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 비행 성공 ‘스카이드라이브’ 2025년 택시 서비스 기대…하늘 나는 바이크 ‘엑스투리스모’는 지난해 예판
일명 ‘플라잉카’라고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이 상용화를 목표로 막판 스퍼트에 들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다. 비행기처럼 활주로가 필요 없으며, 복잡한 도시 내에서도 자유롭게 이착륙이 가능하다. 또한 전기가 동력원이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인 셈이다.
플라잉카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는 배경에는 “도심의 교통체증 해소 및 지방에서 소멸해가는 교통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가령 다리가 없는 강을 건너거나 초고층 빌딩 옥상에서 옥상으로 직접 이동도 가능하다. 도로교통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것. 무엇보다 목적지로 향할 때 환승하는 횟수가 줄어들어 소요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드론 기술의 발달과 배터리의 고성능화도 플라잉카 개발에 불을 댕겼다. 여기에 최근 탈탄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타트업을 포함해 항공기술을 선점한 항공업계,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자동차업계까지 참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플라잉카 경쟁 열기가 뜨겁다.
특히 일본의 경우 플라잉카를 실제로 탈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다. 2025년 4월 개막하는 ‘오사카 엑스포(만국박람회)’의 주안점 중 하나로, 오사카부와 일본 정부가 관련 사업을 강력히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비행을 위한 인프라 정비를 시작으로 국내외 복수 기업들이 만국박람회에서의 비행 실현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기체 개발은 혼다와 가와사키중공업, 도쿄대에서 파생된 벤처기업 등이 힘을 쏟고 있는데, 그중 선두를 달리는 것이 ‘스카이드라이브(SkyDrive)’다. 이 회사는 2020년 8월, 유인 시범 비행에 성공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시험기체(SD-03)는 이중 반전식 프로펠러가 장착됐으며, 길이와 폭은 4m로 알려졌다. 주차할 경우 기존 차량 2대 정도의 공간을 차지한다.
스카이드라이브의 후쿠자와 도모히로 대표는 “해외에선 이착륙할 때 헬리포트가 필요한 크기의 기체가 많다”면서 “일본만이 가능한 콤팩트하고 취급하기 쉬운 플라잉카로 차별화를 노린다”고 밝혔다. 향후 편의점 주차장 등 좁은 공간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는 2인승기를 개발해 완전 자율주행까지 목표로 한다.
일단 항공법의 기준에 적합한 형식증명을 받고, 2025년 오사카만 지역에서 하늘을 나는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눈앞의 과제다. 일본 매체 ‘닛케이트렌디’에 따르면 “스카이드라이브는 2021년 10월말 국토교통성에 신청해 ‘플라잉카’로서는 처음으로 수리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개발과 병행해서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한편, 자동차뿐만 아니라 지면으로부터 떠올라 주행하는 ‘하늘을 나는 바이크’도 관심을 모은다. 상품화까지 도달한 것은 A.L.I테크놀로지스의 ‘엑스투리스모(XTURISMO)’다. 앞뒤로 장착된 네 개의 프로펠러가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100km 정도다. A.L.I.테크놀로지스의 가타노 다이스케 대표는 “레저 활동은 물론이요, 도로 상태와 관계없이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해 시 긴급한 이동에도 활약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야마나시현과 협정을 맺어 향후 재해 구조에서의 이용 가능성을 모색해갈 예정”이라고 한다.
엑스투리스모는 2021년 10월 예약 판매를 개시했다. 일반 발매에 앞선 ‘레이싱모델’이며, 한정 판매로 알려졌다. 유인 주행 모습도 함께 공개됐는데, 공중으로 떠올라 팔자 선회를 하는가 하면, 제자리 비행 모습도 선보였다. 가격은 7700만 엔(약 8억 2000만 원). 회사 측은 “고급화 전략으로 임팩트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도로교통법상 공공도로에서의 비행이 금지돼 있다. 요컨대 현재로서는 해상이나 경주용 도로 등 한정된 구역에서만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의 활용이 가능하다. 가타노 대표는 “엑스투리스모가 발매된 것을 계기로 규제완화 및 실용화 논의가 본격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시판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아닌 ‘경량 비행기’로 분류되는 등 규제의 벽이 남아 있다. 당연히 드라이버에게는 일정한 면허·자격이 필요하므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갖춰지진 않았다.
이와 관련, 닛케이트렌디는 “수년 안에 플라잉카가 비행기의 틀에서 벗어나 자가용이나 택시처럼 거리를 저공으로 다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관련 사업에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될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일본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용화’ 로드맵
#2023년
플라잉카 실용화는 우선 물자운반 분야부터 출발해 재해 및 구급 대응, 해상 등 한정 지역에서의 오락 용도, 지방에서의 이동수단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25년
△HEXA=미국 리프트에어크래프트사의 1인승 유인비행 드론. 마루베니 에어로스페이스와 제휴해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실증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5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서 서비스 제공을 모색하고 있다.
△VA-X4=영국 브리스톨 벤처기업이 개발한 5인승 eVTOL. 일본 대기업 종합상사인 마루베니가 ‘2025년 에어택시 사업 시작’을 목표로 삼고, 200대를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VoloCity=독일 드론업체 볼로콥터가 개발한 2인승 eVTOL. 이미 도시지역에서의 실증 실험에 성공했다. 일본항공(JAL)과 제휴해 만국박람회를 비롯해 일본에서의 사업 개시를 목표로 한다.
#2030년
2021년 9월, 혼다는 eVTOL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며, 가스터빈과 전기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다. 도시 간의 장거리 이동에 대응한 기체를 개발한다.
#2030년대 이후
도시 교통 인프라로 활용되며 원격조작, 자율주행, 수요맞춤형 운항 등 MaaS(서비스형모빌리티)가 에어모빌리티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