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국민의힘 ‘알박기 인사’ vs 청와대 ‘사실무근’…대우조선지회 “공정한 절차 거쳐, 정치적 이용 말아야”
일요신문은 지난 3월 30일 박두선 사장 선임과 관련해 알박기 의혹이 제기된다고 최초로 보도했다. 박두선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 문재익 씨와 한국해양대 해사학부 78학번, 항해 34기 동기다(관련기사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 선임 놓고 잡음 나오는 까닭).
일요신문에 이어 '알박기'와 관련된 보도가 쏟아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3월 31일 원일희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수석대변인은 “정권 이양기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이런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 동생의 동창으로 지목된 인사를 임명한 것은 단순히 상식과 관행을 벗어난 수준을 넘어서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의 지침을 무시한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비판에 그치지 않고, 감사원에 해당 인사 논란이 감사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일희 수석대변인이 대우조선을 ‘공기업’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우조선이 KDB산업은행(산은)의 법정관리를 받고 있지만 법정 공기업으로 지정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원 수석대변인은 “국민 세금 4조 1000억 원이 투입된 대우조선은 산은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공기업”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에 이어 국민의힘도 비판 공세에 합류했다. 특히 최근 논란의 핵심 원인으로 산은을 지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가자 20년’이라는 건배사로 더불어민주당 편향 인물임을 스스로 드러낸 이동걸 산은 회장의 영향력 행사 여부가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하필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동기를, 하필 친정권 인사가 회장으로 있는 산은이 영향력을 행사해, 하필 사장에 앉혔다니 그 일련의 과정은 도무지 우연으로 보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거제시를 지역구로 하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산은의 갑질로 대우조선은 스스로 작은 결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지켜오지 못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특혜 매각의 주역이자 갑질의 주역인 이동걸 회장은 불공정 특혜 매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께 사과하고 지금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산은을 비판했다. 다만 서 의원은 “신임 사장단과 임직원·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서 지역 사회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조선업을 대한민국의 영원한 핵심 산업으로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박두선 사장을 지지하는 뉘앙스도 내비쳤다.
논란이 확산되고 '미래 권력'인 인수위가 직접 등판하자 청와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3월 31일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은 역시 “박두선 사장 선출을 위한 대우조선 이사회 일정과 후보자 추천 과정에 산은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인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 28일 회동을 갖고 협조를 약속한 바 있다. 대우조선 인사 논란 이후 양 측의 사이가 멀어지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4월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근 논란과 관련해 “아는 바도 없었고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회동한 후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노력 중인데 (인수위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박두선 사장 본인도 논란 이 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4월 1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주관하는 ‘제3차 조선해양산업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포럼 시작 약 한 시간 전에 불참을 통보했다. 다른 일정과 시간이 겹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인사 논란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연일 날선 공방이 오가고 있지만 정작 대우조선 내부에서는 알박기 인사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입장문을 통해 “사장 인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인선 과정에서 외압이 있다거나 적법성에 위배됐다면 그 근거를 내놓고 따져야 할 문제지 이렇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