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산업 위주에 원자재 가격 급등 불안 요소도…내부선 “SMR 부문 기대” 전문가 “호실적 석탄에 달려”
이와 동시에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원자력발전 사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이 2019년 투자한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뉴스케일파워가 3월 중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것도 희소식이다.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2월 15일 한때 우크라이나발 이슈로 1만 5000원대까지 하락했다가 21일 기준 1만 8900원까지 회복했다. 두산중공업을 둘러싼 분위기는 분명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진단도 만만치 않다. 두산중공업이 친환경 신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기본적으로 부채가 많기 때문에 신사업이 조금만 난항에 빠져도 재차 재무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두산그룹은 2007년 밥캣(현 두산밥캣) 인수 이후로 수차례 채권은행 문턱을 넘나들어야 했다. '알짜자산'을 제때 잘 팔아 매번 ‘구조조정의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익성 높은 사업을 여러 차례 매각한 영향으로 그만큼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신사업, 상당 기간 성과 기대 어려워
두산중공업은 2023년부터 원자력과 천연가스, 수소, 해상풍력 등 신사업 수주 물량이 기존 석탄·열병합 관련 수주보다 많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5년에 신사업 비중이 60%를 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5년 LNG 2조 3000억 원, 신재생 2조 7000억 원, 차세대 및 해외원전 1조 원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특히 기대하는 분야는 SMR이다. SMR은 냉각재 펌프,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기기가 일체화된 원자로다. 기자재 크기가 작아 이동 및 조립, 관리가 용이하고 건설공기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두산중공업은 나스닥 상장을 앞둔 뉴스케일파워로부터 2027년까지 3조 원 이상의 주요 기자재 제작 및 설치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SM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원전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원전에 부정적이지만 SMR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우호적이라고 평가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SMR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SMR 또한 원전이므로 방사능 유출 등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SMR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여러 곳에 설치해야 하지만 이 경우 '님비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발전소만 해도 반대 여론이 들끓는데 거부감이 훨씬 큰 원전(SMR)은 오죽하겠느냐”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예상만큼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소터빈이나 LNG 가스터빈도 기대감이 높지만 언제쯤 성과가 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수소터빈은 계획대로 개발에 성공해도 상용화 단계까지는 수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또 가스터빈은 2019년 세계에서 5번째로 270MW(메가와트)급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2021년 12월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첫 출하했을 정도로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염려되는 점은 두산중공업의 사업 모델이 여전히 수주 산업 중심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풍력 산업은 글로벌 1위 풍력터빈업체 덴마크 베스타스의 2021년 수주 실적이 2020년 대비 19.4% 감소했다. 수주 감소의 주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다. 100톤(t)에 달하는 터빈 하나에는 강철·구리 등 금속은 물론 희토류를 포함한 각종 부품이 들어간다.
베스타스의 실적 부진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물류난이 겹치면서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다. 베스타스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1.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풍력시장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은 올해 중 연간 100기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투자 타이밍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이유다.
수주 산업 특성상 매출인식 시점과 채권 회수, 원가 투입의 시차 등으로 인해 실적이 빠른 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부채가 많은 회사다. 두산중공업은 2015년 한때 9조 원이 넘게 빚을 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4조 원대까지 줄이기는 했지만 안전 국면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다. 2021년 3분기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3조 7851억 원으로 전체 차입금(약 4조 7142억 원)의 80%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5000억~6000억 원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이와 관련, 두산중공업은 최근 증권가 대상 설명회에서 “원자재가 이슈가 없던 과거 이익률은 6~7% 수준이며 현재는 가장 낮은 레벨”이라면서도 “현재 공장 확대 투자 단계이며 마진이 좋았던 원자력 비중 축소에 따라 SMR 부문에서 상쇄 가능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해외 수주 확대 우려요인 될 수도
전문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석탄화력발전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또 국내 원전 발전이 효자 사업인 만큼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설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석탄 업체들은 최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석탄 가격이 최근 급등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천연가스, 석유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보니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글로벌 대표 원자재 업체 피바디에너지는 2021년 4분기 5억 1300만 달러(약 612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1999년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 역시 2021년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배경으로는 석탄 가격 급등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해외 사업 연결 매출 기준으로 석탄화력 매출이 전체의 35~4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 관전 포인트는 탈원전 시기 해외에서 수주한 일감의 수익성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에도 1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단조품 생산공장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체결했다. NICE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해외 수주 확대가 우려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ICE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해외 프로젝트의 채산성은 국내 대비 다소 낮다”며 “공정 지연 등으로 인한 우발손실 발생 가능성이 잔존해 영업실적 추이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