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 갤럭시 S22 GOS 논란에 서버 해킹까지…우크라이나 관련 공급망 리스크 주가 악영향
지난 2월 25일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가 정식 출시됐다. S22와 S22플러스(+) 그리고 울트라까지 역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는 대대적인 홍보가 이어졌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더 이상의 발열 이슈는 없다’며 S22 시리즈의 냉각 시스템에 자신감을 보였다. 전작 S21의 경우 발열로 인한 성능 저하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고객들은 사전예약 직전 자정부터 구매 대기를 하며 호응했다. 사전예약 규모만 전작인 S21 시리즈의 2배 이상인 걸로 추정된다.
그러나 출시 직후 게임 옵티마이징 솔루션(GOS) 논란이 터졌다. GOS란 특정 고성능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할 경우, 성능을 저하시키는 제어 프로그램이다. 발열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S22 이용자 사이에서 게임을 켜자 버퍼링이 심하게 걸린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GOS는 기존 시리즈에도 탑재돼 있었으나 갤럭시 S22부터는 우회방법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논란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성능 측정 앱을 켰을 때는 GOS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의로 성능 측정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사는 부분이다.
민원이 빗발치자 삼성전자는 삼성 멤버스에 3월 3~4일에 걸쳐 두 차례 공지를 게시했다. 첫 번째 공지에서 상황 설명이나 사죄 표현 없이 GOS 설정을 끌 수 있는 '성능 우선 옵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하겠다'고만 밝혀 논란을 키웠다. 두 번째 공지에서 삼성전자는 ‘고성능의 게임 환경을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를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하고 ‘벤치마크(성능 측정) 툴은 게임 앱이 아니므로 GOS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전자기기 성능 측정 전문 플랫폼 긱벤치는 3월 4일(현지시간) 이를 ‘조작’으로 보고 GOS를 탑재한 갤럭시 S22, S21, S20, S10 전 모델을 안드로이드 벤치마크 리스트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긱벤치 안드로이드 벤치마크 리스트에서 ‘제외된 기기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종은 △원플러스9 △화웨이 메이트 P20 △샤오미 홍미노트8 프로 등 중국 스마트폰뿐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던 삼성전자의 체면이 단단히 구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처로 ‘제외된 기기 목록’의 40개 기종 중 약 78%인 31개를 삼성전자의 S시리즈가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종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앞으로는 소위 말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성능 향상 발표를 해도 그걸 믿을 수 있겠느냐는 신뢰의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반응도 싸늘하다. 삼성닷컴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럴 바엔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으로 갈아타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직장인 A 씨는 “삼성 단독 색상으로 주문을 넣어 아직 수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만 취소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며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 삼성의 ‘눈 가리고 아웅’식인 태도에 화난다”고 말했다.
3월 4일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허위 광고에 속은 국민을 보호해달라’며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는데 약 8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3월 16일 제53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일부 소액 주주들이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경영진 선임 등을 비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네이버에 개설된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방’ 카페는 삼성전자를 향해 인당 3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카페에는 현재 약 5000명이 가입돼 있다. 해당 카페는 수임료를 인당 3만 원으로 책정했다. 법무법인 에이파트의 김훈찬 대표 변호사가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다.
갤럭시 S22 시리즈가 플래그십 라인이라기에는 여러모로 품질이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두루 나온다. SNS(소셜미디어)의 한 유저는 “카메라도 이전 시리즈 기종이 더 선명하고 S22는 통화만 오래 해도 발열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C 씨도 “중저가 라인인 갤럭시 A31에서 갈아탔는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놀랐다”며 “알아보니 예전 폰 배터리 용량은 5000mAh였는데 갤럭시S22는 3700mAh에 불과해 플래그십 라인이라기엔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3월 5일(현지 시간) 국제 해커조직 랩서스가 삼성전자 서버를 해킹해 소스코드 등을 유출했다고 밝혔다. 랩서스는 지난해 12월 정체를 드러낸 해커조직으로 지난 2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해킹해 그래픽처리장치(GPU) 회로도를 포함한 주요 데이터를 탈취한 후 일부 유출해 입소문을 탔다. 바로 다음 타깃이 삼성전자였던 셈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탈취한 데이터를 무료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에 올렸다. 데이터 총 용량은 190GB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7일 정보유출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확인한 결과 유출된 데이터에는 갤럭시 기기 작동과 관련된 일부 소스코드가 포함돼 있지만 소비자나 임직원의 개인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형종 교수는 “소스코드가 없으면 해커가 프로그램 로직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코드가 노출되면 보안 취약점을 파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며 “그걸 악용해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악재를 반영한 듯 논란이 빚어진 직후인 3월 3일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줄곧 하락세다. 올해 초 8만 원을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3월 8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7만 원을 아래인 6만 9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전망은 삼성전자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네온 등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특수 가스들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들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경우 공급망이 타격을 입으리라는 예측에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줄어들고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경기가 둔화하며 실질 소비가 계속 감소하는 게 삼성전자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 팀장 역시 “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와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 영업상의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소비를 둔화시키는 측면도 있으니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