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비 부담 커 흑자 전환 부정적 전망 상장 후 주가 불투명…컬리 “갈수록 실적 개선될 것”
쓱배송, 오아시스 마켓과 더불어 ‘새벽배송 3대장’ 중 하나로 꼽히는 컬리는 제일 처음 새벽배송의 포문을 연 기업이다. 2021년 12월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를 통해 25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만큼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 4월 7일 기준 컬리 주식은 주당 11만 원에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은 4조 1875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컬리는 그간 고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4월 7일 컬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가 선정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성장 기업’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일정 이상의 매출을 내는 1만 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평균 성장률과 비즈니스 모델, 수익성 등을 종합 검토한 후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룬 500곳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컬리는 올해 23위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30위권 내의 성과를 기록한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문제는 만성적인 적자다. 2015년 문을 연 후부터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 영업 손실은 2177억 원으로 전년대비 1015억 원 늘었다. 두 배 가까이 적자폭이 커진 셈이다.
특히 컬리는 매출에 연동되는 변동비의 비중이 높다. 고정비가 임차료나 감가상각비처럼 고정된 비용이라면 변동비는 원재료비나 포장비처럼 매출의 증감에 따라 변하는 비용이다. 고정비는 가동률 등이 높아져 매출이 상승하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다. 반면 변동비 비중이 높으면 매출이 상승해도 이익률 개선이 크지 않다. 고정비와 달리 변동비의 경우 매출 상승과 함께 커간다.
컬리 같은 경우는 변동비 비중이 높아서 매출개선에 따른 손익개선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2016년 첫 사업보고서 공개 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에 공개된 사업보고서에서도 마찬가지다. 판매관리비가 2856억 원에서 5113억 원으로 79% 증가했다. 이와 관련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3월 김포 물류센터 가동으로 감가상각비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물류 대행, PG 수수료 등이 포함된 지급수수료 항목이 전년 대비 75.3% 증가해 변동비가 함께 늘었다"고 지적했다.
컬리의 수익모델 자체가 100% 직매입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리는 외부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한 후 플랫폼 내부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액과 거래액이 유사하다. 특히 신선식품 새벽 배송을 위해 운반비가 상당한데 컬리의 지난해 운반비(지급수수료 포함)는 1089억 원으로 전년(585억 원) 대비 86.2% 불어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치솟아 물류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고 인건비도 상승 중”이라며 “비용 부담이 심각하게 가중되고 있어 앞으로도 컬리의 적자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컬리 측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제한 공헌이익이 3년째 흑자이고 고정비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말 기준 1000만 명의 회원이 저희 플랫폼을 이용 중이고 충성도 높은 고객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갈수록 실적이 개선되리라고 본다”며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헌이익의 흑자 유무보다는 얼마나 많이 흑자가 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컬리는 현재 상장을 위한 준비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3월 28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원래 적자 기업은 상장을 못하지만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기준시가총액 단독요건’이 도입되면서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의 상장이 가능해졌다. 거래는 활발하지만 이익이 나지 않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경우 PSR(주가매출액비율)을 산정해 공모가를 결정한다.
컬리는 PSR을 높게 받기 위해 품목을 다변화해 ‘거래액’(GMV)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1년에 이미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비식품 부문 상품 비중도 상품수 기준으로 33%까지 늘렸다. 특히 원가가 낮아 수익성 끌어올리기 수월하다고 평가되는 화장품 등 뷰티 카테고리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배 증가했다. 가전은 물론 2021년 4월부터는 여행 및 숙박 상품까지 판매하며 다방면에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문제는 상장 후에도 계속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쿠팡과 같은 주가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2021년 3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첫날 시총 100조 원을 기록했으나 6개월 만에 시총이 반토막이 났다. 실적 부진으로 주요 주주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힘을 잃었다. 물론 쿠팡의 상장 첫날 PSR은 약 3.5배 수준으로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컬리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은 대표적인 불안 요소로 꼽힌다. 특히 중국과 홍콩계 펀드 포함한 외국계 재무투자자(FI) 비중이 50~60%대로 높은 데다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5%대에 불과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낮다. 만약 외국계 펀드가 상장 후 대규모 물량을 매도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예수(주요 주주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한 제도) 기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는 설령 컬리 주식을 사지 않더라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을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장 후 관련 지수에 편입되면 기관들이 기존 편입돼 있던 주식을 처분하고 컬리 주식을 사들이는 리밸런싱이 이뤄지는데, 컬리의 주가가 떨어지면 관련 ETF에 투자하고 있던 투자자들도 덩달아 손해를 볼 수 있다. 다만 NH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코스피200 ETF나 유통 관련 ETF처럼 규모가 큰 ETF에서 리밸런싱할 경우 컬리의 시총이 작아서 비중이나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