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서영 전남친’ 편중 인사 논란, 직접 소통 ‘주무기’ 설화 잦을 가능성…당과 엇박자 적잖을 듯
#직진 본능 드러냈다
윤석열 당선인 인사 스타일은 성과 지향적이다. 적임이라고 판단되면 정무적 판단은 배제한 뒤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때문에 윤 당선인 인사에는 특정 학교나 50·60대 나이대, 남성 위주라는 ‘쏠림’ 단어가 쫓아다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개의치 않았다. “사심이 전혀 없는 인사이니, 오직 결과로만 보답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내각 인선을 봐도 능력과 전문성을 앞세워 서울대 출신, 영남, 60대 남성이라는 편중 현상이 계속 지적됐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원희룡 박진 권영세 한동훈 이상민 후보자 등 윤 당선인이 졸업한 서울대 법학과 동문만 5명이나 됐다.
윤 당선인의 직진 본능은 4월 10일 1차 내각 인선 발표 당시 발언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다른 것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 이끌어줄 분인가에 기준을 두고 선정해 검증했다. 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단언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어차피 지명해야 할 공직이 많고 대한민국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 세대, 남녀라든가 균형이 잡힐 것이라 믿는다”고 발언, 향후 균형인사 여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직진 본능은 변화는 없었다. 이후 2차례 더 진행된 내각 인선에서도 편중 현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일을 잘할 것이냐, 못할 것이냐가 우선적 기준이지, 안배나 탕평이라는 가치는 크게 괘념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한번 보라. 윤 당선인이 직접 경험해보고 실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기용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윤 당선인이 졸업한 서울 대광초 동창인 김성한 안보실장 내정자,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경호처장 내정자 등 윤 당선인 동문들이 대통령실에 합류했다.
5월 1일 명단이 나온 대통령실 실장·수석·비서관급 1차 인선 대상자 10명 출신 학교를 살펴봐도 서울대 동문이 또 3명 발탁됐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까지 포함하면 4명으로, 단일 대학 출신 그룹으로는 가장 많다. 10명의 출신 지역은 서울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까지 포함하면 7명) 영남(이진복·신인호·김용현) 3명, 충남(강승규) 1명인 반면에 호남 출신은 전무했으며 2030도 찾아볼 수 없었다.
5월 5일 발표된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급 1차 인선에서는 윤 당선인과 함께 일했던 검찰 출신이 전진 배치되기도 했다.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법률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낙점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너무 강하게 직진만하면 부러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정치를 오래한 정치인들은 장관직으로 가서 인사할 때 잘 섞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공격이 적고 인사 의미에 대한 포장을 잘할 수 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포장보다는 내용물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범죄자를 빠져나가지는 못하도록 촘촘하게 수사를 해 구속기소하듯이 성과를 지향하는 것이다. 좋게 보면 추진력인데 정치 상황은 워낙 변수가 많아 이를 모두 헤아리지 못하면 성과는커녕, 강한 비판 세력을 불러들이는 역효과를 빚을 수 있다.”
#소통을 간판으로 삼나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율 추락 요인은 소통 부재였다는 것이 많은 정치학자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당선인 시절이나 임기 초반에는 “걸려오는 전화를 열심히 받고 충고를 듣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않으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의화 전 의장은 과거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국회의장 되고 청와대에 처음 인사차 갔을 때 대통령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할 수 있는 핫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대통령이 ‘좋다’고 했다. 얼마 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연락해 번호를 알려줬다. 박 대통령이 직접 받는 전화라고…. 그래서 했는데 안 되더라고”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기업인들에게 기업인 핫라인용 휴대전화를 만들어 기업인들에게 알려줬다. 하지만 신호만 갈 뿐 답은 없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전화번호를 받았다. 답답한 현안이 있어 전화를 2번이나 건 적이 있었는데 묵묵부답이었다”고 털어놨다.
윤 당선인의 경우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감지되긴 한다.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고 난 뒤 대선 이후에도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이따금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 특징은 참모진에게 먼저 전화를 걸게 하고 연결되면 받는 ‘하향식 통화’가 아니라 직접 전화기를 들고 메모리된 상대 전화번호를 누르는 수평형 소통방식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직접 소통을 통한 돌파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초대 내각 인선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며 사실상 인수위 업무 보이콧을 하자 언론은 공동정부가 깨질 위기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윤 당선인은 직접 나섰다. 4월 14일 전격적인 만찬 회동을 하면서 갈등을 해소, 인수위 파행은 물론 공동정부 파열음까지 막아냈다.
소통에 공을 들이는 장면은 대통령실 홍보 라인을 구성하는 데서도 엿보인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에는 최영범 전 효성그룹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급)이 내정됐는데 그는 동아일보와 SBS에서 근무한 기자 출신이지만 기업 홍보 경험도 했다. 당초 홍보수석에는 이강덕 KBS 전 대외협력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직 언론인보다 기업에서 대언론 업무를 하던 사람이 더 낫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윤 당선인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기업 홍보의 적극성을 대통령실에 실어 국민을 움직이는 홍보와 소통을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근무를 했던 한 정치인은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편집된 정보를 보고받고, 홍보라인은 우기는 브리핑을 계속 하면 여론은 돌아선다”며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동떨어져있는 예전 춘추관과 달리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 기자실을 집무실 가까이 두는 한편,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인 출신 홍보라인까지 둔만큼 전과는 다른 소통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토대로 정치권에서는 향후 대통령과 기자단과의 즉문즉답이 늘어나 설화가 잦아지는 위험을 두게 된 반면,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사과가 많아질 전망이어서 난국 돌파력은 과거 정부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여당 원팀은 숙제로
특수한 한국적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가 연상될 정도로 집권 여당과 대통령 간 거리가 가깝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까지 곁들여지는 현실까지 반영하면 대통령이 끌고 여당은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사실상의 원팀 체제를 보여주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 5년간 문재인·민주당 정부가 보여준 ‘대통령이 끌고 여당이 미는’ 장면들을 기억한다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지난 2개월여 동안을 되짚어보면 이제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에 대한 윤 당선인의 ‘확실한 장악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많다. 보수정당 과거 사례로 보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친이계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친박계가 주류로서 당을 장악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당내 기반이 약한 ‘0선 출신’ 윤 당선인 위치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향후 5년간 일사불란한 원팀보다는 엇박자가 적잖게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6월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 경선이 대표적 사례다. 당내 경선에서 이른바 ‘윤심’은 강풍이 될 줄 알았는데 약풍에 그치고 말았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윤 당선인 선거대책본부에서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으며 TV토론을 도왔던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강원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던 김진태 전 의원이 황 전 단장에 밀려 공천배제를 당한 것은 의외였다. 여론조사 선두권인 예비후보가 경선의 기회도 얻지 못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결과였던 만큼 ‘윤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정치권에 퍼졌다. 김 전 의원은 단식으로 맞섰고 결국 공관위는 공천을 번복, 경선을 치르기로 했고 예상대로 김 전 의원이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된 홍준표 전 의원도 윤심이 작용하지 못한 사례로 여겨진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에 홍 전 의원이 입성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터. 때문에 경선에 참여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윤심을 앞세우는 전략을 쓰며 홍 전 의원에게 맞섰으나 결과는 홍 전 의원의 가뿐한 승리였다.
윤 당선인이 체면치레는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지사 후보로 인수위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전 의원이, 충북지사 후보로는 윤 당선인의 특별고문인 김영환 전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는 윤 당선인의 출마 요청을 받은 3선의 김태흠 의원 등이 최종 후보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당 장악력에 대한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해석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