현금 승차 폐지 시범 운영 노선에 걸쳐 있는 학교에 공무원을 보내 설명했고, 교육청 및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시범 운영 기간 어떤 문제점이 나오는지 면밀히 검토해서 추후 전면 도입시 참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노인들은 대체로 교통카드를 꼼꼼히 챙기기 때문에 현금 승차 폐지에 큰 걱정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교통카드 분실시 발이 묶일 것을 걱정했다.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 인근에서 만난 80대 시민은 “나라에서 나온 노인 교통카드로 버스를 이용해 현금을 안 받아도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교통카드를 잃어버리면 버스로 오가는 게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하며 현금 승차 폐지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보완책 외에 추가적인 대안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범 운영이 끝나고도 현금 승차 폐지를 유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용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