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리에 따라 단일화 룰 뒤집으면 안 돼…전교조 명단 공개, 잘못된 일 아니라고 생각”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제18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인천 남동을에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국회의원 재직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조 예비후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유행어를 ‘내로남불’이라 표현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준 사자성어’를 최초로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인물인 셈이다.
조 예비후보는 박선영 21세기교육포럼 대표, 이대영 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학 교수, 최명복 전 서울시 교육의원 등과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 단일화 국면에 돌입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조영달 교수가 단일화 전선에서 이탈했고, 박선영 후보는 기존 교추협에서 합의했던 여론조사 60%, 선출인단 40% 방식 대신 여론조사 100%로 단일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 예비후보는 이와 관련해 “룰이라는 것은 한번 정해놨으면, 더구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수장인 교육감이 될 사람이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호떡 뒤집듯이 룰을 바꾸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치 선출인단 명단 접수 과정에서 조직적인 부정이 있는 것처럼 의혹이 제기됐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박선영 예비후보 측은 3월 17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한 조 예비후보를 겨냥해 해당 유튜브 채팅창에서 거주지가 서울이 아닌데도 선출인단으로 신청하도록 독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3월 23일 박선영 예비후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것은 부정선거이며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조 예비후보는 “방송 당시 댓글창이 멀리 있는데다, 워낙 휙휙 빠르게 지나가서 직접 확인을 못한 상황이었다”면서 “진행자 강용석, 김세의가 완전 딱딱 쏘아대는 스타일로 말을 거는데, 거기에 대답을 하면서 댓글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시교육감 중도·보수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조 예비후보는 한숨을 쉬며 “여태까지 그 정도로 학습을 했으면 됐다”면서 “그동안 보수가 분열한 결과가 어땠느냐”고 반문했다. 조 예비후보는 “이 사람들(예비후보들)이 처음 다 모였을 때 무슨 이야기가 됐느냐 하면, 이번에는 무조건 단일화 한다고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영달 예비후보도 그렇고, 박선영 예비후보도 그렇고 나도 이런 말을 했다. ‘단일화 깨면 역적’이라고…. 교육감 선거의 경우엔 초·중·고 학생들 교육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을 뽑는 일이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보다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한 마음으로 뭉쳐도 쉽지 않은 국면에서 단일화가 난항을 겪는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다.”
조 예비후보는 2010년 국회의원 재직 당시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메가톤급 논란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사건에 따른 법원 판결에 따라 조 예비후보는 전교조에 16억을 배상한 전력이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 예비후보는 “교육기본법 6조 1항에 따르면 교사가 자신의 정파성이나 정치적 편견,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교육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육기본법을 위반하는 이런 일들이 교실이란 갇힌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시민과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어떤 교원단체에 속해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적어도 헌법적 양심에 따르면 내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자신들을 참교육하는 참스승이라고 얘기하는데 내가 명단을 공개했으면 ‘참스승 명단’을 공개한 것 아닌가.”
조 예비후보는 “나와 전교조를 철천지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니”라면서 “전교조가 박멸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적 성향이나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친구나 가족과 얘기할 때나 용납되는 것이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그런 것을 전파한다면 그것은 정신적인 폭력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일엔 수요와 공급이 있다. 교육에선 학부모를 교육 수요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근원적인 공급자이기도 하다. 교육의 수요와 공급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주체”라면서 “교사의 권리 역시 학부모로부터 나온다. 결국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가 학부모의 권리에 미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