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이하 전셋집 씨 말랐는데 정부 지원 한도 1억 수준…정보 불균형 해소책 필요 지적도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중기청 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만 19~34세의 청년에게 임차보증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보증금 2억 원 이하·전용면적 85㎡(25평) 이하 주택에 최대 1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데다 금리가 연 1.2% 수준으로 1억 원을 대출할 경우 매월 납부 이자는 10만 원 정도다. 1억 2000만 원까지 대출을 해주지만 금리가 2% 수준으로 좀 더 높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세자금대출이나 금리가 2.3~2.9%인 버팀목 전세 대출에 비해 저렴해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청년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최대 1억 원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지역 집값이 급상승하면서 대출 대상이 되는 ‘보증금 2억 원 이하’ 주택이 줄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중기청 대출 도입 이후 2021년 10월까지 서울 지역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22.7% 달한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매물 자체가 쉽게 나오지 않다 보니 중기청 대출을 받는 숫자도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21 2월 1만여 건에 달했던 중기청 대출 건수는 2021년 9~10월 4000건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청년들의 전셋집 마련을 한층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문제는 정보 불균형이다. 파는 사람과 이를 중개해주는 이들이 갖고 있는 정보와 임차인의 정보의 질과 양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특히 주택시장에서 전세·매매 계약 경험이 거의 없는 사회초년생에게 이 문제는 심각하다.
대출이 나올지 안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별다른 약정 없이 덜컥 가계약금을 납입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정보 부족 사례로 지적된다. 가계약은 계약금 일부를 미리 납입해 계약금 마련 전까지 말미를 제공하기로 약정하는 것으로 임차인들은 맘에 드는 부동산 매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계약을 맺는다. 그렇지만 개인 신용 등의 문제로 대출이 안 나오는 경우 계약을 하지 못하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전세대출 불가 시 계약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삽입해야 하는데 예비임차인들이 이를 잘 모르거나 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피해를 보기도 한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 씨는 “처음에 중기청 대출 안내 홈페이지 자료만 읽고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중개보조원의 요구에 덜컥 계약금부터 송금해 난감해진 상황이 있었다”며 “사회초년생들은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경험이 적고 사기에 취약한데 기금 연계에 그칠 게 아니라 대출 안내 홈페이지에 중요한 정보를 명시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8월 기준으로 HUG의 ‘악성임대인에 의한 보증사고 피해 임차인 연령 현황’ 자료에 따르면 깡통주택(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 매매가의 80%가 넘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돈을 되돌려줄 수 없는 주택) 전세 피해자 중 67%는 2030 청년들이었다.
문제는 거래를 성사시켜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임차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앞서의 A 씨는 “중개업자들 대부분이 중기청 대출 가능한지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집을 보여주는 바람에 그 매물들을 들고 은행을 4~5곳을 돌아다녔지만 전부 대출을 거부당했다”며 “중개인이 문제가 없는 매물이라고 자신하길래 은행에 물건을 가져갔더니 근저당이 너무 많이 잡혀 있다면서 대출을 거부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한 청년은 SNS(소셜미디어)에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해 집주인에게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 떼 달라고 요청할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공인중개사가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쓰기도 했다.
결국 SNS나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으로 알아서 정보를 취합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전셋집 한 채 구하는데 2~3달에 걸쳐 수십 채씩 발품 팔기 일쑤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보비대칭이 너무 심한 상태고 임차인이 슈퍼 을인 상태인 데다 공인중개사는 계약을 성사시켜야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서 집을 구하는 청년들의 고충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청년들에게 임차보증금을 지원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공인중개사가 좀 더 합리적으로 매물을 중개할 유인을 만들거나 임대인의 체납 정보 등을 미리 조회할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애초에 전세계약은 사인(私人) 간의 계약이므로 국가가 나서서 강제할 수 있는 범위와 정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지금과 크게 달라지긴 어려울 것 같다”며 “설령 임대 사기를 당하더라도 임차인은 여전히 계약상 채권이 있어 반환소송을 통해 재산 압류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손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주거 계약 시 신경써야 할 부분을 매뉴얼 등으로 만들어 배포하든가 혹은 오피스텔, 아파트, 다가구 등에 따라 대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기초적인 정보를 책자나 영상으로 만들어 홍보하면 임대차 계약을 처음 시도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