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보다 MLB가 사이즈 커 ‘손’ 163억 ‘류’ 251억…e스포츠 페이커 연봉은 초미 관심사
#톱클래스 손흥민, 토트넘에서 받는 급여는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명실상부 리그 최고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전에도 톱클래스 선수로 평가를 받았지만 득점왕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것이다. 손흥민의 팀 내 대우는 어떨까.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구단 중 하나지만 냉정히 말해 현재 최정상에 있는 구단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단을 운영하는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톱클래스 구단에 비해 주급 체계 규모가 작은 축에 속한다. 잉글랜드 외 대형 구단과 비교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슈퍼스타들의 이탈이 이따금 이어져왔다. 리그 내 가장 높은 주급을 받는 선수들을 나열했을 때 열 손가락에 손꼽히는 선수(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케빈 데 브라위너, 다비드 데 헤아)들의 소속팀은 대부분 맨체스터의 두 구단과 첼시 소속이다.
하지만 토트넘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구단의 성장과 더불어 슈퍼스타 해리 케인의 존재가 토트넘이 담기엔 너무 커버리자 주급 20만 파운드(한화 약 3억 1500만 원)를 넘어서는 규모의 계약을 안긴 것이다. 손흥민에 대한 대우도 달라졌다. 손흥민은 2021년 7월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었다. 이때 맺은 계약에서 손흥민은 20만 파운드의 주급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의 수익이 낱낱이 공개되는 미국 스포츠와 달리 유럽 축구에서 선수들의 급여는 대부분 '추정치'다.
20만 파운드는 손흥민 이전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뒀던 선배 박지성의 전성기 금액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반복된 재계약으로 주급을 끌어올렸는데, 마지막 2011년의 재계약 때는 9만 파운드(한화 약 1억 4100만 원)의 주급을 수령했다. 9만 파운드는 당시로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고액이었다. 2011년 맨유는 리그를 지배하던 슈퍼클럽이었다. 박지성에 대한 대우도 그만큼 후했다.
박지성의 전성기 때 주급과 손흥민의 현재 주급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구단 규모의 차이 탓에 두 선수가 동시대에 활약했다면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활약 시점은 약 10년의 간격이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매년 재정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두 선수의 활약 시대에서 차이가 이 같은 임금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손흥민보다 더 버는 한국인 선수들은
손흥민의 임금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최정상급이지만 세계 스포츠계로 확장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프로 스포츠 마케팅의 본고장 미국은 야구(MLB), 농구(NBA), 미식축구(NFL) 등 각 리그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간다. 프리미어리그가 최근 재정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미국 스포츠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출신 스타는 손흥민보다 높은 임금을 자랑한다. 현재 MLB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류현진이 대표적인 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FA 자격을 얻고 2020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4년 8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000만 달러(약 251억 원)다. 손흥민의 추정치 연봉(약 163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앞서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던 스타들도 손흥민보다 많은 연봉을 수령했다. 텍사스에서 대형 계약을 맺었던 추신수는 2020년, 현재 류현진보다 많은 2100만 달러(약 263억 원)를 수령했다. 20년 전인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던 박찬호는 당시 5년 65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어 1년에 1300만 달러(약 163억 원)를 받았다. 20년 격차가 나는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은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종목 특성의 영향도 있다. 20개 구단이 한 시즌에 38경기를 치르는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MLB는 40개 구단이 162경기를 치른다. 입장권·광고·중계권 수입 등에서 금액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MLB의 경우 별도로 포스트시즌도 치른다. 이는 NBA, NFL 등 미국 스포츠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프리미어리그는 포스트시즌 없이 우승팀을 가린다.
#국내 활약 스타들은
국내 무대에서 종목을 막론하고 최고 연봉을 수령하는 스타는 KBO리그 SSG 랜더스의 투수 김광현이다. MLB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부터 KBO리그로 복귀한 김광현의 2022시즌 연봉은 81억 원이다. 오랜 기간 국내 스포츠 무대에서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리그 2위 추신수의 27억 원과도 큰 차이가 난다.
김광현이 막대한 연봉을 수령한 배경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김광현은 SSG와 4년 총액 151억 원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로 국내에 돌아오는 선수들과 다른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니었기에 별도 계약금 없이 첫해 연봉에 많은 금액이 쏠린 것이다. 다음 시즌부터 KBO리그에 샐러리캡 제도가 도입된다는 점도 올 시즌 연봉이 많아지는 데 영향을 줬다. 김광현은 151억 원 중 81억 원을 올해 수령하고 나머지 금액을 3년간 분할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에서는 매 시즌 말 상위권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된다. 그 외 선수들의 연봉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다.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리그 최고 연봉의 주인공은 대구 FC 소속 외국인 선수 세징야가 차지했다. 세징야는 2021시즌 14억 8500만 원을 수령했다. 국내 선수는 13억 원을 받은 김보경(전북 현대)이었다.
KBL에선 SK 나이츠의 김선형이 '연봉킹'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 거물급 FA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팀을 지난 시즌 우승으로 이끈 김선형은 보수 총액 8억 원(연봉 5억 6000만 원, 인센티브 2억 4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변이 없다면 차기 시즌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농구선수가 된다. KBL 역대 최고액은 2019년 DB 프로미로 FA 이적한 김종규의 12억 7900만 원이었다.
짧은 역사와 달리 e스포츠는 전통적인 스포츠 종목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선수들의 연봉 수준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절대적 1인자는 리그오브레전드(LoL) 선수 '황제' 페이커(이상혁)다. 'LoL의 BTS'로 불리는 이상혁의 연봉은 게임계 초미의 관심사다. 야구, 농구 등과 달리 국가 간 이적이 활발한 e스포츠는 선수들의 연봉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페이커의 연봉으로 40억 원에서 70억 원 등 다양한 추정치가 나온다.
e스포츠는 대다수 선수들이 온라인 방송 플랫폼으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데, 이에 관련된 수익도 선수 개인이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커는 해외에서도 수만 명의 시청자가 방송을 지켜보는 인기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또 올 시즌 초 그는 연봉 200억 원을 뛰어넘는 대형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