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유엔사 개발 등엔 호재, 규제 선설 땐 악재 돌변…원전 순항 예상 속 UAM 등 신사업엔 우려 나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부동산 득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이태원 크라운호텔을 2500억 원에 인수했다. 크라운호텔은 3성급 호텔로 대지면적은 7011㎡(약 2120평)에 달한다. 국방부 청사와의 거리는 2km도 채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해당 부지를 고급 레지던스나 오피스텔로 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건설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 그만큼 유동인구가 늘어나므로 인근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상권이 활성화하면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므로 크라운호텔 부지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0% 증가했다. 서울 전체 상승률 0.02%에 비해 0.08%포인트(p) 높은 수치다. KB부동산은 용산구 부동산에 대해 “용산정비창 개발, 한남뉴타운 사업, 이촌동 리모델링사업 등 개발호재 속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한 지역 개발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 사업도 호재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21일 일레븐건설이 발주한 이태원동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일레븐건설은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유엔사 부지를 1조 552억 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일레븐건설은 이곳에 지하 8층, 지상 20층 아파트 420가구와 오피스텔 722실, 6성급 호텔(285실), 업무·판매 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브랜드 아파트가 유엔사 부지에 건설되면 금전적 이득뿐 아니라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분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오히려 악재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우선 대통령 집무실은 보안이 중요하므로 개발 과정에서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가 신설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크라운호텔이나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일단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 20일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돼 왔으며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고 밝혔다.
규제가 없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인근에는 항상 크고 작은 시위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보안 등을 이유로 경찰 병력이 상시 배치돼있고, 경우에 따라 검문소가 설치될 때도 있다. 또 대통령이 이동할 때는 경호 병력이 따라붙고, 신호등도 통제한다. 당연히 시위에 따른 소음과 교통체증이 발생될 수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유엔사 부지 개발 시행사인 일레븐건설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대건설 사업 전망 살펴보니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면 현대건설의 주 사업인 건설 사업은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3월 25일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새 정부 공급정책 방향 △과도한 규제의 합리적 정상화를 통한 민간의 주택공급 활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재건축 관련 규제 등의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히면서 현대건설의 원전 사업도 당분간 순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에 대해 “국내 원전 관련 총 30기 중 18기 시공 이력을 바탕으로 원전 정책 정상화 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도 지난 3월 24일 주주총회에서 “국내 원전의 60%를 시공한 기술력을 토대로 원전해체 및 SMR(소형모듈원자로) 분야 선도기업인 홀텍과 사업협력계약을 체결했다”며 “향후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관련 사업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이 현대건설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힘을 받았던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 동력은 과거와 같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2019년 65메가와트(MW) 규모의 서산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고, 지난해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하는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간의 적정 에너지믹스를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탈석탄과 탈원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이를 대부분 신재생발전으로 대체하려던 것과 비교했을 때 원전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신재생발전의 확대 속도는 축소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의 다른 신사업인 UAM 사업 관련해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 인천국제공항공사, KT, 대한항공과 ‘UAM 산업의 성공적 실현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및 제반시설 설계·시공 기술개발과 육상교통과 연계한 모빌리티 허브 콘셉트를 개발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UAM 실증사업 시설 구축도 지원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3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UAM 사업의 경우 다른 곳으로 추락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우선은 한강변을 따라 시범 사업을 하게 돼있다”며 “(집무실을 이전하면) 한강변에 비행 금지 구역을 설치하지 않을 수 없으며 UAM 사업의 중심 분야가 뻥 뚫리게 돼서 사실상 이 사업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UAM 사업은 실증사업조차 거치지 않은 사업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추후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태양광 사업은 현대건설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