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들 사업다각화 통한 토털 서비스 추진…컨테이너선 공급 과잉 우려도
물류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물류대란이 장기화되면서 HMM의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HMM 매각설이 제기된 지난해 초만 해도 예상 매각 가격은 4조~5조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HMM의 이익 창출능력이 향상되면서 이제는 KDB산업은행(산은)이 배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비싼 값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HMM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너무 비싸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는 “보유현금과 산은 등이 보유한 HMM 전환사채, 현재 실적을 감안하면 최소 10조 원 안팎의 매각가를 바라지 않겠느냐”면서도 “인수자 입장에서는 너무 부담스러운 규모이고, 솔직히 말하면 회사 자체도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쟁사들은 사업 다각화 추진
HMM 매각 관련한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서 HMM 내부에서는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 한 직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HMM처럼 컨테이너선만 돌리는 단순한 사업구조의 회사를 수조 원 들여 인수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본다”며 “산은과 2대주주 해양진흥공사는 지분 일부를 장내 처분하고, 영구채는 단계적으로 주식 전환하는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이어 “지금은 해운 경기가 워낙 좋아 HMM의 실적이 돋보이지만 이러다가 어느 순간 고꾸라지면 HMM 또한 한순간에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며 “현금이 충분한 지금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규 사업과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MM 다른 직원도 “지금은 워낙 배를 구하기 힘들어 고객들이 서비스 품질을 별로 따지지 않지만 업황이 주저앉으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운사를 잡으려 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는 HMM의 경쟁력이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HMM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실제 다른 글로벌 해운사는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 업체 머스크는 지난해 말 물류회사 인수 및 화물 항공기 인수 계획 등을 발표했다. 포트 투 포트(Port to Port)가 아닌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2020년 창고 및 배송 업체 퍼포먼스팀, 2021년 미국 전자상거래 물류기업 비저블SCM, 포르투갈 풀필먼트 업체 허브(HUUB), 홍콩 물류 업체 LF로지스틱스 등을 인수했거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대형화물 운송 업체 파일럿플레이트서비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육해공 통합 물류 업체를 지향하는 프랑스 운송 업체 CMA CGM은 최근 프랑스·네덜란드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의 지분 9%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분 인수 및 업무협약으로 CMA CGM은 에어프랑스의 화물기 6대를 확보했고, 이후 양측이 함께 발주할 12대의 화물기를 공동 운항하게 됐다. CMA CGM은 최근 몇 년간 프랑스 배송회사 콜리스프리베그룹, 미국 잉그램마이크로의 물류사업 부문, 프랑스 자동차 물류 업체 게프코를 인수했다. 스위스 해운 업체 MSC도 최근 프랑스 물류 업체 볼로레그룹의 아프리카 사업부를 67억 달러(약 8조 3260억 원)에 사들였다.
#컨테이너선 비중 너무 높은 HMM
반면 HMM은 해상운송업만 하고 있고, 이마저도 컨테이너선 비중이 94%로 너무 높다는 평가다. 배재훈 전 HMM 사장은 벌크선 비중 확대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벌크선 비중은 4%대에 그치고 있다.
물류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 가능성을 우려한다. 올해까지는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보다 높지만 2023~2024년에는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웃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총 발주 잔고의 77.4%에 달하는 선박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라며 “각각 229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220만 TEU로 현재 선복량 대비 9.3%, 8.9% 수준”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대란 이후 최근 수많은 벌크선사와 물류회사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발주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HMM 역시 2024년 1만 3000TEU급 신조선 12척, 2025년 1만 3000TEU급 선박 7척을 확보해 2025년까지 총선복량을 100만 TEU로 늘릴 계획이다.
산은이나 정부도 HMM의 사업 다각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HMM에 3조 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만큼 내부자금이 헛되이 쓰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HMM이 물류그룹화 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육해공 운송에 뛰어들면 그만큼 기업 규모가 커지지만 동시에 HMM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공식적으로 “지난해 9월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언급한 대로 현재 매각과 관련해 별도로 진행 중인 사항이 없으며 향후 원활한 인수합병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단계적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주요 공약으로 ‘신해양강국 재도약’을 제시한 바 있고, 이 문구를 HMM 민영화로 해석하는 이가 많았다”며 “해운업을 비롯한 물류업이 급변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HMM에 대한 전략이 수정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