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놓고 박심 유영하 공천 거래설, 취임식 직후 수성을 낙천 뒷말 무성…국민의힘 “공천 요구? 윤심 반영? 사실무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한 박주선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 친필이 담긴 친전과 취임식 초청장을 전달 받고 참석 의사를 밝혔다. 박주선 위원장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출발하는데 축하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건강상태로는 3시간 이상 이동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운동과 재활을 통해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치권 및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박주선 위원장은 이보다 일주일 전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초청장을 전달하기로 일정을 잡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갑자기 못 만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현재 건강상태도 있고, 초청장을 들고 오더라도 취임식 참석을 확답하기 어렵다”며 건강상의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보다 앞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4월 12일 만났다. 윤 대통령이 달성군 사저를 찾으면서다. 이날 둘의 만남은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 이후 첫 대면이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약 5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먼저 “과거 특검과 피의자로서 일종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하시는 일에 대한 정책을 계속도 하고 널리 홍보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도 취임식 참석 요청에 대해 “현재 건강상태로는 자신이 없지만, 앞으로 노력해 가능하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을 유보했다.
그런데 이날 윤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예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구시장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자리에는 권영세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 변호사가 배석했다. 당시 유 변호사는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함께 6·1 지방선거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경선 중이었다.
이날 유영하 변호사는 사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량으로 도착한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집 안으로 안내했다. 이 모습은 취재진의 영상과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윤 대통령이 유 변호사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등을 연출함으로써 유 변호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4월 23일 유영하 변호사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박주선 위원장은 취임식 초청장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취임식 참석을 확답 받았다. 그리고 유 변호사는 일주일 뒤 홍준표 의원의 대구시장 후보 출마를 위한 사퇴로 치러지는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주선 위원장이 친전과 초청장을 전달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도와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고, 박 위원장이 이 내용을 윤석열 대통령에 전달하겠다 정도로 논의가 오갔으리라 본다”고 귀띔했다. 실제 유영하 변호사도 주변 인사들에게 수성을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에서도 유 변호사를 단수 공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탄핵 이후 약 5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를 끝낼 때 박 전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취임식을 마친 뒤에는 김건희 여사와 대화하며 단상에서 내려왔고,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장을 떠날 때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배웅하기도 했다. 이 자리 역시 유영하 변호사가 함께했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수성을 국민의힘 후보로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단수 공천했다. 윤상현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해당 선거구가 포함된 시도지사 경선에서 탈락한 분들은 추천에 있어서 배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여성 인재를 발굴하는 데 우선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인선 전 부지사 공천은 ‘윤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선언하며, 홍준표 의원과 각을 세워왔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인수위원을 맡기도 했다.
대구지역 정치권을 잘 아는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구시장 경선 때) 이미 유영하 변호사와 악수하는 사진도 만들어주고 도와줬는데, 뭘 더 도와달라 하느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윤핵관들의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유 변호사를 잘 아는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을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은 정말 건강상의 문제로 안다. 박 전 대통령이나 유 변호사나 취임식 참석을 두고 윤 대통령 측과 공천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당 안팎에서 윤핵관들이 유영하 변호사 공천을 집중적으로 반대했다는 말은 여러 곳에서 들었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수성을 단수 공천은 공관위 차원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변호사 전략공천설은 대구지역에서 많이 나왔다. 하지만 공천은 윤 대통령이나 인수위가 아닌 당 내부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정권출범 초기에 ‘보수의 텃밭’인 대구 지역구를 전략공천하는데 당에서 자체적으로만 결정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는 게 정설”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취임식 참석과 수성을 공천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측에 제대로 한 방을 먹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나 유 변호사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서 반발했다가는 정치생명은 끝이 난다. 다음 총선 기회를 노리며 와신상담해야 하는 처지”라고 평가했다.
박주선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일정이 한 차례 취소된 바 있지만, 정치적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박주선 위원장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의도 안 하고 대통령취임준비위 측에 4월 16일에 연락해 ‘18일에 방문하면 만나겠다’ 약속을 잡았다. 그러고는 다음날 다시 연락이 와서 ‘18일은 박 전 대통령이 못 만나겠다’고 해서 다시 일정을 잡은 게 4월 26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청장을 전달할 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유 변호사 지원을 요구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유영하 변호사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