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규모에 텐트 없이도 캠핑 가능…낮엔 수상 레저·황포돛배 즐기고 저녁엔 바비큐에 ‘불멍’도
여주 금은모래캠핑장은 이름처럼 꽤 낭만적인 장소다. 유유히 강이 흐르고 초록의 잔디가 원 없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야말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강바람이 무시로 얼굴을 스치면 마음에도 조금씩 여유가 찾아 든다.
산책로와 자전거길도 자연을 해치치 않는 선에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하늘로 뻗은 오래된 나무들은 풍경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산책로 옆으로 무성하게 자란 수풀은 옛 시절을 상기시킨다. 시원하게 뻗은 남한강변에 들어앉은 금은모래캠핑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연스럽다.
캠핑장의 규모는 역대급이다. 데크 사이트가 86개, 하천부지 사이트가 60개나 된다. 각 자리도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텐트를 치고도 한참 남는 공간은 마당으로 쓴다. 특히 하천부지 쪽 사이트는 강까지 앞마당의 일부가 된다. 도시살이에서 마당은 언감생심, 어지간해선 꿈도 못 꿀 일이지만 강변에 기대어 하룻밤 텐트를 치는 저녁에는 얼결에 넓은 잔디 마당까지 얻는다.
넓은 강변 하천부지를 활용한 덕분에 이곳은 캠핑을 위한 캠핑장이 아니라 그저 자연 속에 텐트를 부려 놓으면 되는 자연친화적인 곳이다. 자연친화적이지만 시설도 여느 캠핑장에 뒤지지 않는다. 샤워실과 개수대가 갖춰져 있고 데크 캠핑 사이트엔 전기도 들어온다. 그릴과 테이블이 있는 공간을 빌려주는 바비큐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여름엔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도 운영한다. 여주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라 가격도 합리적이다.
전기를 쓸 수 있는 데크 사이트는 5월부터 10월까지 성수기 기준 1박에 2만 5000원, 전기는 쓸 수 없지만 강변에서 잔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하천부지 사이트는 1만 5000원이다. 캠핑 장비가 없어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글램핑장처럼 커다란 텐트가 쳐져 있고 테이블과 의자 등 간단한 캠핑 장비가 놓여 있는 사이트가 5만 5000원이다. 잘 때 필요한 침낭과 간단한 취사도구만 준비해 오면 텐트나 기타 장비 없이도 하룻밤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불멍’도 가능하다. 나무가 많아 불길이 번질 염려가 있는 자연휴양림과는 달리 이곳에선 개인이 불 피우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 숯불이나 화로를 사용할 수 있고 장작을 뗄 수도 있어 긴긴 캠핑의 밤을 활활 ‘불태울’ 수 있다.
캠핑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일이지만 매 끼니 밥 해 먹기마저 귀찮다면 배달 음식을 시킬 수도 있다. 공원이 시내나 마을과도 가깝고 바로 옆엔 호텔도 있어 뭐든지 배달이 된다. 공원 인근에 식당과 카페도 많아 텐트를 벗어나 문명으로 가는 것도 금세다.
캠핑은 어쩌면 일상의 안일을 벗고 부러 자연 속으로 불편함을 찾아 들어가는 일이지만 이곳 캠핑장에서의 하루는 어쩐지 안락하고 편하다. 이렇게라면 일주일이라도 있겠다 싶다. 모두가 느끼는 편리함과 아름다운 남한강변의 풍광 덕분에 주말엔 캠핑 사이트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평일을 노리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선점하는 수밖에 없다.
굳이 하룻밤 자는 캠핑을 하지 않더라도 큰 규모의 생태공원이기도 한 금은모래강변공원에선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거나 강변길에서 자전거를 타며 휴일을 보내기도 좋다. 공원 내에는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가게들이 있어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곧게 뻗은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강천섬까지 다녀올 수 있다.
한낮엔 좀 덥기도 해서 강변에 있는 사설 레저클럽에서 수상스키와 보트를 타기에도 좋다. 혹은 여주시에서 운영하는 황포돛배를 타보는 것도 번거로움 없이 시원한 바람을 맞기에 제격이다. 누런 황포를 돛에 단 황포돛배는 조선시대 수상 교통의 중심지였던 여주의 과거를 재현한다. 경기·강원·충북의 경계에서 강 따라 삶을 이었던 여주에서 황포돛배는 관광자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척에 신륵사도 보인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7회 운항하며 요금은 성인 6000원이다.
차 막히는 게 싫어 막상 떠나기가 망설여진다면 지하철을 타보자.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경강선을 타고 여주역에 내리면 금은모래유원지까지 여주시가 운영하는 관광순환버스를 탈 수 있다. 여주역 출발 기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여주역에서 금은모래강변공원까지는 택시를 타도 금방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오히려 홀가분하게 지하철을 타고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