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몬과의 케미에 팬들 ‘아랍두부 커플’ 애칭…“수혁남라 커플 처음부터 쌍방이었어요”
“수혁(로몬 분)이와 남라를 보며 ‘아랍두부 커플’이라고 하시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때 함께 했던 홍도(배현성 분)와 저를 두고는 ‘두부두부 커플’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두부두부가 낫냐, 아랍두부가 낫냐’ 하고 논쟁하는 게시물을 본 적이 있어요. 저희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그런 재미있는 게시물을 서로 공유하기도 해요(웃음). 그렇게 많은 관심을 주시는 건 아마 로몬이와 제 케미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학교에 퍼진 좀비 바이러스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0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속 조이현은 2학년 5반의 반장 최남라 역을 맡았다. 서로 사이가 좋은 2학년 5반 학생들 속에서 늘 겉돌며 차가우리만치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조금씩 친구들과의 우정을 깨닫고 변화하는 입체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다.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면이 배우 조이현이 가진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면서 캐스팅됐다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오디션을 볼 때 주어진 공통 대사가 온조 역의 대사였는데, 제가 연기하니까 감독님이 ‘좀 더 밝게 해보세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거기서 제가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밝음이었어요…’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렇게 거짓 없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뭔가 밉지 않아서 남라와 닮아 보였던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감독님도 오디션을 봤을 때부터 ‘얘는 남라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등장인물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좀비에게 습격당하지 않은 멀쩡한 인간과 좀비에게 물린 뒤 감염된 좀비, 그리고 물렸지만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절반만 좀비’, 절비다. 남라는 드라마 후반부부터 ‘절비’로서 활약해야 했기에 액션스쿨 외에도 좀비 연기를 위한 특별 과외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좀비 액션을 공부하기 위해서 안무가 선생님과 절비 콘셉트를 의논했어요. 절비로서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분장도 얼굴의 절반만 하는 식으로 신경을 많이 썼죠. 감염 뒤 손가락이나 목을 까닥거리는 것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고요. 저는 ‘이뮨’(면역, immune)이라는 좀비고, 귀남이나 은지는 ‘이모탈’(immortal, 불사)이라는 좀비예요. 그래서 시즌 2부터는 아마 이렇게 전혀 다른 절비들의 대립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간도 좀비도 아닌 중간 존재로서 방황하는 남라의 곁에는 늘 수혁이 있었다. 감염 후 생존자 집단에서 배척당할 위기에 처한 남라를 끝까지 보호하는 그의 모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수혁남라’ 지지자들을 양산해내기도 했다. 조이현은 이 커플을 향한 사랑을 두고 “로몬의 배려가 있었기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수혁남라 커플이 탄생한 것 같다”며 그 공을 모두 상대 배우에게 돌리는 겸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로몬은 정말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스윗한 친구거든요. 리더십이 정말 뛰어나고, 촬영할 때도 나서서 다른 배우들을 많이 챙겨줘요. 연기 외에도 현장에서 항상 저를 많이 배려해주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저와 로몬이는 처음 캐릭터를 분석할 때 남라와 수혁이 ‘쌍방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서로 좋아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짝사랑하고 있다고, 서로 반대되는 성향에 끌리는 부류가 바로 저희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남라를 연기할 때 이미 짝사랑을 하고 있지만 전혀 표현을 하지 못해서 수혁과 말할 때도 딱딱하게 말한다고 설정했었어요. 하지만 수혁과 이야기할 때 보면 잠깐 미소를 짓죠.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했다고 생각해요(웃음).”
시청자들로부터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고, 데뷔 6년 만에 기록에 남을 만한 큰 필모그래피도 채웠다. 작품을 촬영할 때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이만한 성적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과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특히 조이현은 자신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피, 땀, 눈물’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을 완주하면서 기대보다 더 큰 결과를 얻게 됐다는 게 아직 믿겨지지 않는 눈치였다.
“오디션 보기 전에 감독님과 미팅하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을 준비하시는지 아직 모르던 상황이었어요. 감독님께서 제게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제가 여태까지 해 온 필모그래피를 말하며 ‘좀 멀쩡한 게 하고 싶어요. 화목한 가정에서 피, 땀, 눈물 흘리지 않는 거 하고 싶어요’ 했더니 엄청 웃으시더니 ‘우리 그런 작품 아닌데 어떡해’ 하시더라고요(웃음). 몇 주 뒤에 오디션 연락을 주셔서 그렇게 받은 작품이 ‘지금 우리 학교는’이었고, 그렇게 해서 남라가 됐습니다(웃음).”
20대 초반 동세대의 여배우들 가운데 조이현은 김소혜, 정지소 등 1999년생 동갑내기 배우들과 함께 ‘99년생 여배우 트로이카’로 꼽혀왔다. JTBC ‘나의 나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KBS2 ‘학교 2021’로 방송사와 장르를 막론한 활약을 통해 연기력 검증도 끝났다. 여기에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글로벌 인지도까지 더해진 만큼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 국내외의 눈길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멋있는 역할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되고 나서 멋있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욕심은 채워진 것 같고요(웃음). 사실 계속 학생 역할을 했지만 뭔가 ‘변신하고 싶다’ 이런 마음은 잘 모르겠어요. 좋은 작품이면 뭐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거든요. 아직 차기작이 준비 되진 않았지만 어떤 작품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뭐든지 열심히 해낼 거예요. 다만 이번엔 피, 땀, 눈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최근에 했으니까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