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수법으로 한 피해자에게만 수억 원 챙겨…“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 초래”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여행대행업체 대표 A 씨는 2011~2015년 항공권블록사업에 대해 원금 보장을 담보로 투자하라며 사람들을 속였다. 횟수만 127차례에 달했으며 약 14억 원을 챙겼다. 받은 돈은 다른 투자자들의 수익금·이자 명목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또 직원들과 함께 태국 리조트 회원권 판매 대금으로 항공권블록사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이기도 했다. 2011년 10월부터 11월까지 1억 8000만 원을 챙겼다. A씨는 항공권블록사업 관련 사기로 총 21명의 피해자로부터 109차례에 걸쳐 30억3860만원을 가로로 챈 혐의 등으로 별도 기소됐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B 씨에게만 1억 2000만 원과 4억 9720만 원을 뜯어냈다. 검찰은 A 씨를 단독 사기 범행으로 기소한 뒤 직원들과의 공동 범행으로 별건 기소했다. 일부 혐의는 피해자가 겹쳤지만 범행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별개의 범죄로 취급한 것이다.
1심은 재판부는 A 씨에게 각 징역 6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은 두 사건을 합쳐 심리했지만, 일부 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놨다. 2심이 분리 기소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추가 기소 부분을 종전 기소 부분과 합친 뒤 특경법상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해서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일반 사기죄로 기소된 부분이 2심 재판부의 직권으로 다른 사기 범행에 묶여 처벌이 더 무거운 특경법을 적용받았다.
대법원은 “항공권블록사업 투자금 사기죄와 크루즈 여행 사업 관련 차용금 사기죄는 범행 방법이 동일하지 않아 피해자가 동일하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형법상 사기죄로 기소했는데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형이 더 무거운 특경법상 사기죄로 처단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점에서 허용될 수 없다"며 ”아울러 동일한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라도 범행 방법이 다르다면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며 파기 환송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