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김혜경 씨 ‘소고기 카드깡’ 의혹은 물론 성남 FC 후원금 이슈도 결제 내역 확인 필요…대선 이후 결론 날 듯
#경기도 카드가 도청 30km 떨어진 곳에서 결제
이재명 후보 측이 경기도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꽤나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별정직 7급으로 2021년 초부터 10월까지 도지사 비서실에서 근무한 A 씨는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가 경기도의 법인카드로 고기값을 결제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했다. 별정직 5급으로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이었던 배 아무개 씨의 지시를 받아, 먼저 개인카드로 결제를 한 뒤 법인카드 사용이 가능한 시간에 다시 가 법인카드로 재결제를 하는 방법이었다.
A 씨와 경기도 측이 공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2021년 4월 14일 경기도 총무과는 ‘수도권 방역 강화를 위한 관계자 의견 수렴’ 명목으로, 도청에서 30km 떨어진 정육식당에서 4명이 11만 8000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A 씨에 따르면 이날 구매된 소고기는 배 씨의 지시로, A 씨가 이재명 후보의 자택에 배달했다.
총무과는 불법 의전 논란과 소고기 카드깡 의혹이 불거진 배 씨가 소속된 부서다. 결제금액은 모두 12만 원을 넘지 않았는데 한 번 법인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2만 원에 맞추라고 지시한 배 씨의 녹취파일 등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 후보 측이 법인카드를 유용한 뒤, 도지사실이 아닌 다른 부처 업무추진비로 허위 회계처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경기도 시책추진(기관운영)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월 23일(10만 8000원), 2021년 9월 10일(12만 원), 9월 28일(12만 원) 등 모두 4차례 해당 고깃집에서 총무과 시책추진 업무추진비가 결제됐다.
A 씨는 이재명 후보 모친의 음력 기일 때 제사용품을 수령해 자택에 주차돼 있는 관용차에 실은 뒤 보고하기도 했다. 과일가게 장부에 비용을 달아놨다며 소고기 외에도 여러 차례 법인카드가 유용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일주일에 한두 차례 법인카드를 썼고, 1회에 무조건 12만 원을 채우는 방식으로 결제를 했다. 배 씨의 지시에 따라 금액과 시간, 장소 등을 미리 정해놓고 법인카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의전 대상이 아닌 김혜경 씨가 관용차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 측은 “소고기 구입은 배 씨의 과잉충성이었고, 제사용품은 개인 돈으로 구입했다”면서도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 경기도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규정에 따라 책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김혜경 씨, 배 씨 등을 국고손실, 직권남용, 강요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등장한 의혹 속 법인카드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 중 하나인 성남 FC 후원금 사건에서도 법인카드가 핵심 사안으로 등장했다. 2021년 말 경찰은 이재명 후보가 구단주였던 시점에 성남 FC에 들어온 여러 기업들의 후원금이 개발 편의를 위한 대가성이었느냐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하지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박하영 차장검사 등은 성남 FC의 법인카드를 주목했다. 수년 동안 10억 원이 넘게 사용됐는데, 일부 사용처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특히 경찰 조사에서 기업 측에서 설명한 후원금 납부 경위 및 과정 진술이 번복된 점도 수상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계좌 추적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묵살됐고 결국 사의를 표명하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법조계에서는 카드는 사용 장소와 실사용자가 확인되는 객관적인 자료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카드가 결제되면서 금액과 장소가 확인되는데, 여기에 카드 관리자와 실사용자의 휴대전화 기록을 비교하면 실제로는 누가 어느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최근에는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게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카드 사용 내역과 휴대통신 기지국 조회를 함께 하면, 실제로 당사자가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부터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등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경찰이나 검찰 추적을 피하는 이들이 신용카드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일 만큼 수사의 핵심 증거가 신용카드”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용카드의 경우 객관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법정에서도 ‘유죄 입증의 핵심 증거’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이재명 후보 측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현금 등으로 결제를 했을 경우에는 당사자들끼리 입을 맞춰서 설명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지만 해당 음식점의 내역과 거래액, 시간 등을 대비하면 말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은 게 신용카드의 특징”이라며 “이 후보 측에서 잘못을 인정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알기 때문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두 사건 모두 수원지검 손 안에
대검이 김혜경 씨 의전갑질 사건도 수원지검에 배당하면서, 이재명 후보의 대학 후배인 신성식 수원지검장이 두 사건을 모두 수사하게 됐다. 성남 FC 후원금 논란 역시 박하영 차장검사의 사의와 함께 수원지검에서 진상 파악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당장 수원지검은 성남 FC 후원금 논란에 대해 2월 7일 부장검사 11명 전원이 모여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사건을 경기 분당경찰서로 내려 보냈다.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인데 대선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검사장 출신의 법조인은 “대선 한 달 전에 유력 후보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두 사안 모두에 대해 기초적인 검토는 하겠지만 구체적인 수사는 대선 결과가 나온 뒤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