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트베리제 사단’ 가혹한 훈련과 극단적 체중조절 악명…어린 선수들 부상과 우울증 시달리다 조기 은퇴
피겨 신동으로 불렸던 러시아의 카밀라 발리예바(15)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세계 스포츠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여자 선수로서는 최초로 이번 올림픽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성공하는 등 탁월한 기량을 뽐냈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핑 논란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반감은 더욱 거세졌다.
어린 선수가 스스로 금지약물에 손을 댔을리는 만무할 터. 때문에 코칭 스태프를 통해 조직적으로 도핑이 이뤄졌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히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쏠리고 있다. 잦은 부상과 혹독한 훈련, 그리고 성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기로 악명 높은 투트베리제 사단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검출된 금지약물 성분은 트리메타지딘이었다. 이는 협심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성분이지만 동시에 흥분제 효과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금지약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발리예바 측은 청문회에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심장약을 복용하는 할아버지의 잔을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다. 과거 러시아가 정부 주도 하에 조직적으로 도핑을 저질렀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왜 하필 러시아 선수들 사이에서만 이런 일이 불거지냐는 것이었다. 3년 전 피겨 유망주였던 아나스타샤 샤보토바의 주장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13세였던 샤보토바는 한 인터뷰에서 “도핑만이 일관된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투트베리제의 어린 제자들은 모두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했다.
당시 이런 주장에 펄쩍 뛴 러시아 빙상연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이런 발언을 한 샤보토바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비난 끝에 샤보토바는 우크라이나로 국적을 바꾼 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다.
과연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투트베리제는 정말 어린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하고 있을까. 베이징올림픽에 발리예바를 비롯해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안나 셰르바코바 등 애제자 세 명과 함께 출전한 투트베리제는 지난 10여년간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이미 베이징올림픽 전부터 투트베리제 사단의 어린 선수들은 전세계 피겨 선수권대회를 휩쓸어왔으며, 트리플 악셀은 물론이요, 남자 선수들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쿼드러플 점프까지 척척 해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언제부턴가 그가 코치로 있는 ‘삼보-70’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이 국제대회 상위에 랭크되는 일은 당연시 됐으며, 덕분에 러시아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심지어 뛰어난 선수들을 속속 배출해내는 투트베리제 사단을 가리켜 ‘유망주 컨베이어벨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투트베리제의 제자는 2014년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였다. 당시 15세였던 리프니츠카야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고, 이어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빨간색 의상을 입고 영화 ‘쉰들러 리스트’ 주제가에 맞춰 연기를 펼치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비록 올림픽 싱글 부문에서는 5위에 그쳤지만,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이로써 리프니츠카야는 러시아 스포츠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투트베리제의 다음 애제자였던 에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2016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거침없이 트리플 점프를 뛰면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으며,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금메달은 투트베리제의 또 다른 제자이자 동갑내기인 알리나 자기토바에게 돌아갔다. 단체전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은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시상대에 올랐다.
그후에도 투트베리제의 컨베이어벨트는 멈출 줄 몰랐다. 2019-2020 시즌에는 트루소바, 셰르바코바를 비롯해 알료나 코스토르나야 등 세 명의 제자들이 시니어 서킷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세 선수 모두 어려운 고난도 기술을 소화하면서 시즌을 지배했고, 트루소바와 셰르바코바는 여러 차례 쿼드러플 점프를, 그리고 코스토르나야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켰다. 막내인 발리예바는 쿼드러플 점프와 트리플 악셀을 장착하면서 괴물 신인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투트베리제의 어린 제자들 사이에서 쿼드러플 점프는 흔하게 구사하는 기술이 됐다.
이런 점은 사실 괄목할 만했다. 이토 미도리가 1988년 트리플 악셀을 처음 성공한 이후 30년 가까이 여자 스케이팅 기술은 대체로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선수들이 간간히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긴 했지만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하는 일은 드물었다. 여자 선수에게 4회전 점프는 요원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수리아 보날리가 1990년대 여러 차례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2002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 스케이팅에서 안도 미키가 여자 선수 최초로 쿼드러플 살코 랜딩을 인정 받은 게 전부였다.
