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 30만표, 4위 허경영 등 군소후보 41만표…윤석열-이재명 양강 후보의 과반 득표 저지
“이런 선거가 다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20대 대선 개표 과정을 지켜보며 나온 탄식 일부다. 사전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무효표와 군소후보 득표수가 승부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되리라 짐작한 이는 정치권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 대선에서 무효표는 총 30만 1032표가 나왔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 사이 격차보다 많은 양의 무효표가 나온 셈이다.
변수는 또 있었다. 군소후보들의 존재감이다. 4위를 차지한 ‘전업 대선후보’ 허경영 국민혁명당 후보는 28만 1481표를 얻어 득표율 0.83%를 기록했다. 허 후보는 무효표와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이재명 후보 사이 격차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허경영 후보를 포함한 군소후보 9명 득표수 총합은 41만 4400표였다. 무효표와 군소후보 득표수를 합치면 71만 5432표 규모다.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80만 3358표를 얻으며 득표율 2.37%를 기록했다.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사표’의 총량이 151만 8790표였다. 선거에 만약은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사표의 수와 1, 2위 사이 표 차이를 비교하게 만들 정도로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 결과론적으로 무효표와 중·하위권 후보들이 얻은 표가 승패에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했다.
한 선거 전문가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임에도 투표율이 77.1%로 높은 상황에서 ‘사표’의 존재는 거대 양당 대선 후보 모두에게 과반 득표를 저지하는 영향력을 미쳤다”면서 “다른 의미로 보면 사표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기득권 정당들을 맞춤형으로 심판한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