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성인-미성년 러브라인 시청자 지적…2013년 ‘감자별’ 키스신은 방심위 주의조치 받기도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 젊은 시청자들의 ‘원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tvN 토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3월 13일 방송된 10회에서 극 중 열아홉 살인 나희도(김태리 분)와 스물세 살인 백이진(남주혁 분)의 관계를 사랑으로 정의하며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나이 차로 본다면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지만 희도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앞서 이들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주고 또 의지하는 ‘구원 서사’의 모습을 띠었다. 길지 않은 삶 속 각자의 밑바닥을 경험해 본 두 남녀가 어깨를 맞댄 채 함께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처럼 남녀라는 성별 차를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관계에 애정의 기운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도 변한 것이다. 아무리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제목처럼 본격적인 로맨스는 두 남녀가 성인이 된 뒤에 이뤄진다 하더라도 성인인 남주인공이 아직 미성년자인 여주인공에게 ‘직진’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성인과 미성년자의 사랑은 매우 민감하게 여겨져 왔다. 2013년 tvN 드라마 ‘감자별 2013QR3’에 출연한 아역배우 출신 여진구와 하연수의 강도 높은 키스신이 거센 질타를 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당시 여진구는 만 16세로 아직 현역 아역배우라는 이름표가 따라다닐 때였다.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감자별 2013QR3’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JTBC 드라마 ‘마녀보감’(2016)도 같은 문제로 방영 전부터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다. ‘마녀보감’에서는 아역 출신 김새론(당시 17세)이 열네 살 차이나는 상대역 윤시윤(당시 31세)과 로맨스 신을 찍는다는 점이 상당한 이슈를 낳았다.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쉽게 하기 위해 주인공 커플의 나이 차를 과하지 않게 설정하거나, 다소 과하더라도 여주와 남주 모두 성인으로 설정해 왔던 그동안의 로맨스 작품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이었던 탓이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당시 윤시윤은 ‘마녀보감’ 제작발표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김새론은 캐릭터 나이로 17세를 연기하는 것이고 욕을 하시려면 (나이와 맞지 않은) 17세로 나오는 저에게 하셔야 한다”며 논란을 진화시켰다.
신드롬 같은 인기 몰이를 했던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신)-도깨비’(2016~2017) 역시 극 중 19세 미성년자로 등장했던 김고은과 935세 도깨비 공유의 로맨스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판타지라곤 하지만 30대 중후반의 성인 남성과 교복을 입은 여고생의 사랑이 옳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 같은 설정을 비판하는 이들과 “드라마는 제발 드라마로 좀 보자”라는 긍정파들 간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키스신으로 논란을 빚었던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2020), 성인 커플 케미를 보여줬던 남주의 뒤늦은 미성년자 고백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KBS2 ‘도도솔솔라라솔’(2020), 13세 소녀의 첫사랑을 27세 군인으로 그려내 “지상파에서 소아성애 코드를 보여준다”는 지탄을 받았던 KBS2 ‘신사와 아가씨’(2021), 여교사와 남자 고등학생의 사제 관계를 뛰어넘은 로맨스가 지적됐던 tvN ‘멜랑꼴리아’(2021)까지. 찰나의 설정일지라도 미성년자와 성인의 로맨스가 등장한 작품은 늘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작품 속 로맨스 판타지와 현실은 반드시 구분돼야 하고 이를 동일시하는 일부가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실제 성인과 미성년자의 ‘그루밍 성폭력’(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가해 행위를 하는 것)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판타지라는 이유로 무해한 것처럼 소비돼서는 안 된다는 게 비판적인 시청자들의 입장이다.
다만 제작진들은 의견이 다소 갈리기도 한다. 이전보다 더욱 민감해진 시청자들의 수용 태도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과하지 않은 설정은 스토리에 맞게 시청자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며 소재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 공존해야 한다고 짚었다.
익명의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을 제작진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설정을 대놓고 앞세우거나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로맨스라면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시작되는 지점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설정 하나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여러 방향을 함께 봐주신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