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마운드 오래 서는 게 목표…까다로운 우리나라 선수들 상대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
양현종은 타이거즈(전신 해태 포함)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다. 통산 147승을 올려 팀 역대 최다승 2위에 올라 있다. 선동열 전 KIA 감독의 승수(146승)는 이미 넘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보유한 구단 역대 최다승(152승) 기록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까지 명실상부한 KIA의 에이스 자리를 지켰다.
2021년은 험난했다. 꿈을 찾아 미국으로 갔지만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산하 마이너리그 팀을 오르내리며 한 시즌을 보냈다. KIA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와 4년 최대 103억 원에 계약해 다시 에이스를 품에 안았다.
스프링캠프 마지막날 만난 양현종은 “올해는 TV에 더 많이 나오고 싶다”고 했다. 더 자주 마운드에 올라 더 오래 공을 던지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이미 2014~2020년 7년 연속 170이닝 이상 투구한 ‘이닝 이터’다. 그중 다섯 번은 180이닝을 넘겼다. 그런데도 여전히 ‘던지는 것’에 목마르다. 에이스의 미덕이다.
―복귀 후 첫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개막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아픈 데 없이 잘 끝나서 좋다. 연습경기엔 나서지 않았지만 라이브 피칭을 통해 내 공이 어떤지 타자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스피드보다 공의 궤적이나 공 끝의 힘 등을 많이 생각하면서 던졌다. 타자들이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 계획대로 잘 준비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작년 이맘 때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됐을 듯하다.
“여러모로 좋다. 지난해는 새 팀에서 선발 경쟁을 하다 보니 조금 무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선발진에) 한 자리가 있는 올해는 등판 날에 초점을 맞추고 몸을 만들 수 있어서 확실히 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여러 가지 훈련들을 던지는 날에 맞춰서 해나가면 된다. 내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년 만에 팀에 돌아와서 익숙한 동료들과 훈련했는데.
“다들 많이 반가워해줬고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수들이나 나나 마치 며칠 동안 가까운 데 다녀온 사람처럼 어색한 점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 잘 스며든 것 같다.”
―팀을 잠시 떠났다 돌아오니 최고참급이 됐다.
“그렇다. 나도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팀에서는 고참이기 때문에 이제 말수를 좀 줄이려고 한다. 중고참일 때는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어린 선수들에게 얘기를 많이 하기가 나도 부담이 되더라. 말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나는 가볍게 말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 1차 지명 김도영이나 2차 1라운드 왼손 투수 최지민처럼, 좋은 신인도 들어왔는데.
“워낙 나이 차가 많다 보니 둘 다 얘기를 많이 못했다. 아직은 서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 같다. 나도 먼저 연락하고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신인급 선수들하고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시즌을 시작하고 같이 생활하다 보면 더 편해지지 않을까. 경기를 시작하면 서로 질문하고 뭔가 알려주기도 하면서 잘 지낼 것 같다.”
―작년에 TV로 봤을 때 많이 좋아졌다거나 인상 깊은 타자가 있던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정말 여전히 잘한다. 강백호(KT 위즈)도 많이 의젓해진 것 같다. KBO리그를 밖에서 본 입장에서 이제 우리나라에서 잘 치는 타자들은 누구든 상대하기 어렵고 까다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MLB 경험이 올 시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즌을 시작해봐야 알 것 같다. 1년만 다녀온 거지만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이전과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 거다. 올해 같은 경우는 KBO리그 스트라이크존도 달라진다고 하니 여러 변화에 대해 나도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
―올 시즌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나.
“재밌는 시즌이 될 것 같다. 나 스스로 기대도 많이 되고, 팀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사실 이맘때는 우리 팀뿐 아니라 10개 구단 모든 선수들이 다들 기대감을 갖고 개막을 기다리는 시기다. 팀마다 새로운 선수도 들어오고, 새 시즌 준비를 위해 모든 선수가 열심히 캠프 일정을 소화하면서 높은 곳을 향해 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다른 선수들처럼 이번 시즌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건 똑같은 것 같다. 특히 올해 정규시즌은 모처럼 관중도 많이(100% 수용 검토 중) 들어오실 텐데, 마운드에서 팬들의 응원 속에 공을 던질 날이 온다고 생각하면 많이 설레기도 한다. 올해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서 144경기 시즌을 치른 뒤 어떤 성적이 나와 있을지도 기대된다.”
―정말 모처럼 KIA 팬을 홈구장에서 만난다.
“선수들 못지않게 팬들도 (개막을) 많이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다. 작년에 TV로 KBO리그 경기를 봤을 때는 (코로나19 여파로) 팬이 야구장에 많이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 팬들이 응원을 크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더라.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오시고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올 시즌에는 내가 TV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KIA팬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이 TV를 틀었을 때, ‘양현종 또 던지고 있어?’, ‘아직도 던지고 있어?’ 이런 말을 듣는 게 목표다. KIA팬들은 물론 나를 잘 아시겠지만, 작년부터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팬들은 ‘양현종’이라는 투수를 잘 모를 수도 있지 않나.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른 팀 팬들도 나를 보면서 ‘또 나왔어?’ ‘이번 이닝도 또 올라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마운드에 오래 서 있고, 오래 던지고 싶은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