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박용택·유희관 등 스타 총출동…“예능에서라도 야구할 수 있어 행복”
이승엽을 비롯해 박용택, 송승준, 심수창, 장원삼, 유희관, 정성훈, 이택근, 정근우, 서동욱, 정의윤, 이홍구, 한경빈, 윤준호, 류현인까지 최고의 멤버들이 ‘최강 몬스터즈’라는 이름으로 모여 전국을 돌며 야구 경기를 펼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정근우와 정의윤은 ‘최강 야구’가 예능 방송이지만 경기 중에는 진짜 야구선수의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정근우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어떤 선수들이 출연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장시완 PD가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출연 선수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승엽, 박용택, 이택근, 송승준, 심수창 선배 등등 출연진 면면이 국가대표팀 급이었기 때문이다.”
정의윤은 정근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로 먼저 인사를 전했다고 말한다.
“근우 형은 부산고 선배인 데다 야구장에서 워낙 편하게 대해주신 분이라 근우 형의 출연이 정말 반가웠고 든든했다.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근우 형과 한 팀에서 뛰고 있는데 야구의 재미를 새롭게 느끼는 중이다.”
정의윤은 지난 시즌 후 SSG 랜더스와 재계약이 안 돼 팀을 나왔고, 다른 팀을 알아보다 여의치 않자 은퇴 수순을 밟았다.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었지만 뛸 수 있는 팀이 없었던 터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라도 야구를 하고 있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슬라이딩을 하다 피가 나고 경기 마치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있지만 방송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두 진심으로 야구를 하니까 더 기분이 좋다. 내가 이런 방송 아니면 언제 이렇게 대단한 선배들과 야구를 하겠나. 첫 경기를 마친 후에는 뭔가 가슴 뭉클한 여운이 남았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정근우는 ‘최강 야구’에서 자신을 레전드로 만들어 준 2루수로 활약한다. 경기 중 실수나 실책이 나오기라도 하면 ‘저러니까 은퇴했지’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방송 촬영 외에도 개인 훈련을 이어간다고.
“처음에는 한 고등학교에서 혼자 훈련하다 지금은 (이)택근이 형과 정의윤이 합류해서 같이 훈련한다. 방송은 일주일에 한 번 촬영하지만 출연 선수들은 모두 개인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유니폼을 입으니까 이전 선수 시절이 생각나더라. 또 다른 선수 생활의 연장인 것만 같다.”
선수 시절에는 매일 경기가 진행되고 출전을 통해 게임 감각을 익혔다면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경기를 치르는 터라 좋은 플레이를 보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정의윤은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나도 방송을 통해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 행여 실수가 나오면 ‘저러니까 방출당했지’라는 말이 나올까봐 최대한 집중해서 경기에 임한다. 평생 해온 게 야구인데 경기 중 엉뚱한 플레이가 나오면 얼마나 창피하겠나.”
얼마 전 경기에서 정근우는 마운드에 선 유희관 뒤에서 2루 수비에 나섰다. 현역 때는 항상 상대 팀 선수로만 만나다 처음으로 선발 투수 유희관과 함께 야수로 경기에 임한 것.
“유희관이 왜 유희관인 줄 알겠더라. 희관이의 투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유니폼 입기 전에는 농담하고 장난치다가도 유니폼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모든 선수의 눈빛이 달라진다. 이미 은퇴했지만 은퇴 자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생긴다면 우린 방송 출연을 통해 목표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