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술’ 트리플콕 성공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드래곤볼’ 손오공 연상 ‘만찢남’ 인기 고공행진
2월 11일 치러진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경기. 결선 2차시기에서 히라노 아유무는 ‘트리플콕 1440’이라는 환상적인 신기술을 선보였다. 5m를 날아올라 공중에서 회전축을 바꿔가며 네 바퀴를 도는, 현재 최고난도로 평가받는 기술이다. “올림픽에서 트리플콕을 시도한 것은 히라노가 유일하다”고 한다.
당연히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심판진은 91.75점을 주는 데 그쳤다. 지켜보던 관중들 사이에서는 “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항의로 야유가 흘러나왔다. 3차시기 히라노는 보란 듯이 더욱 높이 날아올랐고, 또 한 번 트리플콕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이번에는 96.00점을 기록해, 짜릿한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히라노가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트리플콕 1440’은 어떤 기술일까. NHK는 “스노보드를 타고 도약대에서 대략 5m(2층 높이) 이상, 지면으로부터는 무려 12m 높이를 뛰어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공중에서 위아래로 3회전, 옆으로 4회전을 한다. 요컨대 도약에서 착지까지 불과 수초 동안 엄청난 기술을 반복하는 것이다.
스노보드 저널리스트 노가미 다이스케 씨는 “실패하면 크게 다칠 수 있고 난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떤 선수도 올림픽에서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충분한 높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기술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죽음의 기술’이라고도 부른다.
경기가 끝난 후 히라노는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2차시기의 점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오기, 분노 같은 것이 생겨 3차시기에 집중했고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노보드 전설’이자 라이벌이었던 숀 화이트(36·미국)와도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이 포착돼 훈훈함을 자아냈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일본 SNS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소년만화를 보는 듯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뛰어난 기술을 선보였으나 난관에 부딪치고, 기적 같은 역전극을 이끌어내 금메달을 획득. 마지막에는 라이벌이 ‘주인공의 더 나은 발전’을 기원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소년만화와 흡사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인기만화 ‘드래곤볼’ 속 주인공과의 공통점을 찾기도 한다. 일례로 손오공이 참가한 천하제일무술대회 전적은 제21회 준우승, 제22회 준우승, 제23회가 우승이다. 히라노 또한 첫 출전인 소치올림픽(2014년)에서 2위, 평창올림픽(2018년)도 2위였고, 2전 3기 끝에 드디어 베이징올림픽(2022년)에서 우승했다. 인터넷에서는 “손오공과 대회 성적도 똑같다. 슈퍼사이어인이 분명하다” “보고도 믿기지 않은 기술이었는데, 만화 찢고 나온 주인공이라서 가능했다” 등등의 의견을 내비쳤다.
NHK는 “유독 히라노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전례 없는 ‘이도류(쌍검법)의 도전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히라노는 2020 도쿄올림픽에 스케이트보드 대표팀으로 참가한 바 있다. 하계와 동계올림픽에서 각각 다른 종목에 도전한 ‘투잡’ 선수인 셈이다.
4살 때 스노보드를 시작한 히라노는 일치감치 ‘스노보드 신동’이라 불렸다. 15세 나이로 출전한 소치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내 최연소 일본인 메달리스트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그런 그가 “스케이트보드 메달도 도전하겠다”고 밝힌 것은 2018년 가을이었다. 자칫 양쪽 모두 놓칠 위험이 있었지만 히라노는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첫 하계올림픽 도전은 아쉽게도 14위에 올라 노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탓에, 베이징올림픽까지 불과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스노보드로 전환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수군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히라노는 “오히려 반년밖에 안 되는 시간에 모두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것은 즐거운 일 아니냐”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트리플콕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6개월간 하루에 60번씩 연마했다”고 한다. 2전 3기 끝에, 금메달의 한을 푼 히라노. 그는 “어릴 적 꿈 하나를 드디어 이뤘다”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의 이름 아유무(歩夢)는 ‘꿈을 걷는다’는 뜻이다.
"광고주들 러브콜" X게임 선수 특급대우 아깝지 않은 이유
위험을 무릅쓰고 묘기를 선보이는 ‘익스트림 스포츠(X게임)’는 스릴과 스피드가 넘쳐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경우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가 대표적.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스케이트보드와 사이클 BMX(묘기 자전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일본 광고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때 X게임이 소셜미디어(SNS) 및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경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경기 시간이 짧기 때문에 유튜브나 틱톡에 올리기 쉽다는 것이 배경이다. 그는 “선수들이 착용하는 의류나 스니커즈 또한 스타일리시해 ‘스트리트 패션’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흔히 X게임을 마이너 경기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프로야구 선수 못지않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일본 매체 아에라닷컴은 “지명도 높은 X게임 선수의 경우 대회 상금, 기업 스폰서 등으로 연수입이 1억 엔을 넘는다”고 전했다.
더욱이 “최근 히라노 아유무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X게임에 후원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컨대 다른 스포츠와 달리 광고가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케이트보드용 운동화는 평소 길거리 패션으로도 신을 수 있지만, 야구 트레닝화는 신을 수 없다. 또 “선수들이 착용하는 옷, 선글라스, 헤드폰, 모자 등등 평소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상품들도 비교적 많다”는 설명이다. 매체는 “후원사들이 X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전한 X게임 선수들의 경우 부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