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산은의 ‘알박기 인사’ 지적 나와…독립 경영·재무구조 개선 등 숙제
#박두선 사장 선임에 알박기 논란 왜?
대우조선은 지난 3월 28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박두선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두선 신임 사장은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프로젝트운영담당 상무,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특수선사업본부장 전무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9년 4월부터 대우조선 조선소장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서는 박두선 사장의 선임을 놓고 ‘알박기 인사’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에 현 정권과 밀접한 인물로 인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이다. 대우조선 사장의 임기는 3년이므로 박 사장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윤석열 정부 4년차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박두선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 문재익 씨와 한국해양대 해사학부 78학번 동기이자 항해 34기 동기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2016년 상무였던 박 사장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인 2018년 전무에서 2019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더니 문 대통령 임기 말인 지금 사장에 내정됐다”며 “박 사장과 같은 전문성 없는 친정부 인사에 대한 보은 인사, 임기 말 알박기 인사로는 부실의 오명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 자체 조사 결과 대통령 임기 종료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정권 말 측근 챙기기용 알박기 인사로 52개 기관에 총 59명이나 임명됐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박두선 사장은 지난 3월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활동을 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제보 받은 내용에 의하면 대우조선 내부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선거 운동 관련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는 (제보자에게) 묻지 않았다”고 전했다.
산은은 알박기 인사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대우조선 사장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관리위원회)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하면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산은이 직접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은이 관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므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고 있다.
대우조선 내부에서도 박두선 사장이 현 정권과 밀접한 사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오랜 기간 대우조선에서 근무한 경력 덕분인지 큰 반발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박두선 사장이) 친문 인사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30년 이상 대우조선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크게 반대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박두선 사장의 과제
대우조선 내부에서는 산은이 대우조선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한다고 주장한다.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3월 24일 노보를 통해 “신임 사장이 경영진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산은이 딴지를 건다는 것은 경영 간섭의 도를 넘는 행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알력이 있었다는 '카더라' 소문이 돌았다”면서도 “이사진 구성이 쉽게 정리된 것으로 보아 소문에 비해서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비단 인사권이 아니더라도 산은이 대우조선 경영에 과도한 간섭을 한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산은은 2017년 ‘지원단’과 ‘경영관리단’이 대우조선 지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원단은 대우조선의 주요 경영실적과 현안을 관리위원회에 매월 보고하고, 경영관리단은 대우조선에 상주하는 관리인력으로서 경영현안과 자구노력 이행 실적 등을 점검한다. 즉, 지원단과 경영관리단은 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한 권고사항을 대우조선이 이행하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지원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의 ‘조선해운지원단’과 수출입은행의 기업구조혁신실 직원들로 구성되며 산은 조선해운지원단장이 지원단장을 맡는다. 또 경영관리단은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5명이 산은 직원이다. 산은이 대우조선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앞서의 인사는 “산은 직원들이 대우조선 재무에 관련된 대부분 업무를 관여하고 있으며 사장이 뭘 하려고 할 때마다 딴죽을 건다”며 “전임 사장은 산은에게 휘둘린 수준을 넘어서 아무 것도 못했고, 박두선 사장은 내부 직원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본인만의 추진력을 갖고 일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재무구조 개선도 넘어야 할 벽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매출 4조 4866억 원, 영업손실 1조 7547억 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79.04%에 달한다. 하지만 박두선 사장은 그간 선박 생산관리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이 때문에 영업·재무 전문가가 대우조선 사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도 나왔다. 이주환 의원은 “대우조선 재매각 추진에 앞서 재무구조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통상적으로 조선 산업 특성상 영업 수주가 돼야 생산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영업부문과 재무를 총괄·겸비한 임원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박두선 사장은 오랜 기간 대우조선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므로 알박기 인사라고 하는 것은 동의하기 쉽지 않다”며 “산은이 대우조선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무작정 자율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고, 과거에도 대우조선의 관리를 방만하게 해서 문제가 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업의 경우 조선업계 특성상 기존 고객으로부터 수주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고객의 니즈에 맞춰 선박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무는 현재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신규 차입을 할 수도 없으므로 대우조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선소장이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