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불투명한 미래에 인수 후보 기업들 손사래…경쟁력 강화 뚜렷한 대책 없는 산은에 비난 목소리도
이동걸 회장은 지난 1월 27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구체적인 경영 컨설팅 결과를 보고 대우조선의 강점과 약점을 확인하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매각을 당장 진행하기보다는 내실을 먼저 다지겠다는 것이다. 이동걸 회장은 이날 대우조선 매각 관련 ‘플랜B’가 있다고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채권단이 대우조선에 지원한 금액은 4조 2000억 원이고, 이 중 산은이 2조 6000억 원을 부담했다. 대우조선을 헐값에 매각하면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실적도 좋지 않고, 전망도 불투명해 마냥 높은 매각가를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이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겠다고 한 것도 대우조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대우조선의 실적은 수년째 악화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매출은 2018년 9조 6444억 원, 2019년 8조 3587억 원, 2020년 7조 302억 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2021년 1~3분기에도 매출 3조 1309억 원, 영업손실 1조 2393억 원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국내 조선업계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 조선 업체가 약진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점차 한국·중국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시장 구조에서 중국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점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조선 산업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일부 시장을 재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조선업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로봇, 인공지능(AI), 수소 등 각종 신사업에 진출했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처럼 신사업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가 선전하면서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조선업 외에 이렇다 할 사업이 없으며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부채총액이 2021년 9월 말 기준 7조 6634억 원에 달해 신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이동걸 회장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으면 (대우조선에) 추가 자금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장은 산은의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다.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21년 11월 대우조선소를 방문해 “지역사회에도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일자리 문제도 합리적으로 길을 찾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경남지역 조선 생태계가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를 언급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은 특히 어려워진다.
대우조선의 전망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우조선은 2021년 총 108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 수주에 성공해 목표치인 77억 달러(약 9조 2100억 원)를 뛰어넘었다. 올해도 대우조선은 연이은 수주 소식을 알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1월 6일 LNG운반선 2척을 5021억 원에 수주했고, 1월 11일에는 가스전 제어 설비(FCS) 1기를 6561억 원에 수주했다. 지난 2월 3일에도 선박 8척을 1조 8438억 원에 수주했다. 수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2023년부터 대우조선의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대우조선이 2022년 매출 4조 6840억 원, 2023년 5조 2230억 원을 기록하면서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1년 신규수주는 목표치 대비 141% 초과 달성했고, 수주잔량도 2년 이상의 물량을 확보해 2022년이 마지막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우조선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와 한화를 대우조선 인수 후보로 꼽는다.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방산업을 영위하는 한화는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포스코와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지만 매각가를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와 한화 모두 대우조선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조선업계 내에서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08년만 해도 대우조선이 꽤 인기 있는 매물이었지만 현재는 조선업 전망이 워낙 불확실해 국내 대기업이 인수를 시도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특히 포스코는 최근 지주사로 전환하고 수소, 2차전지 등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조선업까지 진출할 여유가 있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대우조선 매각이 무산된 후 대우조선 내부에서는 이동걸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은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비판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있고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누가 봐도 독점이 명백한 상황을 현대중공업과 산은만 아니라고 우기며 EU가 요구한 대책조차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오는 3월 대우조선에 대한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