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 노조 설립에 물적분할 비판, 공정위 과징금까지…LS “분할 관련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정책 수립”
지난 2월 1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LS일렉트릭 사무직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했다. 사무직 노조가 설립된 지 9일 만이다. 사무직 노조는 기존 기사직(생산직) 노조와 동일한 처우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균등 분배와 특근, 야근, 연월차 등 각종 수당 동일 지급을 골자로 한다. 임금피크제 대상도 5년에서 4년으로 변경되길 원한다. 급여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9년 도입된 페이그레이드(Pay grade)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직급별 보상체계에서 벗어나 개인 성과에 따라 급여 인상폭에 차별을 둔다. 진급이 누락되면 임금상승률이 삭감되는 방식이다.
사무직 노조 설립의 단초를 제공한 건 사측이다. 올해 초 LS일렉트릭 본사에서 근무 중인 서비스부문 전 직원이 지방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사측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서비스 부문을 하청으로 돌리고자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비스부문 직원들은 곧바로 반발하며 사무직 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사무직 노조위원장도 서비스 부문 직원이다. 서비스 부문은 수배전 및 초고압 시험, 시운전 등의 직무를 담당하며 고객사 현장에 지원 업무를 나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결국 3월 초 사측은 서비스부문 직원들을 다시 본사로 올려보냈다. 그 사이 사무직 노조는 세를 확대하고 있다. 3월 18일 기준 사무직 노조의 네이버 밴드 가입자는 268명에 달하고, 노조 가입자 수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은 정작 이번 인사 파동의 최고 책임자가 아닌 서비스 부문 인사를 진행한 팀장만을 보직 해임하는 데에 그쳤다. 사측의 '꼬리 자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LS그룹 외부에서는 물적분할과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 8일 LS일렉트릭은 EV릴레이 사업을 물적분할해 LS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EV릴레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파워트레인에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공급·차단하는 스위치와 같은 핵심 부품이다. LS일렉트릭은 오는 3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할을 확정하고, 4월 1일에 분할을 단행할 예정이다.
전기차 부품사업은 LS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는 사업이다. 실제 구자은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탄소 중립을 향한 에너지 전환은 결국 전기화 시대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며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신사업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손잡이 경영은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을, 다른 한 손에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잡고 두 개를 균형 있게 추진함으로써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주)LS와 LS일렉트릭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이번 물적분할에 대한 반감이 크다. 분할 이후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의 주식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되면서 EV릴레이 사업 부문의 가치는 더욱 커질 정망이다. 결국 물적분할돼 신설될 LS이모빌리티솔루션이 기업공개(IPO·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된 전망이다.
이와 관련, LS그룹 관계자는 “지난 2월 25일 (주)LS가 200억 원 규모의 LS일렉트릭 주식을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LS이모빌리티솔루션 분할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여지를 없앴다. 오히려 EV릴레이 사업이 호조를 띨 경우 LS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며 “LS일렉트릭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별도제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최소 주당 1000원 이상을 배당키로 하는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앞서 LS그룹은 그룹 내 흩어져 있던 전기차 관련 계열사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진행했다. 방법은 이번에 논란이 된 물적분할이 주로 사용됐다. 구자은 회장이 LS엠트론 회장 재임 당시인 2021년 1월 LS엠트론은 전기차 부품사업팀인 울트라커패시터를 물적분할해 LS머트리얼즈를 출범시켰다. 이후 LS전선은 LS알스코를 LS머트리얼즈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LS알스코는 LS전선의 전기차 관련 알류미늄사업부가 분사돼 설립된 곳이다. 2018년 LS전선은 자동차 사업부문인 하네스앤모듈 사업을 물적분할해 ‘LS EV KOREA’를 설립했다.
최종적으로 LS머트리얼즈의 지분을 사들인 LS전선이 LS EV코리아, EV폴란드, 락성전람(무석)유한공사(LSCW), LS머트리얼즈, LS알스코 등 전기차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LS그룹은 향후 LS EV 코리아와 LS알스코의 몸값을 끌어올린 뒤 IPO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LS는 LS전선과 LS일렉트릭 지분을 각각 91.24%, 46%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기차 관련 계열사 조정의 주요 관계자들은 구자은 회장의 그룹 회장 선임과 함께 영전했다. 명노현 LS전선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주)LS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신재호 LS엠트론 부사장은 LS엠트론 CEO가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위반한 LS엠트론과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쿠퍼스탠다드)에 과징금 13억 8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LS엠트론은 하도급업체로부터 엔진을 연결하는 터보차저호스 금형 제조 방법에 관한 기술자료를 받은 후 단독 명의로 특허를 출원·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하도급업체와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쿠퍼스탠다드는 LS엠트론이 2018년 8월 물적분할해 신설한 자동차용 호스 부품 제조·판매사업 회사다.
이와 관련, LS엠트론 관계자는 “독일 V 사와 도면, 샘플 자료 등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이를 하도급사인 D 사에 전달하고 제품 제작을 의뢰했다. 하지만 수율에 이슈가 발생하면서 독일 V 사 도면과 하도급사인 D 사의 도면을 비교하기 위해 도면을 요구했다”며 “당사는 처음부터 D 사의 기술을 뺏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천기술이 독일 V 사에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당사가 특허 출원을 해도 된다고 당시 판단을 내렸다. 향후 당사는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 후 면밀히 검토해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