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일찍 마치는 문화 정착한 데다 ‘코시국’ 동안 불법 윤락업 서서히 업계 잠식
그렇지만 유흥업계의 반응은 정반대다. 집합금지 명령, 영업시간 제한 등을 동반한 무시무시한 사회적 거리두기만 끝나면 ‘고통 끝 행복 시작’일 거라고 기대했지만, 예상외의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 해제되면서 대한민국의 밤은 다시 화려함을 되찾았다. 특히 유흥업계는 비로소 자정을 넘겨서도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영업 제한 시간이 밤 12시로 완화돼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지만 새벽 장사가 중요한 유흥업소 입장에선 너무나 오랜 기간 기다렸던 영업시간 제한 폐지다. 당연히 손님은 늘면서 유흥업계가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유흥업소 업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특히 삼성카드의 카드 이용액 분석 결과를 두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기간 내내 집합금지 명령으로 하루도 영업을 못한 달이 수두룩하다. 그나마 작년 4월은 초반 며칠은 밤 10시까지 제한적 영업을 하다 다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와 매출이 아주 조금 있던 달이다. 당장 작년 5월만 해도 카드 이용액이 0일 텐데 그땐 몇 %가 증가했다고 발표할지 궁금하다.”(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
“작년 4월이면 집합금지 명령 해제로 밤 10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적용됐을 시점이다. 그나마 4월 12일 다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와 영업을 중단했다. 4월은 한 달 가운데 단 11일, 그것도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했는데 그때 카드 이용액보다 100% 늘었다는 얘기는 고작 밤 10시까지 20일 정도 영업하는 만큼 벌었다는 얘기일 뿐이다.”(강북의 한 단란주점 업주)
최근 분위기는 유흥업계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한다. 밤 10시에서 12시, 다시 영업시간 제한 폐지로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폭증할 것이라고 믿었던 손님의 발길이 좀처럼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5월은 평년 연말연시만큼 호황이 예상됐던 시기다. 선거철이면 자연스레 유흥업소 매출이 늘어나는데 대선이나 총선보다 지방선거 때 가장 매출이 많이 늘어난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 6·1 지방선거 땐 예상만큼 매출이 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선거가 깨끗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유흥업계에선 유흥업계의 대대적인 변화, 조금 과장하면 유흥업계의 몰락이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밀페된 공간인 룸살롱 등 유흥업소 방문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1·2차로 이어지는 술자리가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으로 이어지는 회식 분위기도 많이 사라져 특히 단란주점 업계가 가장 힘겨워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코시국 내내 술집과 음식점 등이 밤 9~10시 영업시간 제한이 이뤄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일찍 마시고 일찍 귀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새벽까지 유흥업소에서 술자리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그나마 사업적 접대가 이뤄지는 비교적 고급으로 분류되는 룸살롱은 단골 고객을 관리하며 버티는 분위기라고 들었다. 오히려 텐프로나 쩜오 등 최고급 유흥업소는 더 위기다. 그쪽은 주식이나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호황일 때 돈을 펑펑 쓰는 손님들이 와야 돈을 버는데 요즘 힘들지 않나.”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급성장한 보도방의 위세도 유흥업소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다. 중저가 룸살롱과 불법 단란주점은 대부분 보도방에서 접대여성을 공급받는데 오랜 기간 을의 위치이던 보도방이 이제는 갑이 돼 접대여성의 TC(서비스 요금)는 물론 보도방 수수료도 크게 올렸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기분을 상하게 하면 보도방에서 해당 업소로 접대 여성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대적인 경찰 단속이 이어지는 동안 단속의 칼날이 비교적 무뎌진 불법 윤락업계가 급성장한 점이다. 2차가 기본인 중저가 룸살롱에 갈 비용으로 윤락업소를 이용하려는 남성들이 늘어난 것. 게다가 과거처럼 직접 윤락업소에 가는 방식이 아닌, 지정한 모텔이나 오피스텔에서 은밀히 만나 성매매가 이뤄진다. 심지어 집으로 찾아가는 성매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행히 경찰과 검찰에서 이런 형태의 신종 성매매 조직을 검거하기도 했지만 아직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유흥업소보다 혼자 즐길 수 있는 불법 성매매 등의 윤락업이 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코로나19처럼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불법 성매매가 룸살롱보다 더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룸살롱 여러 곳을 운영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 결국 가게 문을 대부분 닫아야만 했던 한 전직 룸살롱 업주의 말이다.
“가짜 양주를 팔고 탈세하고, 성매매인 2차를 강권하는 등 불법 영업 행태를 보이는 룸살롱들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나마 상당수의 1종 허가를 가진 룸살롱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사실상 윤락업소인 불법 유흥업소가 폭증하고 기존 윤락업소들은 더 활개를 칠 거다. 밤 문화의 잘못된 변화가 빤히 눈이 보이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