사정이 이러니 당연하게도 투트베리제의 훈련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훈련을 하기에 어린 선수들이 겁 없이 4회전을 척척 성공할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완벽한 점프에 대한 투트베리제의 한결같은 고집이 있었다. 이를테면 점프를 뛰었을 때 착륙하기 전 공중에서 모든 회전을 하지 못하면 즉시 음악을 멈추고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다시 실행하도록 지시하는 식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은 아무리 연습이어도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에 걸쳐 리허설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기로 유명한 투트베리제는 어린 선수들에게 “내일은 없다. 반드시 오늘 성공해야 한다”고 주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의 후반부에 점프를 할 경우 10%의 가산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후반부에 고난도 점프를 하도록 훈련시키기도 한다. 실제 발리예바는 올림픽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링크에서의 훈련은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냥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가능한 한 더 많은 시도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고난도 기술에 집착하는 이런 가혹한 훈련에 대한 비난도 많다. 현재 미국에서 코치로 일하고 있는 보날리는 “메달을 따는 건 좋지만, 평생 트라우마를 겪고 싶진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런 이유에선지 투트베리제의 제자들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만성적인 부상으로 1~2년 만에 선수 생활을 끝내는 경우도 많으며,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다음 시즌이 되면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이렇게 비워진 자리는 곧 더 재능 있는 다른 어린 선수들로 대체되곤 한다.
신동으로 불렸던 리프니츠카야 역시 부상을 피할 수 없었다. 소치올림픽이 끝난 후부터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2015년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9위에 그쳤으며, 같은 해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아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마지막 대회였던 2016년 로스텔레콤컵에서는 다리와 고관절 부상으로 인해 프리 스케이팅 도중 연기를 중단해야 했다.
결국 19세였던 2017년 8월, 잦은 부상과 거식증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한 리프니츠카야는 "선수 생활 내내 불안, 우울증, 편집증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유명 피겨 감독인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리프니츠카야에 대해 “어떤 별들은 오랫동안 빛나는 반면, 또 어떤 별들은 밝게 빛나다가 다 타서 꺼져 버린다. 리프니츠카야는 모든 것을 다 태워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투트베리제의 학생 가운데 이처럼 유난히 빨리 빛났다가 빨리 꺼지는 별들은 많았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역시 올림픽 후 갑자기 부상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해버렸는가 하면,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메드베데바는 2017-2018 시즌이 시작되면서 오른발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결국 영구적인 허리 부상으로 22세에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세계 주니어 챔피언이자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자기토바는 2019년 고관절 부상을 이유로 무기한 휴식에 들어갔었다. 2020년 이후에는 어떤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이번 올림픽에서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36위로 밀려난 상태다.
그런가 하면 2019년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시니어 대회에서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했던 엘리자베스 투르신바에바는 만성적인 허리 부상으로 2021년 은퇴했으며, 다리야 우사체바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휠체어를 탄 채 은퇴해야 했다.
쿼드러플 점프 등 어린 선수들에게 점점 더 어려운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분위기 탓에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는 경우도 많았다. 13세 때 투트베리제와 함께 훈련하기 시작한 알레나 카니셰바는 불과 몇 달 후 쿼드 토룹을 성공했지만 1년 만인 14세 때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 심각한 허리 부상으로 더 이상 점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체중 조절도 어린 선수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가벼운 몸무게는 투트베리제 사단에서 고난도 점프 기술을 성공하기 위한 기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저녁 6시 이후부터는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고 말했는가 하면, 리프니츠카야는 파우더 영양제로 체중을 조절하곤 했다. 그런가 하면 셰르바코바는 저녁으로 새우 두 마리만으로 배를 채우는 날이 많았고, 자기토바는 올림픽 시즌 동안 물조차 마시는 것이 금지됐다고 털어 놓았다. 요컨대 물로 입을 헹군 다음 뱉어내야 했다.
