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편입학 눈칫밥 걱정돼” 입학생 “이럴려면 왜 뽑았나”…서울시교육청 “학생 피해 없도록 노력”
2월 8일 서울회생법원 제18부(부장판사 안병욱)는 명지학원에 대해 회생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법정에서 개최하기로 한 관계인집회도 취소했다. 법원은 “명지학원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심리되지 못해 회생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명지학원은 2004년 무리한 실버타운 사업으로 파산 위기를 맞게 된다. 명지학원 측은 경기도 용인 명지대 캠퍼스 안에 실버타운 ‘명지 엘펜하임’을 분양하면서 골프장을 지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분양 당시 골프장 건설은 허가조차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고 뒤늦게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신청했지만 용인시가 불허했다. 이에 분양 피해자 33명은 분양대금을 돌려달라며 2009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2013년 명지학원에 192억 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배상이 이뤄지지 않자 채권자들은 명지학원을 상대로 파산 신청을 냈다. 2020년 5월 채권자인 SGI서울보증이 명지학원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면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2021년 4월 기준으로 명지학원의 채무는 SGI서울보증 500억 원, 세금 1100억 원, 기타 700억 원 등 2200억~2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대학 특별편입학 가능성
명지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수는 2821명, 교직원은 194명이다. 명지대와 명지전문대학은 학생 수 2만 8444명, 교직원 1284명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명지학원이 파산하면 학교법인은 해산되고 이에 따라 각급 학교도 폐교 수순을 밟은 까닭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학교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관계자는 “명지유치원과 명지초·중·고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만약 명지학원이 파산하더라도 2022학년도 신입생까지는 정상적으로 졸업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향후 파산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2023학년도 신입생에 대한 대책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학생은 인근 지역의 다른 대학교로 특별편입학이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 캠퍼스 인근 학교들이 특별편입학 시행 대학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폐교가 결정된 서남대의 경우 남원캠퍼스와 아산캠퍼스가 있어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전북대‧단국대‧상명대 등 전북과 충남 소재 32개 대학이 특별편입학을 시행한 바 있다. 명지대학교도 용인캠퍼스와 서울캠퍼스 인근 학교에서 특별편입학을 시행하도록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학생 수가 2000명이 되지 않았던 서남대와 달리 명지대‧전문대 학생은 2만 명이 넘어 이를 수용할 학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학생들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앞서 서남대 의대생 500여 명의 특별편입학 시행이 결정되자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생들은 “시설이나 교수 충원 없이 대규모 편입이 이뤄질 경우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시위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편입이 이뤄졌지만 기존 재학생들과 성적을 분리해 산출한다는 학교 측 방침에 이번에는 서남대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은 한동안 지속됐다.
명지대 재학생들은 졸업을, 신입생들은 입학을 걱정하고 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폐교하면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하게 된다는데, 남의 학교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졸업해야 하나” “어느 학교를 가도 결국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며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졌다. 오르비, 수만휘 등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이럴 거면 왜 신입생을 받고 합격자 발표를 했냐”, “합격한 학교 중 명지대가 가장 좋은 학교인데 입학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등의 글들도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지학원 측에서 실현 가능성 있는 회생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며 명지대‧명지전문대가 폐교 조치되더라도 재학생들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당분간의 학사운영 유지를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명지학원, 돈 어떻게 갚을까
명지대학교는 2월 10일 “최선의 회생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파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라 다시 회생절차를 개시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선을 그었다.
명지학원은 명지대·명지전문대를 통·폐합하고 명지전문대 부지를 매각하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대학의 자산은 크게 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나뉘는데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립학교 법인이 학교 운영상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재산’이다. 즉, 급한 대로 재단이 갖고 있는 부동산 등을 팔아 돈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대학알리미 공시정보에 공개된 명지학원의 수익용 기본재산의 보유액은 2021년 기준 1276억 655만 원이며, 확보율은 62.4%다. 그러나 2019년까지 수익용 기본재산을 활용한 수익률은 0에 가까웠다.
관건은 대체자산 마련이다. 당초 명지학원은 2021년 12월 13일 서울회생법원에 수익용 기본재산 매각대금과 산하기관 통폐합에 따른 유휴부지 개발이익으로 채무를 해결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변제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체자산 확보 없이는 재산처분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떨어져 학교법인 재정이 불건전해지면 대학 운영과 학원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명지학원은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회생을 재신청할 계획이다. 명지학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금번 회생계획안 제출 이후 주요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회생계획안 인가 요건을 충족했으나 대체자산 확보 없이 재산처분이 불가하다는 교육부 의견으로 회생절차가 폐지됐다”며 “향후 재정적으로 어려운 학교법인의 회생신청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회생 중인 학교법인에 대한 교육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법률적 지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2019년 서울회생법원은 교육부에 ‘명지학원의 기본재산에 대한 처분허가를 할 때 판결금 부채상환 범위 내에서 대체자산 확보 조건을 두지 말 것’이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교육부는 명지학원이 타당한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