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지출액 매년 우상향, 회계 결산은 따로 안해 논란 자초…청와대 “공개의무 다해, 특활비 규모도 역대 정부 최저”
3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김정숙 여사 옷값 등 의전비용 공개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4월 1일 오후 1시 20분 기준 4만 5338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투명성은 이전 정권과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업무추진비 건별 세부집행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의 옷 구입에 국민 세금이 지원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국가 신뢰와 민주주의 근간이며 국민 알권리”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마땅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법원이 특활비 내역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청와대가 항소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 기록관으로 자료가 넘어가고, 그 자료는 비공개로 전환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세입·세출 예산 운용 상황 항목을 통해 장부를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청와대 관련 예산은 두 가지 항목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예산이고, 두 번째는 대통령 경호처 예산이다. 현재 청와대는 세입·세출 예산 운용 상황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예산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 예산 집행 내역은 별도로 마련된 대통령 경호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청와대 세입·세출 예산 운용 상황은 월별로 현황을 공시한다. 예산 집행 연도별 누적 합계치를 조회하려면 해당 연도를 선택한 뒤 12월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가 펼쳐진 2017년,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예산은 880억 6330만 원이었다. 결산 자료가 아닌 2017년 12월 기준 누적 지출액을 살펴보면 2017년 청와대는 751억 2608만 원을 지출했다.
2018년 청와대 예산은 898억 6815만 원으로 늘었다. 2018년 12월 기준 누계지출 금액은 862억 117만 원이었다. 2019년에도 청와대가 사용 가능한 예산은 증가했다. 936억 6900만 원이었다. 2019년 12월 기준 지출누계 금액은 899억 9400만 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에도 청와대 예산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2020년 예산액은 948억 2700만 원이었고, 같은해 12월 기준 누계지출 금액은 919억 3434만 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온전히 활용하는 마지막 회계연도였던 2021년에도 청와대 예산은 증가했다. 예산액은 976억 700만 원이었으며, 12월 기준 누계지출 금액은 899억 4757만 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마친 뒤 새 대통령을 맞아야 하는 2022년 청와대 예산은 처음으로 감소했다. 2022년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사용가능한 예산은 955억 7000만 원으로 책정됐고, 2월까지 123억 8142만 원이 지출됐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예산 규모는 임기 초반 4년 동안 ‘1000억 원 돌파’를 코앞에 둘 정도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그러다 정부 교체기에 접어들며 반짝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7년 880억 6330만 원이던 청와대 예산은 2021년 976억 700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2022년 955억 7000만 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누계지출 금액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 5월부터 12월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집행한 누계지출금액은 약 519억 원 규모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862억 117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지출은 919억 3434만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예산은 역대 최대치로 편성됐지만, 지출은 899억 4757만 원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와대가 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회계연도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예산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정부교체기인 2022년엔 예산이 감소했다”면서 “차기 정부를 맞이할 준비 차원에서 허리띠를 조여 맨 양상”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공개하고 있는 세출·세입 예산 운용 상황은 전반적인 예산과 지출 규모를 가늠하는 데엔 부족함이 없지만, 세부 집행 내역을 확인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출 항목(단위사업)이 약 다섯 가지로 압축된 까닭이다. 다섯 가지 단위사업은 인건비, 기본경비, 국정운영 지원, 정보화, 국가안보 및 위기관리 비용으로 분류돼 있다. 단위사업별 예산이 세부적으로 어떻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다만, 업무추진비에 대한 개괄적인 집행내역은 확인할 수 있다. 월별 예산 운용 현황 아래 ‘사업별 설명자료’ 항목에 주요 예산 집행 세부 내역 관련 자료가 올라와 있다. 해마다 예산 사업별 설명 자료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관련 자료가 게시돼 있다.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은 정책조정 및 현안 관련 간담회비, 국내·외 주요인사 초청행사비, 국가기념일 행사 지원 및 기념품비, 부서 업무추진 지원 등 기타경비 등으로 분류돼 비용 집행 횟수와 지출 규모가 적혀 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문재인 정부는 1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했다. 2019년부터는 분기별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업무추진비 공개 빈도가 늘어났지만, 비용 집행 관련 내용은 세부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현재 게시돼 있는 회계 결산 관련 자료는 1건으로 2016년 자료다. 박근혜 정부 임기 말 회계 결산 자료가 게시된 뒤 문재인 정부는 회계 결산 자료를 게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가재정법 제9조는 ‘정부는 예산, 결산 등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재정통계 관련 사항을 해마다 1회 이상 정보통신매체 혹은 인쇄물 등 적당한 방법으로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통계 관련 사항을 해마다 1회 이상 공표하는 것은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집행 내역을 결산하는 자료는 게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국회 홈페이지에 국회 운영위원회가 해마다 결산 심사 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기준 국회 홈페이지에선 2020년까지 청와대 관련 예산 결산 내용을 조회할 수 있다. 이 결산 심사 보고서에선 특활비 집행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검은 예산'이라 불리는 특활비 특성 상 증빙자료가 필요 없고 사용내역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4월 1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연도별 결산 내역이 올라와 있지 않다면 올릴 의무가 없으니 그렇지 않을까”라면서 “(공개가) 요구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충족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월 31일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대비 특활비 규모를 최소화하고 감사원 검사를 최초로 도입했으며 단 한 건의 지적도 받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연평균 96억 5000만 원 특활비를 편성했고, 이는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2월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정상규)는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특활비와 김정숙 여사 옷과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취지 판결 내용을 설명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청와대는 항소했다. 정치권에선 관련 자료가 비공개 처리되는 임기 종료 시점까지 시간을 끄는 행위라는 비판도 일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