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대량 매입 드러나, 증여 부동산은 몰수보전 조치…오스템 “회장 개입 주장 명백한 허위”
1월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 10분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등을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아무개 씨(45)를 경기도 파주시 목동동의 한 건물에서 체포했다. 이 씨가 잠적 직전 아내에게 증여한 것으로 밝혀진 그 건물이다. 이 씨는 아내와 실거주했던 4층이 아닌 세입자가 살다가 나간 3층의 빈 집에 은신해 있다가 경찰 수색 과정에 체포됐다.
은신처에서는 1kg짜리 금괴 497여 개, 300억 원어치가 발견돼 경찰이 압수했다. 경찰은 이 씨가 2021년 12월 주식을 판 돈으로 금괴 총 851kg, 약 680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 10월 1일 ‘파주 슈퍼개미’로서 갖고 있던 동진쎄미캠 주식 55만 주의 매도금 252억 원도 계좌에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씨의 주식계좌를 확인하고 동결 조처했다.
이 씨는 2021년 12월 초 경기도 파주시에 건물을 아내와 여동생, 그리고 처제 부부에게 각 1채씩 총 3채를 증여했다. 12월 30일 잠적을 앞두고는 건물에 대한 대출금 4억 300만 원을 상환했다. 경찰은 해당 건물에 범행 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소 전 몰수보전은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횡령을 한 이후 증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 자체가 허위가 될 수 있는 가장 양도 여부를 따져 증여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금액은 금괴와 주식까지 550억 원 정도다. 법조계에서는 금괴와 주식 등 자금 흐름이 비교적 명확히 밝혀진 돈의 경우 그 출처가 횡령액이라는 사실만 밝혀진다면 최대 900억 원까지는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경찰은 남은 횡령액을 찾기 위해 이 씨의 범행 전후 행적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 씨 측은 단독범행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 씨의 변호인은 6일 SBS 인터뷰에서 “횡령 자금의 규모를 결정하고 금괴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의심된다.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회장을 독대해 지시를 받은 적이 있고 회장에게 금괴의 절반가량을 건넸다고 이 씨가 말했다”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는 7일 입장문을 내고 “당사 회장과 관련해 횡령 직원이 진술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이는 빼돌린 금괴의 은닉과 수사 교란을 목적으로 한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허위사실을 진술한 횡령 직원과 그의 변호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윗선 개입에 대해서 선을 그었지만 내부 회계 시스템을 둘러싼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직원 한 명이 시가총액 2조 원의 상장사 자본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는 말이 되는 까닭이다. 통상 내부회계관리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라면 자금·인출·기록 담당자가 각각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오스템임플란트는 사실상 재무팀장이 위 업무를 모두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