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 강조, 가상자산 활용 긍정론…‘규제 피해 돈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 부정론도
지난해 12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트윗이다. 최근 웹3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2022년 6월 미국 매체 바이스는 ‘웹3로의 전환은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할 것’이라는 기사를 올려 전 세계적 화제가 됐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표 A 씨는 “최근 국내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기술주 투자가 늘고 있다. 기술주 투자를 한다면, 그 첨단에 있는 웹3 논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A 씨 말처럼 국내 개인들의 미국 기술주 투자가 늘고 있다. 개미들은 매달 엄청난 금액을 투입해 나스닥 3배 레버리지 투자 ETF(상장지수펀드)인 TQQQ 투자에 나서고 있다. 6월 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소위 ‘서학개미’의 테슬라 순매수 규모가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는 “한국의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제외하면 테슬라 지분율이 다섯 째로 높은 투자자 그룹”이라고 평할 정도다.
꼭 알아야 한다고 하는, 논쟁이 치열한 웹3는 뭘까. 웹3에 대해 개념 정의가 정확하진 않지만 정리해보면 이렇다. 먼저 웹3라는 단어는 블록체인인 이더리움 공동 개발자 개빈 우드가 이상적인 웹 시스템을 얘기하면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웹3 이전을 웹1과 웹2로 구분한다.
웹1은 쉽게 얘기해서 PC통신과 인터넷 초기 시대를 지칭한다. 강력한 플랫폼이 없었지만 블로그 서비스나 소셜 미디어 등도 없어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했다.
웹2는 현재 시대를 지칭한다. 각종 서비스에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 있다. 다만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국내로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중앙집권적으로 서비스를 관리한다. 매우 편리하지만 정보가 관리되는 상황을 알 수 없고 이들이 올린 수익은 주주들에게 간다.
이런 상황을 웹3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삼는다. 현재 웹3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웹2 같은 서비스에서 서비스 이용자가 일부를 소유하거나 서비스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웹3 주장론자가 눈 여겨 보는 건 가상자산 시스템이다. 그래서 최근 가상자산 프로젝트, P2E(Play to Earn), De-Fi(탈중앙화 금융) 등을 웹3의 초기 모델로 꼽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평가 서비스 왓챠는 영화 평을 적은 사람들에게 CPT라는 코인을 나눠준 바 있다. 영화 평가 서비스가 성장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는 영화평을 적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보상을 주는 것이다. 왓챠가 상장했다고 하더라도 주식을 나눠준다는 건 여러가지 규제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웹3 주창론자들에게 코인 시스템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웹3 주장론자가 들 수 있는 극단적으로 이상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만약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상장해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받는 게 아니라 우버 코인을 발행했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우버는 이 코인을 우버에 공헌하는 우버 기사에게 대가로 줄 수 있고 우버 기사는 이 코인 일부를 현금화할 수도 있지만 일부를 남겨둘 수도 있다. 우버 생태계가 커가는 과정에서 우버 코인 가격이 오르며 초기 우버에 공헌했던 기사들도 같이 부자가 될 수 있다.
투자 관련 유튜브 ‘김단테’ 채널을 운영 중인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웹3 옹호론자 얘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웹3 옹호론자들이 드는 웹3 우월성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오픈소스다. 웹3의 제품들은 100% 오픈소스인 경우가 많고, 오픈소스는 전세계의 수많은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제품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웹3 프로젝트는 소유를 인터넷에서 완전하게 구현해 기존 서비스보다 우월하다. 소유를 구현해 실제 기여하는 사람들이 기여한 만큼 그 서비스의 지분을 자동으로 갖고 갈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에어비엔비 사용자들은 에어비엔비의 직원들만큼이나 서비스가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그들은 이 회사들의 지분을 받을 수 없었다. 웹3 프로젝트는 이런 다소 불공평해 보일 수도 있는 분배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웹3의 이상적인 면모가 있다며 웹3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IT 거물들이 많은 반면 반대도 만만치 않다. 앞서 바이스에서 지적한 웹3의 문제가 바로 그런 점이다. 바이스는 웹3가 화제가 되니까 전혀 필요 없는 서비스에도 온통 웹3라는 요소를 끼워 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도 웹3 요소가 있다고 하면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이스는 ‘주문형 인쇄 플랫폼을 운영하던 회사가 갑자기 메타버스에서 크리에이터가 팬들에게 판매할 3D NFT(대체불가토큰) 구축 사업으로 탈바꿈을 했다’, ‘저녁 식사 예약 시스템을 블록체인에 넣은 뒤 탈중앙화된 예약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등의 사례를 들었다. 사실상 사기에 가까워진 웹3가 많아진다는 지적이었다.
이건 국내도 다르지 않고 오히려 웹3 유명 인사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상자산 관련 투자를 진행했던 VC(벤처캐피털) 심사역은 “웹3 요소가 들어가면 가치를 더 높게 받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진짜 웹3라는 걸 증명하려면 웹3 업계 유명인사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그들 몸값이 굉장히 비싸졌다. 최근 투자업계도 긴축 분위기인데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그런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말도 안되는 서비스에 웹3 요소를 넣는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기존 서비스와 가상자산이 결합하면서 나온다. 가상자산은 현재 거의 무법지대다. 가상자산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힐러리 앨런 아메리칸 대학 교수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웹3 지지자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커뮤니티 등은 부정적인 이면을 가리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앨런 교수의 말처럼 나쁘게 보자면 웹3는 VC가 돈 벌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규제 기관의 까다로운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고, 내부 정보를 투자에 활용해도 주식 내부자 거래 등으로 잡혀갈 위험도 없다. ‘업계 인싸’들이 많은 VC의 입김으로 거래소에 상장만 된다면 코인을 팔아 치워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가 경악한 루나 사태에서도 이런 비난이 적용될 만한 부분이 있다. 루나를 운영한 테라폼랩스의 초기 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크립토 헤지펀드 ‘판테라 캐피털’(판테라)이 루나 붕괴 전 투자금 80%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판테라는 170만 달러를 투자해 1억 7000만 달러를 회수하면서 100배 수익률을 기록했다. 즉 앨런 교수의 지적처럼 테라폼랩스와 판테라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인 데다, 설사 이들이 내부에서 어떤 정보를 미리 줬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처벌할 만한 근거가 확실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앞서 일론 머스크처럼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도 웹3가 VC 배만 불려줄 것이라며 매우 부정적이다. 잭 도시는 VC가 웹3라는 거대한 파이프로 돈을 빨아 먹고, 웹3 커뮤니티 일원이 파이프에서 새는 물을 핥아 먹는 사진에 100점이라고 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꼽히는 두 명이 웹3에 부정적인 셈이다. 앞서 스타트업 대표 A 씨도 “억지 웹3 요소를 넣은 회사에 투자하는 건 현재도 앞으로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웹3가 일종의 마케팅일 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도 많지만 웹3 지지자들은 ‘웹3는 이제 태동기일 뿐’이라며 반박하기도 한다. 웹3가 미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투자자 B 씨는 “과거 닷컴 버블이나 국내 코스닥 버블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게 가짜는 아니었다”면서 “현재는 웹3로 서서히 옮겨가는 초입이어서 시행착오가 있을 뿐 미래에는 웹3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반양론이 강하게 대립할 때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임해야 할까. 김동주 대표는 사용자 수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AR/VR(증강/가상현실), IoT(사물인터넷) 등 늘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들은 계속 등장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출시되던 시기에 과연 그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 판단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면서 “이러한 기술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인지 추적하고 의미 있는 사용자 수를 넘어섰을 때 본격적으로 투자에 임해도 크게 늦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