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부정확한 정보 난무 속 정부도 가입 방식 바꿔…2021년 취업자 배제 형평성 논란까지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주거래 은행 여부 등에 따라 개인마다 은행 우대금리가 다르게 적용된다. 어느 은행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는지 미리 파악해야 가장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청년희망적금 출시당일인 21일 은행 우대금리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트위터에서 1만 번 이상 리트윗됐다. 해당 트윗에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의 최고 우대금리가 각각 5.7%, 5.5%로 표기돼 있으나 두 은행 모두 실제 최고 우대금리는 6%로 시중은행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당 트윗이 여러 번 리트윗되며 오탈자 등을 지적받자 게시자는 인스타그램에 돌던 정보를 캡처(저장)해서 가지고 온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틀린 정보가 널리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 A 씨는 “급여를 받는 통장은 신한은행 계좌인데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만 믿고 엉뚱한 은행 가입하려고 갔다가 창구 직원이 알려줘서 겨우 알았다”며 “개인이 은행 홈페이지마다 들어가서 일일이 우대 조건을 확인하기엔 너무 번거로운데 정리된 정보는 따로 없거나 부정확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온라인에 게시된 글들에도 부정확한 정보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구글에 청년희망적금을 검색했을 때 한 게시글에는 증빙 서류에 주민등록등본과 온라인 금융 교육 수료증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에 직장인 B 씨는 “링크 타고 들어가서 한 절반쯤 교육을 듣다가 이상해서 다른 게시글들을 확인해보니 아니더라”고 전했다. 청년희망적금은 별도 서류 없이 신원을 확인해주는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지만 부정확한 정보 게시로 혼란을 겪은 것이다.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해야 한다는 글도 있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6개월 이상의 고용보험내역을 요구하는 곳은 대구시에서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으로 별도 상품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C 씨는 “게시글마다 어디는 내일채움공제랑 중복이 된다 하고 어디는 안 된다고 하고 너무 혼란스럽다”며 “블로그말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찾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는 ‘청년희망적금 상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안내는 11개 취급은행 콜센터와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콜센터(1397)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돼 있다. 은행 콜센터에는 문의가 폭주했다. 한 은행 콜센터에서는 ‘현재 청년희망적금 문의 증가로 상담직원 연결이 매우 지연되고 있다’는 음성 안내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오후 2시쯤 은행 콜센터에 연결한 직장인 D 씨는 “내 앞에 60~70명이 대기하고 있어 통화 연결하는 데만 20분 가까이 걸렸다”며 “은행에서 안내한 챗봇(AI 상담솔루션)을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문의가 매우 몰렸으리라고 짐작된다”고 전했다.
정부도 혼란에 일조했다. 출생연도별로 가입 가능 날짜를 지정하고 가입자를 받았으나 출시일부터 서민금융진흥원의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가입자가 폭증했다. 애초 정부는 2022년 말까지 청년희망적금 가입 신청을 받되 예산이 소진되면 더 이상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사업에 배정된 정부 예산이 456억 원으로 약 38만 명밖에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기소진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상품 출시 이틀째 되는 날 정부는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3월 4일까지 가입을 신청한 청년들은 전부 받아준다는 내용을 긴급발표했다.
직장인 E 씨는 “처음엔 날짜가 지나면 가입을 못한다길래 별 수 없이 최고우대금리를 포기하고 가장 빨리 개설이 되는 은행에서 가입했다”며 “되는 대로 우대 이율 적용받으려 체크카드까지 새로 만들었는데 정부가 갑자기 기한을 늘리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잘못 개설했으면 해지하고 주거래 은행에서 다시 개설할 수는 있지만 은행 측에서도 서민금융진흥원과 정보를 주고받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곧바로 신규 개설이 가능할지는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은 항상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바꿔버리니까 문제가 된 것”이라며 “충분히 고심해서 정책을 설계했다면 이렇게 홍보도 부실하지 않았을 것이고 가입자들이 지금 같은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평성 논란도 적지 않다. 정부는 2021년 총 급여가 3600만 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고 홍보했으나 전년도 소득은 7월에야 확정 소득 자료가 나오기 때문에 당장은 가입이 어렵다. 가입 기한이 3월 4일까지로 한정되면서 결국 2020년 국세청 소득기준을 놓고 가입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SNS 상에서 사회초년생이라고 밝힌 한 청년은 ‘재작년에 일하다 그만둔 사람들은 가입할 수 있고 작년 초부터 쭉 일하고 있는 나는 가입하지 못하는데 이게 정말 형평성에 맞는 거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편 국세청 소득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특고직)들도 가입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금으로 임금을 받는 등 비공식적 경제활동이 많아 소득 증명이 어려운 데다 직장인들과 달리 전체 소득이 행정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 또한 프리랜서나 특고직의 경우 “소득금액증명원을 따로 뗄 수 없으면 청년희망적금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한 관계자는 “프리랜서와 특고직의 경우 소득 증명하기가 까다롭고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쉽사리 동참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도와주는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 현 방침은 배제되기 쉬운 구조”라고 비판했다. 김대종 교수는 “경제의 목표는 공정성과 효율성인데 이번에 둘 다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정책을 집행할 것인지 원칙을 확실하게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만을 갖거나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