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환섭 김후곤 이두봉 이원석 조상준 등 거론…윤석열과 한동훈의 ‘믿을맨’ 가운데 낙점 가능성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민주당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한 후보자가 취임하고 나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곧바로 구성해 본격적인 신임 총장 인선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후보추천위원회에서 3명 이상의 후보군을 추리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 한 명을 지명하는 구조인데, 사실상 후보추천위원회 논의 단계부터 대통령과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다.
#결국 윤석열과 인연이 관건?
검찰 안팎에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 의지’에 따라 총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을 낙점할 때도 윤석열 대통령이 별도의 보고를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주변에 추천을 받은 뒤 본인의 생각대로 낙점하지 않았냐”며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 만큼, 검찰 조직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되겠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과 소통해 1명을 뽑기 위해 2명을 들러리로 올려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보니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특수통’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또 기수에 워낙 예민한 검찰 조직이기 때문에 퇴임한 김오수 전 총장(20기)과 한동훈 후보자(27기) 사이에서 검찰총장을 낙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그렇게 추려진 후보군들이 여환섭 대전고검장(24기), 김후곤 대구지검장(25기), 이두봉 인천지검장(25기), 박찬호 광주지검장(26기), 이원석 제주지검장(27기), 조상준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26기) 정도다. 이들은 모두 특수통이고 검찰 내에서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다.
가장 선배인 여환섭 대전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대변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을 거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기업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확장되는 특수 수사를 가장 잘하는 검사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는 대검 중수부 시절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역시 특수통인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대변인 등을 거친 인물로 2018년 대검 공판송무부장에 기용되며 검사장이 됐다. 평소 언행이 신중하고 인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수사권 박탈 입법 국면 때 검사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방송에 출연해 검찰 조직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수통으로 실력도 인정받고 있지만, 인품적으로 내부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김 지검장에 비하면 윤 대통령과 근무한 인연이 많다는 점이 강점이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4차장과 1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총장이 된 직후 인사에서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 발탁돼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박찬호 광주지검장도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절 2차장 검사를 맡았다가 윤 대통령이 총장이 된 직후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기용돼 보좌한 ‘측근’ 중 한 명이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하며 그의 신뢰를 얻었다. 이 밖에도 유력 후보군 중 하나인 이원석 제주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한 특수통으로,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윤 대통령과 함께 대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한 후보자와는 동기로 비슷한 시기에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에서 윤 대통령과 근무했다.
검찰 밖에서는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던 조상준 율우 변호사도 거론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대검 형사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역시 윤 대통령이 신뢰하는 특수통 출신 중 한 명이다. 조 변호사는 지난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때 대검 중수부에서 근무하며 윤 대통령과 본격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 ‘드림팀’으로 불렸던 중수부에는 한동훈 후보자도 함께 있었다. 법무법인 율우에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씨 사건 변호를 맡긴 것 역시 조상준 변호사를 믿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다만 특수통 일색의 유력 후보군을 놓고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다. 검찰 내 고위간부급 검사는 “현재 검찰총장에게 필요한 것은 수사 능력이 아니라, 어떻게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통과된 입법안에 대해 법무부와 함께 발맞춰 헌법재판소 등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싸울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적인 판단이 반영되겠지만 아는 사람보다는 잘할 사람을 골라야 할 때”라고 우려를 표했다.
#검찰 내 ‘기수’도 고려해야
한동훈 후보자를 파격적으로 낙점하면서 불거진 ‘기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비롯한 고검장급 9명 전원이 20~26기로 모두 한 후보자보다 선배다. 검사장에도 25~26기가 다수 포진해 있어 한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은 이가 13명이나 된다. 때문에 한 후보자와 같은 27기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경우 20~26기 20여 명에게 ‘나가달라’는 메시지가 될 여지가 크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 조직이 법원에 비해 너무 기수가 어려진 것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당장 사법연수원 15기이고, 다른 대법관들 대부분도 17~19기 사이이지 않냐. 게다가 여성 대법관은 빨라야 사법연수원 20기 언저리인데, 총장이 25~26기가 되면 검찰 조직이 법원에 비해 너무 조직이 어려진다”며 “기수를 마냥 건너뛰고 임명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풀이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특수통이 아닌 보통검사’의 낙점 필요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검사는 “검찰 내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검찰총장 때까지 자기가 잘 아는 특수통만 중용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며 “또 특수통을 총장으로 임명한다면 일반 형사부 검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되레 ‘줄을 서야 잘되는구나’라는 인식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문 성향 검사들 좌천 가능성 높아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요직을 꿰찼던 이른바 ‘친문(親文) 검사’들은 대거 한직으로 발령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성윤 서울고검장부터 김관정 수원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진혜원 검사, 임은정 검사 등은 좌천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들이 요직에 임명된 지난 3년 동안을 ‘검찰의 정치화’라며 비판한 바 있는데, 검찰 내부에서도 한 후보자의 진단에 더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는 옷을 벗고 검찰을 떠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선 익명의 검사는 “친문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에서 실력이나 인품으로 내부에서 인정을 받는 이가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라며 “실력이 있거나 인품이 좋아 내부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친문’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겠냐”고 귀띔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외부 인사를 등용했던 법무부 차관 자리도 다시 검찰 출신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후보자가 27기인 탓에, 고검장급 자리였던 법무부 차관에 검사장급 인사가 오게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차관은 바쁜 장관을 대리해 거의 모든 회의석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정무직인 만큼,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가 고심해 낙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