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견주 마음 이용해 돈만 ‘꿀꺽’ 적잖아…전문가 “신고와 전단지 제작·배포가 먼저”
이 말은 자식 같은 반려견을 눈앞에서 놓치고 하루하루를 눈물로 살고 있던 피해자들의 마음을 홀렸다. 실종 반려견을 찾아주겠다며 견주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가로챈 ‘강아지 탐정’을 경찰이 쫓고 있다. 20대 남성 A 씨는 2021년 4월부터 11월까지 SNS(소셜미디어)상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겠다”는 허위글을 올리고 30여 명에게 접근해 4000만여 원을 받아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제보자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실종견을 찾는 글을 보고 먼저 접근한 뒤 자신을 ‘강아지 탐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력과 사례가 적혀있는 블로그 주소를 보내 신뢰감을 형성했다. 개농장 주변 조사와 드론을 이용한 동선 추적 등 ‘민간인은 할 수 없는 방법’을 쓴다고 하는가 하면 “타인의 손을 탄 강아지도 찾을 수 있다”면서 간절한 상황에 놓인 반려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A 씨는 계약금 100만 원을 입금하면 2개월 내에 반려견을 찾아주겠다고 자신했다. 만약 찾지 못하면 전액 환불을 해주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돈을 입금 받은 뒤부터 밥 먹듯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직접 제보자를 방문하겠다고 했던 A 씨는 제보자가 “내일 광주로 와 달라”고 말하자 돌연 “제가 무조건 거기에 간다고 해결이 될 사안이 아니다”면서 직접 만남을 피했다. 당초 약속한 계약 기간은 2개월에서 5개월로 늘어났고 제보자는 애타는 마음으로 A 씨의 연락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5월 봄에 떠난 제보자의 반려견은 여름을 지나 10월 가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친 제보자가 환불을 요구하자 A 씨는 ‘병원에 왔다’ ‘휴대전화가 아작났다’ 등의 핑계를 대며 서서히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런 수법으로 당한 피해자만 벌써 30여 명, 피해금액은 4000만 원이 넘었다. A 씨는 이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 시 조심해야 할 인물 명단에도 올라 있었다.
경찰은 2021년 말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받고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실종 동물 수색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해왔으며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 씨는 올 1월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실종 동물을 잘 찾는 전문 인력이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전문 탐정’이라고 부를 만한 곳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가 운영하는 자격증이나 교육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활동하는 동물 탐정 가운데 다수는 민간조사업무 종사자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의뢰인을 대신해 더 많이 움직이고 시간을 쏟는 것이다.
동물행동 전문가인 박민철 한국반려동물상담센터 대표는 “실종 동물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곳은 많지만 ‘실종 동물을 전문으로 찾는 탐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 흥신소 업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간혹 드론이나 인근 CCTV를 통해 동물을 찾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업체도 있는데 민간인이 지자체 CCTV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더러 드론을 이용한다고 해도 체구가 작은 동물은 자연물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려동물 실종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반려견이 제 발로 나가는 가출의 경우 무료함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따분한 실내에 비해 외부에는 언제나 새로운 자극이 있는 까닭이다. 보호자와 관계가 좋지 않거나 갓 입양 온 경우 환경 적응에 대한 스트레스로 집을 나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잃어버리게 됐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할까.
어떤 이유로든 반려견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고와 전단지 제작이다. 신고는 경찰과 119, 시청, 구청, 행정복지센터, 지자체 환경미화단체 등 공공기관은 물론 동물 구조‧보호 단체, 지역 동물병원, 택시 회사, 버스 회사, 배달대행 업체 등 민간 업체에도 할 것을 권했다. 실종 동물을 찾는 일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제보이기 때문이다.
박민철 대표는 “영역 동물인 고양이와 달리 개는 한 시간 만에 5~10km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 서울에서 잃어버린 개가 몇 시간 만에 경기도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면 더욱 찾기 힘들어진다. 결국 반려인의 눈과 귀가 되어줄 조력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배달 기사나 미화원처럼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는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배달 기사가 단체 대화방에 실종견의 사진을 뿌려서 찾은 사례도 있었다. 단, 개인에게 부탁을 할 땐 반드시 사례금을 제시해야 하며, 금액은 20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다음 단계는 동물의 행동과 습성을 토대로 실종견의 동선을 예상해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이다. 전단지는 단순 명료하게 제작한다. 특히 반려동물의 사진은 전체 종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넣고 큰 글씨로 사례금,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옷이나 특징만 적어도 충분하다. 이름이나 입양 사연 등은 적지 않아도 무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병력을 강조하면 반려동물의 생김새를 보고 데려갔다가 전단지를 보고 다시 돌려 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이렇게 제작된 전단지를 들고 반려동물이 갔을 만한 장소를 수색하면서 붙이되, 20~30대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는 직접 나눠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들이 지역 사회나 온라인에 널리 퍼트리면서 의미 있는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수색은 ‘멀리서부터 가까이’를 원칙으로 한다. 집을 나온 개는 주인이 없을 때 최대한 멀리 나가고 싶어한다. 일단 뛸 수 있는 만큼 뛰고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면 인근에서 먹이를 찾기 시작한다. 개의 습성을 파악하면 동선 예측도 가능하다. 개가 좋아하는 흙, 풀, 물, 나무 냄새가 많은 공원과 하천 그리고 휘발유 등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주유소 인근도 실종견이 자주 발견되는 장소다. 평소 자주 가던 산책로와 그 반대길을 찾아봐도 없다면 지역의 공원, 주유소, 편의점과 식당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수색 범위를 정하면 된다. 단,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큰 도로는 피한다.
주목할 점은 큰 소리로 반려동물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방법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 콜백(이리 와) 훈련이 되어 있다면 이름을 불러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혼이 날까봐 도망가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만약 멀리서 실종 동물이 보인다면 무작정 이름을 부르지 말고 평소 잘 먹던 간식을 들고 앉아서 다가오길 유도하거나 천천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서서히 거리를 좁혀나가야 한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반려동물은 2~3일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뒤 병원 진료와 목욕 등을 시키는 것이 좋다.
박민철 대표는 “잃어버린 동물을 무조건 찾아주겠다고 장담하는 업체들이 있지만 이는 검증하기 힘든 영역이다. 실종 동물을 찾을 수 있는 확률 같은 건 따로 없다. 중요한 것은 찾는 방법과 노력”이라며 “동물의 습성을 파악해 장소를 예측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빠른 시일 내에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