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불만에 수수료 30배 인상으로 탈 클레이튼 물결…클레이튼 재단 “반성” 개선 의지
클레이 1개 가격은 2020년 약 500원과 1000원 사이에서 거래되다가 2021년 3월 급상승하며 5000원을 기록했다. 고점 이후 2021년 6월 1000원까지 하락했지만 2021년 8월 2000원에 거래됐다. 2021년 10월부터 2021년 연말까지 2000원에서 1700원까지 하락했다.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2022년 5월 27일 542원에 거래 중이다. 2021년 고점 대비 약 10분의 1토막, 2022년 연초 대비 약 3분의 1토막 난 상태다.
클레이 폭락의 이유는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애플리케이션들이 안드로이드에서 iOS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NFT(대체불가토큰) 프로젝트들의 클레이튼 탈출이 결정적이었다. 클레이튼의 NFT 가운데 가치 순위 1위로 평가 받던 메타콩즈도 떠났다. 4월 30일 메타콩즈는 홀더를 대상으로 메인넷 체인 변경 투표를 진행했고, 96.7%의 찬성으로 클레이튼 대신 이더리움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두희 씨가 이끄는 메타콩즈가 클레이튼을 떠나기로 한 건 글로벌 확장성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표지만 해외에서 클레이튼 인지도가 너무 낮아 외국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두희 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NFT 프로젝트 실타래도 이더리움으로 넘어갔다. 이 씨는 "실타래가 이더리움으로 넘어가면서 해외 미팅도 많아졌고, 카이카스(클레이튼 지갑)를 쓸 때는 안 먹히던 계약도 이더리움에서는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위메이드가 내놓은 프로젝트 위믹스도 탈 클레이튼에 나선다. 위메이드는 6월 15일 자체 메인넷 위믹스 3.0을 구축할 예정이다. P2E 게임 회사 관계자 A 씨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다수가 타깃을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클레이튼이 내수용인 만큼 글로벌 타깃을 사로잡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탈 클레이튼 물결은 글로벌 진출 문제도 있지만 수수료 문제도 있다. 클레이튼은 수수료가 이더리움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것이 장점으로 꼽혔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클레이튼에 프로젝트가 몰리면서 트래픽이 증가했다. 그런데 클레이튼이 트래픽 문제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네트워크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클레이튼은 2020년 3월에는 13시간, 2021년에는 11월 40시간가량 시스템 다운을 겪었다.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 클레이튼은 4월 초 수수료를 30배 높이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런 수수료 30배 인상에 최소한의 클레이만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클레이를 옮기지도 못하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한 클레이튼 투자자는 “클레이튼으로 최소한의 클레이만 남기고 De-Fi(탈중앙화 금융)에 예치해 놓았는데 수수료가 30배 오르면서 수수료가 없어 스왑도, 전송도 불가능해져 친구에게 클레이를 받아 옮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초 클레이튼은 수수료를 30배 올리면서 얻는 수수료 수익을 클레이 소각하는 데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수료가 30배 오르면서 저렴한 수수료 장점도 없어졌다는 불평이 나온 데다 탈 클레이튼 바람이 심해지자 클레이튼은 5월 22일 수수료를 3분의 1로 다시 내렸다. 애초에 클레이튼이 수수료를 3배나 10배만 올렸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것 아니냐는 불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클레이튼의 De-Fi 서비스 클레이스왑은 국내 De-Fi 서비스 TVL(총 예치자금)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오지스가 5월 3일 출시한 메시스왑은 5월 7일 TVL이 5억 7000만 달러에 달하면서 클레이스왑을 따라잡았다. 이후 메시스왑의 보상 코인인 메시(Mesh)가 하락하면서 다시 클레이스왑이 1위로 올라갔지만, 부동의 1위로 생각했던 클레이튼 투자자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클레이스왑 TVL은 4월까지 9억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3억 4000만 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클레이튼은 기술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 블록체인 개발업체 관계자는 “클레이튼은 기술적으로 우월하지도 않다. 카카오 브랜드를 빼면 사실 클레이튼을 쓸 이유가 없다. 앞으로 탈 클레이 바람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클레이튼을 떠나는 프로젝트들이 많은 것과 별개로 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꼽힌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협의체로 존재하는 협력사들은 노드를 유지하고 그 대가로 클레이를 받는다. 말하자면 서버를 운영하고 서버비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협력사들 가운데 클레이튼 기반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곳도 많지 않고, 아예 블록체인과 관련 없는 회사들이 상당수다. 예를 들어 협력사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이나 언론사 등이 있는데 이들은 클레이튼 기반 토큰을 발행하거나 개발하고 있지 않다. 당연히 이들은 대가로 받은 클레이를 시장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클레이튼은 발행시 총 100억 클레이로 시작해 매년 약 3% 정도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발행량이 증가한다. 대략 매년 3억 개, 하루로 보면 약 82만 개가 발행된다. 이 중 GC(거버넌스 협의체)에게 돌아가는 몫은 34%로 매일 약 28만 2000개 수준이다. GC가 이 물량을 그대로 매도한다면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반박도 있다. 한 클레이 투자자는 “GC들이 14.5억 개의 클레이를 스테이킹(예치)하고 있다는걸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클레이 이자율은 약 4.1%다. 일반 유저들은 대개 10% 가까이 이율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많다고는 하기 힘들다”라며 “또한 GC 몫에서 일반 유저들의 스테이킹 보상도 분배돼 나가고 매일 발생하는 노드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4.1%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클레이튼도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최근 클레이튼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여러 프로젝트에 구애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 NFT 프로젝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콧대가 높았는데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투자 약속을 하고 있다. 해외 진출 가능 여부를 최우선으로 따졌고 해외 진출이 어려우면 지원도 안했다가 탈 클레이 바람이 가속화되자 해외 진출 여부와 무관하게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클레이튼은 국내 프로젝트 지원과 별개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데이비드 신 클레이튼 재단 글로벌 채택 책임자는 2022년 1월 27일 클레이튼 공식 채널을 통해 “클레이튼이 BSN 인터내셔널(BSN International)에 합류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BSN은 중국 정부가 주도·개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블록체인서비스네트워크로 클레이튼은 BSN을 통해 중국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클레이튼은 올해부터 카카오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가 운영하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은 5월 3일 공식 텔레그램을 통해 “클레이튼 재단의 방향성과 생태계 확장 상황에 관해 한국 커뮤니티와의 호흡이 부족했고,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저희 또한 많은 반성을 했다”면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