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 대출 2개월 연속 하락 유력…금융권 마진 제동 걸고 대출 규제 완화 가능성…차기 정부 정책 ‘변수’
최근 정부는 1월 넷째 주 수도권 아파트 값이 2019년 8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매매가 상승세를 멈추고(0.00%) 서울 아파트는 2020년 5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마이너스(-) 0.01% 하락 전환했다고 밝혔다. 서울(-0.01%), 대전(-0.04%), 대구(-0.08%), 세종(-0.19%) 등 광역 단위의 하락을 비롯해 기초단위로는 전국 조사대상 176개 지자체 중 하락 지자체 수가 54개까지 증가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 1월 은행권 가계대출도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유력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월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6334억 원으로, 전월(709조 528억 원)보다 4194억 원 적다.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집계는 2월 중순에 발표된다. 만약 2개월 연속 줄어든다면 2013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은행 대출이 줄어들면서 집값도 하락세로 전환하는 모양새가 입증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등 여야 대선 후보가 일제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보유세에 대해서는 여당이 강화, 야당이 완화로 엇갈린다. 양도세와 보유세가 동시에 완화될지 여부가 중요하다. 양도세와 보유세가 동시에 완화된다면 다주택자들은 버티기에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양도세만 한시적으로 완화된다면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한꺼번에 내놓을 수 있다. 세금 정책의 변경은 국회를 거쳐야 한다. 여당이 과반 이상이어서 보유세 완화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집값이 급등한다면 새 정부에서도 투기방지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집값은 급등해도 문제이지만, 급락해도 금융부실을 초래해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성장률 유지와 정부 세수 관리를 위해도 가격이 안정되는 상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대선 후보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나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연장 등을 공약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주거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는 인기를 끌기 쉬운 정책이다. ‘서민과 실수요자’라는 단서가 붙겠지만 주거안정과 주택공급의 완성을 위해 대출 규제를 손볼 가능성이 크다.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라면 현재의 대출 규제에서는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집을 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까지는 올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2015년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당시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 안팎인데 기준금리가 더 낮은 지금과 비슷하다. 대출 규제로 대출총량(매출액)을 늘리지 못한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더 벌려 이익 규모를 불린 결과다. 서민과 실수요자들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면 이자부담 상승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과도한 순이자마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연말부터 집값을 꽁꽁 묶고 있던 대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한은이 조사하는 소비자동향지수를 보면 지난 1월 서울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95로 전월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100보다 높으면 상승 전망이, 100보다 낮으면 하락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4∙5월(각각 91, 92)을 제외하면 201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6개 광역시와 기타도시도 101로 간신히 상승 전망 우세를 지켰다. 이 같은 주택가격 전망 추이는 증시 움직임과도 꽤 일치한다. 주식 역시 자산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금리의 영향도 크게 받는 만큼 부동산 가격의 흐름과 동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