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낸 ‘청소+놀이’ 아이디어 성공…900여 명 참여해 쓰레기 530kg 회수
일본의 연간 쓰레기 배출량은 4167만 톤(t).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1인당 901g의 쓰레기를 버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5년 유엔(UN)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한 후 환경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쓰레기 배출량도 감소 추세이긴 하나, 유감스럽게도 현저한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환경성은 “앞으로 20년 후면 전국 쓰레기 매립장이 꽉 찰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자” “환경을 위해서 쓰레기를 줍자”고 호소해도 좀처럼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이른바 ‘청주중’이라는 게임형 이벤트다. “후지TV의 술래잡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도주중’과 쓰레기 줍기를 융합시켰다”고 한다. 요컨대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가 게임 아이템으로, 거리 전체가 게임 공간이 되는 셈이다.
일단 접수를 마치면, 집게나 목장갑 같은 아이템을 빌려준다. 멤버는 아이와 어른이 뒤섞인 5~6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고, 주운 쓰레기의 종류와 총 무게, 모바일 메신저(LINE)로 통보받은 미션 달성도 등을 포인트로 환산해 다른 팀과 경쟁한다. 평소라면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이벤트에 참여 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치 포켓몬스터 게임에서 전설의 포켓몬 ‘스이쿤’을 발견한 것처럼 커다란 기쁨을 맛보게 된다.
지난 5월 3일에는 도쿄 시부야구에서도 관련 이벤트가 개최됐다. 현지 매체 ‘비즈스파’에 따르면 “이날 이벤트에는 주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보물찾기를 하듯 즐겁게 쓰레기를 찾으러 돌아다녔고 ‘이런 쓰레기를 주웠다’며 신나게 떠드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시부야구는 담배꽁초를 버릴 경우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인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그러던 중 누군가 “담배꽁초를 발견했다!”고 소리치자 부러움의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에게 이벤트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회사가 SDGs에 힘쓰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 수거에 관심이 많다”라는 사람, “거주지역에서도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고 싶어 실제로 한번 참여해봤다”며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비즈스파에 의하면, 독창적인 이벤트를 고안한 것은 Z세대로 불리는 만 18세 청년 기타무라 유토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해양쓰레기 문제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전대미문의 이벤트 ‘청주중’을 성공시켜 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기타무라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우연히 TV 다큐멘터리에서 ‘전 세계 바다가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것이 계기였다. 세계 각국의 실태 및 대처 등을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놀라움, 위기감이 더해졌다. 더욱이 “어린 시절을 보낸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해변 또한 쓰레기 투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서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다. 평소에도 10종류의 쓰레기용 집게를 들고 다녔다. 어느 날 풀밭 속에 감춰진 쓰레기를 발견했는데, 페트병과 도시락 플라스틱 같은 제법 큰 쓰레기가 눈에 띄자 왠지 모르게 기뻤다. 보물찾기 같은 설렘도 느껴졌다. 이후 기타무라는 새롭게 학생단체를 만들어 쓰레기 줍기 이벤트를 주최하는 등 활동을 펼쳐 나갔다.
“쓰레기 줍기에는 게임성이 있어요. 즉 놀이입니다. 이렇게 즐겁고 게다가 사회를 좋게 만드는 일로 연결되다니, 최고잖아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레기 줍기의 즐거움’을 전할 수 있을까. 그때 떠오른 것이 후지TV의 인기프로그램 ‘도주중’이었다. 쇼핑센터나 거리에서 대규모 술래잡기를 벌이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제한시간 내 헌터에게 잡히지 않은 도주자는 상금을 받게 된다.
기타무라는 “술래잡기 같은 미션을 수행하며 쓰레기를 주우면 굉장히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청소와 도주를 합쳐 이벤트 이름을 ‘청주중’이라고 붙이게 됐다”고 밝혔다. 첫 이벤트는 2020년 7월 나가노현에서 개최했다.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다양한 연령대의 100명이 참여해줬다. 이날 주운 쓰레기의 무게는 40kg 이상이었다.
이후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서 ‘청주중’의 취지를 알리고자 힘썼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집했는데, 약 1개월 만에 342만 4400엔(약 3400만 원)의 지원이 이어지는 등 목표금액을 넘어섰다. 협력자와 파트너기업, 단체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에도 관련 이벤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현재 기타무라는 대학생이자, 동시에 벤처기업 Gab의 일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그는 “이벤트 ‘청주중’에 어울리는 지역들이 많다”면서 “일본 전국을 게임 구역으로 나누고 단순한 쓰레기 줍기가 아니라, 일종의 엔터테인먼트화하면 거리가 깨끗해질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그는 여전히 쓰레기 문제를 ‘즐겁고 기분 좋게 해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타무라는 “분명 기존 개념을 뒤엎는 독창적인 접근법을 내놓을 테니 기대해 달라”며 Z세대다운 포부를 더했다.
‘파우치형 휴지통’ 일본 상반기 히트상품
코를 푼 휴지, 손을 닦은 물티슈, 과자 봉지 등 외출하면 자잘한 쓰레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주변에 휴지통이 없는 경우다. 버릴 곳이 마땅치 않고 그냥 가방에 넣자니 찜찜하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파우치형 휴지통’이다. 외형은 평범한 파우치처럼 생겼다. 전혀 휴지통으로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 매력적. 한손으로 누르면 입구가 열리는 형태라 쓰레기를 간편하게 버릴 수 있다.
코로나 시대인 만큼 사용이 끝난 마스크나 항균티슈를 넣는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출시 직후부터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트렌디’가 선정한 2022년 상반기 히트상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격은 1848엔(약 1만 8000원).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