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률 50% 이상 상승’ 4~5성급 호텔 인기 반면 외국인 중심 강북권 비즈니스호텔은 고전
#특급호텔에서 프라이빗하게
국내 숙박 예약 점유율 1위인 야놀자는 “2021년 야놀자의 4~5성급 특급호텔 예약건수가 2020년 대비 54%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초와 비교하면 12월 특급호텔 예약률은 111% 성장했다. 5성급 호텔은 이보다 더 높은 135%의 상승률을 보였다.
호텔업계는 여름 휴가철인 8월 이후부터 꾸준한 예약률 상승세가 이어지다가 11월 숙박대전 행사가 더해지며 코로나 첫 해였던 2020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예약률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2021년 말 정부의 소비쿠폰 사업으로 인해 호텔예약은 더 호황을 맞았다.
국내에 여러 지점이 있는 한 호텔 관계자는 “2020년엔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임시 영업 중단까지 감행했던 곳들이 많았지만, 2021년에는 내국인 유치에 집중한 결과 예약률이 급격히 올랐다”며 “2020년 4분기 대비 2021년 4분기는 예약률이 지점 별로 최소 30%에서 최대 70%까지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 대비 하반기 객실 점유율도 20% 정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고객들로 인해 주말에는 만실을 기록하는 날이 많다”며 “지난 연말연시에 오미크론 변이가 급증해 예약률에 타격이 갈까 우려하기도 했지만 실제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 씨도 “연말연시 술집 등 유흥 시설이 일찍 문을 닫았던 탓에 추운 날씨에 밤늦게까지 친구나 연인과 좀 더 머물기에는 호텔이 더 편하고 안전했다”고 말했다.
호텔 예약은 사적모임 인원 제한에 따라 4인까지 투숙이 가능했지만 방역패스에서는 제외돼 있다. 또 보통 4인 이상 호텔에 머물 때는 방을 따로 잡는다는 점에서도 식당이나 주점과는 달리 사적모임 인원 제한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호텔 내 식당의 경우 일반 식당처럼 방역패스가 적용되지만, 호텔들이 호텔 내 레스토랑과 같은 가격으로 룸서비스나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져 호텔 음식을 룸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고객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비즈니스호텔은 MZ세대에 집중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3~4성급 호텔들의 경우엔 특급호텔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 반나절 호캉스, 30시간 스테이 등 2030세대가 좋아할 만한 상품 구성으로 손님을 끌어 모았다.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따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카페와 식당 등이 일찍 문을 닫고 클럽과 노래방 등 유흥 시설의 영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면서 여가를 위해 호텔을 활용하는 젊은 층이 늘었다.
서울에 사는 20대 직장인 A 씨는 “불금이나 주말에는 종종 친구나 연인과 합리적 가격의 비즈니스급 호텔방을 빌려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며 논다”며 “해외여행을 위해 친구들과 계를 만들어 돈을 적립해 놓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엔 이 돈을 호캉스를 즐기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강화가 시내 호텔 판매에는 오히려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중급 호텔들은 이 기회를 살려 코로나 이전 가격 대비 30% 이상 할인가로 고객을 유혹하기도 했다. 얼리 체크인과 레이트 체크아웃, 기념일 와인 제공, 조식 룸서비스, 주변 관광지 할인권, 카메라 무료 대여 등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외 자유여행 수요였던 2030세대들이 여가를 위해 호텔을 찾는 경우가 더 늘었다.
이런 흐름에 따라 30여 개 판매 채널에 객실을 공급하는 호텔 예약 기업 ‘온다’는 2021년 거래액이 1002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대비 약 25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도 ‘마이리얼호캉스’의 누적 판매 객실 수가 5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호캉스 인기가 지속되자 숙소 가격비교 플랫폼 ‘올스테이’도 객실 타입과 조식 포함 여부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호캉스 패키지’ 메뉴를 신설했다.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던 대형 여행사들도 국내 호텔 및 리조트 판매에 나섰다. 노랑풍선은 최근 홈쇼핑을 통해 제주 호텔을 포함한 제주 에어카텔 상품을 판매했다.
글로벌 호텔들도 국내 호캉스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2022년에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휴양 중심 리조트와 비즈니스호텔 등 신규 호텔 4곳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를 비롯해 ‘AC 호텔 바이 메리어트 서울 강남’이 상반기에 문을 연다.
#호텔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하지만 호텔업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로 못나가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주말 객단가를 올린 특급호텔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명동권 비즈니스호텔들은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코로나 이전보다 더 할인된 가격을 내놓는 등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을 점차 회복하고는 있지만 객실단가가 많이 낮아져 수익은 줄어든 상황이다.
명동권 비즈니스호텔 관계자는 “내국인 손님은 강남권을 선호하는 편이다. 또 명동은 강남에 비해 호텔이 밀집되어 있어서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며 “비즈니스호텔은 호텔 F&B(식음료) 시설도 부족해 객실 가격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급호텔에서도 판매하는 데이유즈(낮 사용 객실)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일반 객실보다 저렴해 반응이 매우 좋다. 하지만 객실 정비비가 1박 상품과 동일하게 발생해 이로 인해 객단가가 하락하기도 한다. 또 다른 매출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90% 이상을 차지했던 명동 중심 비즈니스급 호텔들은 다시 외국인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돼야 코로나 이전 수익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의 특급호텔들은 해외여행 못 가는 대신 제주여행을 선택한 여행객들로 인해 풍선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드림타워의 2021년 12월 호텔 부문 매출액은 115억 원을 기록해 개관 이후 처음으로 월 100억 원을 돌파했다. 11월 대비 22% 증가했다.
호텔업계는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MZ세대를 2022년에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첫 해인 2020년보다는 2021년 상황이 더 나아졌기 때문에 2022년에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 구현될 것으로 보여 매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외여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호캉스는 비용 대비 높은 수준의 경험을 누릴 수 있어 그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