투트베리제가 깡마른 17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신체 변화 때문이다. 이에 대해 투트베리제는 “여자 아이들은 어릴 때, 즉 몸이 가볍고 민첩할 때 쿼드 점프를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2차 성징으로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전인 13~17세 사이의 소녀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스케이팅 관계자들은 "투트베리제 학생들은 마치 유통 기한이 있는 듯 보인다"고 비꼰다. 한 저명한 러시아 기자는 “현재 투트베리제는 러시아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모스크바에서 20년 동안 코치로 일한 라파엘 아르투니안은 2020년 한 인터뷰에서 유난히 선수 생명이 짧은 투트베리제의 선수들을 가리켜 ‘일회용 컵’에 비유하기도 했다. 선수들을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취급한다는 의미에서였다.
아르투니안은 또한 러시아의 스케이트 선수 육성 학교를 가리켜 ‘선수 생산 공장’이라고 부르면서 러시아가 어린 선수들을 메달 색깔로 간주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4~5세가 되면 이미 기본적으로 프로 선수들과 같은 조건에서 훈련을 받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뒤처지면 다른 선수가 금세 치고 올라온다는 사실을 어린 선수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빙상연맹의 부회장인 러시아 출신의 알렉산더 라커닉 역시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어린 소녀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도핑 의혹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고난도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약물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러시아의 ‘빨리빨리’ 시스템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도 지속되고 있다. 2016년 세계 주니어 챔피언인 다니엘 사모힌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이고르 사모힌은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해 선수들을 몰아붙일수록 선수 수명은 짧아진다. 이와 반대로 속도는 느리지만 한단계씩 차근차근 나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천천히 노력해서 정상에 오른 선수들도 분명 있다. 1990년대 스타였던 미셸 콴이나 이리나 슬루츠카야는 둘 다 어린 나이에 우승한 후에도 수년 동안 정상에 머물러 있었다. 그 시절을 비롯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린 피겨 선수들은 정신건강 문제나 섭식 장애, 그리고 최근 부쩍 늘어난 우울증을 겪지 않았으며, 잠깐 빛났다가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배우고 성장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 나갔다.
2015년, 2016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는 “좋아했던 선수가 몇 년 후에 더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누가 굳이 경기를 보러 오겠는가?”라며 지난 10년 간 광범위하게 퍼진 러시아의 ‘크리넥스 신드롬’을 비난했다.
러시아 피겨 꿈나무의 폭로 “신체 발달 늦추려 호르몬 억제제 복용”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호르몬 억제제를 복용해야 했다. 그건 악몽이었다.”
한때 러시아 유망주로 각광 받았던 아나스타샤 쿠프리냐는 이렇게 호소했다. 10세 때인 2004년 모스크바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쿠프리냐는 곧 올림픽 꿈나무로 주목 받았고, 언젠가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희망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계속되는 훈련 때문에 학교는 가지 않았다. 피겨 스케이팅은 곧 그의 인생의 전부가 됐다. 하지만 모든 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12세 때부터였다. 사춘기와 함께 생리가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체형에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내 몸이 내가 최고의 스케이트 선수가 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몸이 무거워지면서 고난도 점프를 더 이상 시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또한 스케이트 심사위원들에게는 관능적인 몸매보다는 어린아이 같은 몸매가 미의 기준이 된다는 점도 걱정이었다.
이에 쿠프리냐는 엄격한 식단 조절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살이 찔 때마다 평소보다 15km씩 더 뛴 그는 “내 몸은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살을 빼려다 무릎을 다쳤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몸이 사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신체 발달을 늦추는 호르문 분비 억제제를 복용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렇게 하면 생리가 멈추고, 가슴이 커지지 않으며, 어리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쿠프리냐는 이런 제안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체형이 변하지 않도록 호르몬 억제제를 복용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신경계와 심장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력만 향상된다면 어떤 시도도 할 각오가 돼있었다.
하지만 쿠프리냐에게는 의도했던 바와 달리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3개월 동안 복용했는데 젖가슴은 오히려 더 빠르게 자랐으며, 6개월 만에 몸무게는 36kg이나 더 찌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말았다. 결국 체중 조절에 실패한 쿠프리냐는 그 길로 스케이팅을 그만두었다.
그로 인해 10대 시절 내내 우울증에 시달린 그는 “러시아에서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빙상계 일부 인사들이 이런 약물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지만 나 스스로 내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다”라고 뒤돌아봤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선수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쿠프리냐는 현재 링크로 돌아와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코치로 일하고 있다. 다만 그는 “나는 건강을 위해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만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