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험 적은 특수통에 할 말 하는 성격, 윤석열 직접 접촉해 결정…여소야대에 ‘싸우는 장관 낙점’ 우려
윤 당선인이 직접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과정 탓에 후보자 발표까지 검찰 안팎에서는 ‘유력 후보’가 추려지지 않는 의외의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발표 직후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가 더 확대되고 있다. 한 후보자의 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검언유착 의혹부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명예훼손 고발까지, 여권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 중인 민주당을 오히려 부추기는 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선인 “절대 파격 인사 아니다”
윤 당선인은 질의응답에서 “한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후보자는 수사와 재판 같은 법 집행 분야뿐만 아니라 법무행정, 검찰에서의 여러 가지 기획 업무 등을 통해 법무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검사장이 가진 능력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며 “제가 주문한 것은 법무행정이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대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비해나가는 데 적임자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현대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한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특수통이다. 선배나 후배 모두 ‘똑똑하게 일처리를 한다’고 인정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지내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리,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수사했고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냈다.
윤 당선인과의 인연도 깊다. 대검 중수부 시절부터 SK 분식회계 사건과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등을 함께 했다.
윤 당선인이 직접 주도한, 역대급으로 추측이 불가능했던 파격 인사였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번 법무부 장관 인선은 일선에서 보고가 전혀 올라가지 않았고 윤석열 당선인이 직접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고른 뒤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는 사실도 발표 얼마 전에서야 알려졌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국회 사이 소통 역할 하겠나”
당연히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한 검사장의 ‘수사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법무부의 업무 영역과 맞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한동훈 검사장은 대검찰청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역임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하지만 기획 관련 업무는 적게 한 편이다. 관련 업무를 한 적은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 대검찰청 정책기획과 과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정도가 전부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이 똑똑하고 수사 실력도 뛰어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법무부는 기획 업무를 주로 하며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 검사장이 법무부나 기획을 경험한 적이 경력에서 매우 적은 편인데 여소야대가 될 구조에서 과연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전 총장이 당선된 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먼저 한 뒤에 정권 3년 차 즈음에 총장이나 장관을 하면 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윤석열 당시 검사를 검사장 승진과 함께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것만큼이나 파격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당장,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검수완박’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의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 검찰 내부에서조차도 검수완박을 어떻게 막아야 하느냐, 국민들에게 ‘검찰공화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설득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있고 이를 위해 김후곤 대구지검장 등이 언론에 나서서 직접 인터뷰까지 했는데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앉힌다는 것은 민주당에게 ‘검수완박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당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민주당의 강도 높은 공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검사장이 평생을 공직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청문회에서는 강점이 있을 수 있지만, ‘할 말은 하는’ 한 검사장의 성격이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과 더 불편한 관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앞선 법무부 근무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기획과 수사는 서로 영역이 다른데 법무부는 싸우는 곳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곳”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믿고 싸우라’고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보내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사법연수원 27기인 한동훈 검사장은, 김오수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0기)은 물론, 김명수 대법원장(15기) 등 법조계 주요직 인사들에 비해 기수가 낮은 점도 거론된다. 때문에 윤 당선인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고민하면서 주변에 사법연수원 20기 안팎의 인사들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막을 잘 아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전직 검찰총장 선배 등으로부터 여러 검찰 출신 인사들을 추천받았고 실제 몇몇 17~19기 인사들은 신중하게 고민을 했지만 결국 한동훈 검사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법무부 장관만큼은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혀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