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라인업 구성’ 원포인트 인사 먼저 할 듯…검찰 전체 인사 마친 후 총장 인선 가능성도
하지만 검찰엔 시간이 많지 않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안 공포로 인해 이제 남은 수사 가능 시간은 3개월여에 불과하다. 때문에 법무부 안팎에서는 직제개편을 한 뒤 차장·부장검사 간부급 전체 인사를 내는 방법 대신, 그 전에 주요 수사 부서에 대해 원포인트 개념의 소폭 인사를 먼저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잠잠한 검찰총장 인사설
검찰총장을 인선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대략 50여 일. 후보 추천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법무부가 구성한 뒤, 위원회 소집과 3~4명의 후보 천거, 대통령의 낙점,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40일 이상 걸린다.
하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아직까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소집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면 검찰총장 인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여전히 잠잠하다. 5월 중순 법무부 검찰국장, 기획조정실장, 대검차장, 서울고검장 등 핵심 보직에 대해서만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중용되는 인사를 낸 게 전부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전체 인사 전에 검찰 조직 직제 개편이 필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과거 특수부에 해당하는 반부패강력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인 만큼, 법무부에서 직제 개편안을 확정짓는 게 우선이다. 현재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 기능을 복구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고, 이런 조직 개편의 취지와 구체적 내용을 담은 공문을 대검찰청과 일선 청에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조직 개편안을 확정한 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반영해 검사장을 시작으로 차장·부장검사 간부급 검사 인사를 내는 게 관례다. 공석인 검찰총장 자리를 채우고 난 뒤, 법무부가 나머지 인사까지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총장 없는데 또 이뤄지는 원포인트 인사?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공석인 검찰총장을 채우지 않고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5월 말부터 검찰 인사를 위해 중간간부 승진 대상자들에게 인사검증 동의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공직자재산공개 등은 이미 이뤄진 내용인 탓에, 빠르면 2~3주 안에도 인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총장 패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포인트 인사를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검찰 인사 소식에 밝은 한 법조인은 “법무부 안팎에서는 앞서 단행한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들 인사로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빠른 인사 조치를 통해 주요 수사부서는 지검장-차장-부장검사까지 이어지는 ‘믿을 수 있는 수사라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귀띔했다.
법무부가 서울중앙지검 내 반부패강력부, 공정거래부처럼 직접 수사 성격이 있는 수사부서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설치된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소규모의 원포인트 성격의 인사를 먼저 낸 뒤, 직제개편 및 총장 인선, 그리고 검찰 전체 인사를 내는 방안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앞선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이나 수원지검, 대전지검 등에 있던 주요 사건들을 수사하는 부장검사들도 교체를 해야 완전히 새롭게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며 “대장동 사건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재수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기 때문에 반부패강력부 등 특수 수사를 할 수 있는 요직은 무조건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그는 “지난 번 취임 직후 원포인트 인사는 ‘법무부, 검찰 인사와 행정 전반 장악’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원포인트 인사는 ‘수사하기 위한 라인업 구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판도 제기된다. 일단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계속되는 인사는 ‘총장 패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원포인트 인사가 두 차례나 계속될 경우, 일선 청에 있는 대다수의 차장·부장급 검사들은 인사가 계속 미뤄져 대기하는 모양새가 된다. 통상 검찰은 인사를 앞두고는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인사가 지연될수록 사건은 쌓이게 된다. 또, 오는 9월부터는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인사가 늦어질수록 검찰 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수 있다.
지방의 한 간부급 검사는 “몇몇 주요 보직에만 원포인트 인사를 하게 되면, 그 자리가 ‘요직’이라는 점과 그 자리에 임명된 사람이 ‘이번 정권에서 중용될 사람’이라는 시그널을 대놓고 주는 게 된다”며 “검찰 구성원 전체가 검수완박 개정안 때문에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원포인트 인사가 남발되면 검찰 내부 분위기를 위해서도 좋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안부 부장검사들이 사의를 표하는 등 공안·형사부에서 주로 일한 검사들은 ‘특수통만 잘나간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상태다.
#6말7초 전 전체 인사 단행 후 총장 선출 진행될 가능성
이런 우려까지 고려, 빠르면 한두 주 이내에 원포인트 인사를 내고 늦어도 6말7초(6월 말~7월 초)에는 검찰 전체 인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2부장이나 박찬호 광주지검장 등이 사의를 표하면서 주요 보직에 대한 공백이 커진 점도 인사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검찰총장 인선은 전체 인사를 단행한 뒤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새로운 총장은 7월 말이나 8월 초에나 취임하게 된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총장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간부급 검사, 평검사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진짜 총장 패싱 인사가 된다”며 “차라리 총장 인선을 평검사 인사까지 끝난 뒤에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새로 임명될 총장 입장에서는 자기 사람을 챙겨줄 수 없어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지만 총장 패싱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차라리 총장 인선 자체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를 마무리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도 친윤,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임명되고, 문재인 정부와 가깝다는 평을 받은 검사들은 좌천성 인사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법무부는 행정안전부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 확대를 논의 중이다. 앞선 원포인트 인사 때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을 이미 다 채웠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을 한꺼번에 발령 내면서 4명의 정원이 다 찬 상태다. 당시에는 이종근 서부지검장을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내며 파견 형식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추가로 보낼 검사들이 있다는 판단 하에, 정원을 늘리는 안을 협의 중이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