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박 전 대통령 결단 필요할 때마다 칩거
- 대통령경호처도 달성으로 이동…5년간 경호 가능
[일요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에 머문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에 퇴임 후 사저 후보지로 거론된 곳이 서울 삼성동 자택, 경기 용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머문 구미, 그리고 대구 달성이었다. 서울과 경기는 정치적인 부분으로 주거지로 마땅치 않다. 구미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지만 연이 적다. 고향이면서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달성이 가장 거주하기에 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때부터 화원읍의 한 아파트를 매입해 거주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마다 이곳을 들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부인 명의로 대구 달성군에 사저로 쓸 주택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터 인근에는 이른바 '박근혜 별장'을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100여명으로 안전과 교통 혼잡 등을 대비해 곳곳에 기동대와 경비교통과가 배치됐다. 대구경찰 등에 따르면 평일에는 6명으로 꾸려진 경찰관기동대 1개 팀이 주변을 순찰하고 교통정리에 들어간다. 19일 주말에는 500~1000여명의 인파가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
사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펜스에 올라가 집 안을 보려는 시민들이 있어 보안 상 펜스는 철거했다.
사저는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위치한 개인 주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2016년 9월에 준공된 곳으로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서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가 거주 목적으로 건축 했다. 당시 집이 너무 커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약 1년 6개월 전부터 매매가 27억5000만원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은 대지면적 1676㎡, 연면적 712㎡,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주거용 건물과 3개동의 부속 건축물을 중심으로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으며 외부 담장 높이는 10m 이상으로 철저한 보안이 눈에 띈다.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내달 10일까지 경호처의 경호 대상으로 대통령 경호처도 달성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 경호치는 김문오 달성군수를 찾아 경호 관련 업무를 협의하기도 했다. 향후 전직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 요청에 따라 경찰로 경호를 이첩하지 않고 5년간 경호를 이어갈 수도 있다.
친박 중심지인 이곳의 대부분 시민들은 박 대통령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달성군에 거주하는 주민 이 아무개 씨(70대, 여)는 "우리 근혜가 여기 온다길래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다른 데 가면 얼마나 못살게 구는 사람들 많겠냐. 여기 해코지하는 사람들 있을까 싶어서 내가 매일 와서 본다. 이제 좀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강 아무개 씨(80대, 남)도 "박근혜 대통령은 떡(뇌물) 같은 거 받으시는 분이 아니다. 억울하게 옥살이한 거 전 국민이 다 안다. 이제라도 그저 편하게 여기 사셨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한테 죄 뒤집어 씌운 문재인과 윤석열은 무릎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분노를 토했다.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기대하냐는 질문에 최 아무개 씨(60대, 남)는 "이제 대선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런 이야기들 하지, 문재인이 정치보복하고 윤석열이 잡아넣은 거 아니냐?"며, "그런 메시지 관심 없다. 차라리 그냥 아무 말없이 편하게만 오셨으면 좋겠다"며 역정을 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이곳에 방문해 주변 일대를 점검하는 한편 지지자에게 인사를 했다. 조 후보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하셨는데 거짓촛불세력의 악랄한 가짜뉴스, 선동, 조작에 의해 불법탄핵되시고 무려 4년 9개월동안 인신감금을 당했다. 거짓촛불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저질적인 가짜뉴스로 얼마나 마녀사냥했나. 하루 10시간, 주 4회의 살인적인 재판은 또 어땠나. 반복되는 재구속 수사, 형집행정지 거부 등 그야말로 인권유린이었다"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방문객에 대비해 임시 주차장과 이동식 화장실 등도 마련할 예정"이라며, "방문객이 증가하는 주말에는 경찰력을 증원도 검토할 방침이다. 아직까지 이곳에서 불법 행위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skarud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