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삶’ 위해 만 30대 중반 은퇴…명예의 전당 입성 유력
포지는 2020년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자 “가족과 함께 건강을 지키겠다”며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113경기에서 타율 0.304, 홈런 18개, 5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9를 기록했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로서는 정상급 성적. 여전히 MLB 최고 포수임을 증명했다. 포지와 샌프란시스코의 9년 보장 계약(1억 6700만 달러)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마무리됐지만, 올해 220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이 실행될 가능성이 컸다. 포지의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이때 포지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남은 계약 조건을 포기하고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CBS스포츠닷컴은 포지의 은퇴 소식을 전하면서 "2010년 이후 MLB에서 포지의 경기력에 근접한 포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포지가 이른 은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의 삶’을 원해서다. 그는 지난해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패한 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 삶에 대해 아내와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겠다. 얼마 후엔 ‘전업 아빠’가 될 수도 있다”는 힌트를 남겼다. 포지와 그의 아내 크리스틴은 지난해 여름 입양한 딸 쌍둥이를 포함해 자녀 4명을 두고 있다.
포지는 자신의 몸 상태도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인 MLB에서 뛴 건 축복받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곳에서 계속 경쟁해 나가기가 힘들다. 감당하기 힘든 신체적 고통을 이겨내 가면서 야구를 하기는 어렵다. 과거 즐겁게 했던 일들이 이젠 더 이상 즐겁지 않다”고 했다. 다만 2020시즌을 쉰 뒤 지난해 그라운드로 일시 복귀했던 까닭은 “선수로서의 자존심이었다. 아직 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2019년의 아쉬운 성적(타율 0.257)을 자신의 마지막 커리어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돌아와 결국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준 포지는 이제 최고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MLB 스타’의 화려한 짐을 내려놓고 네 아이의 아빠로 돌아간다. MLB 12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0.302, 홈런 158개, 729타점이다. 포지는 은퇴 후 5년이 지난 2027년 MLB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 자격을 얻는다. 현지 언론은 그가 그간의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