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컵 거머쥔 데 이어 농림장관배 대역전극 우승…코리안더비 승자 ‘위너스타’는 밋밋한 걸음으로 7위
트리플 티아라(암말)는 부산의 골든파워가 두 번 연속 우승하며 일찌감치 챔피언을 확정했지만, 트리플 크라운은 앞선 두 번의 주인공이 달랐기 때문에 이번 농림부장관배가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코리안더비 우승마 위너스타와 KRA컵 마일 우승마 캡틴양키 중에서 어떤 말이 우승하며 3세마 챔프에 오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일 배당판에서도 두 마필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우승 후보로 분류된 컴플리트밸류와 승부사는 초구 배당(예매)에서 완전히 외면당할 정도로 두 마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결과는 캡틴양키의 압승으로 끝나며 생애 딱 한 번뿐인 3세마 챔피언에 올랐다.
#KRA컵 마일(GⅡ) 1600m
4월 17일 부산에서 열린 삼관경주의 첫 관문 KRA컵 마일에서는 캡틴양키가 이변을 일으키며 깜짝 우승했다. 당시 단승식 배당 40.1배가 말해주듯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전까지 전적이 3전 2승으로 6군과 5군에서 거둔 두 번의 우승이 전부였다. 5전 전승에 브리더스컵과 스포츠서울배까지 석권한 컴플리트밸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캡틴양키가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레이스 운이 따르기도 했다. 경주 초반 벌마의스타, 승부사, 컴플리트밸류가 치열한 선두 경합을 벌였다. 당시 3위를 기록한 승부사의 초반 200m 기록이 13초 5, 1000m는 무려 59초 8이 나왔다는 것은 힘 안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1600m 경주를 마치 1000m처럼 초반에 힘을 썼기 때문에 캡틴양키에게 기회가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캡틴양키가 보여준 막판 탄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폭발력이었다. 역시 3세마는 하루가 다르게 걸음이 변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레이스 운도 따랐지만, 마필의 전력도 급격하게 향상되었기에 가능한 우승이었다.
단승식 1.9배로 압도적 인기를 모았던 컴플리트밸류는 아쉽게 2위에 그쳤다. 임기원 기수가 경주 후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승부사를 너무 의식해서 서둘렀던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만약에 승부사를 보내주고 편안하게 페이스를 안배했더라면 캡틴양키를 뿌리치고 우승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3위는 승부사가 차지했다. 초중반에 무리한 레이스를 펼친 것 치고는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좀 더 편하게 선행을 나서며 페이스 안배를 했다면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을 것으로 추측돼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경주였다.
#코리안더비(GⅠ) 1800m
5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두 번째 관문 코리안더비에서는 위너스타가 우승했다. 이번에도 인기 1위는 컴플리트밸류(단승식 1.9배)였다. 그러나 경주 도중 진로 방해와 안장 변위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틈을 타서 위너스타가 정상에 올랐다.
초반에는 후미에서 힘을 안배한 후, 건너편 직선주로부터 페로비치 특유의 무빙 작전을 펼치며 막판 역전 우승을 거뒀다. 당일 최상의 컨디션과 페로비치의 기승술, 그리고 컴플리트밸류의 예상치 못한 부진 등이 어우러진 우승으로 평가된다.
2위는 단독선행으로 끝까지 버틴 승부사가 차지했다. 1800m로 거리가 늘었음에도 직전보다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역시 선행마는 얼마나 편하게 선행을 나서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직전 KRA컵 마일에서는 무리한 선두 경합 때문에 3위에 그쳤지만, 편하게 선행을 나선 결과 2위를 지킬 수 있었다. 다만 막판 걸음이 현격히 무뎌졌다는 점에서 2000m로 펼쳐지는 농림부장관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3위는 캡틴양키였다. KRA컵 마일 우승의 기세를 몰아 이번에도 선전이 기대되었으나, 13번 게이트의 불리함과 뒤늦은 스퍼트로 걸음을 남긴 채 3위에 그치고 말았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 2000m
6월 12일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관문 농림부장관배에서는 앞서 밝힌 대로 캡틴양키가 우승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한 캡틴양키는 경주 중반까지 중위권에서 힘을 안배한 후, 3코너부터 서서히 격차를 좁히다가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대역전 우승을 거뒀다. 막판 20m를 남겨 두고는 우승을 확신한 조인권 기수가 일어서서 세리머니를 할 정도로 여유가 많은 우승이었다.
2위는 박재이 기수의 플라잉더챔프가 차지했다. 인기 8위(단승식 25.4배)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강력한 복병으로 분류했다. 이유는 말과 기수가 최근에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전 1800m 첫 도전에서 시종일관 여유 있는 걸음에 막판 탄력 넘치는 추입으로 장거리에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기승 기수 박재이는 최근에 부산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수다. 현재 32승으로 유현명(41승)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라있고, 작년에 거둔 27승을 벌써 뛰어넘으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3위는 컴플리트밸류였다. 단독선행 나선 승부사 뒤를 바짝 쫓아가며 선입작전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막판에 역전을 허용하고 3위로 밀려났다. 개인적으로는 3위도 선전한 결과로 평가한다. 이유는 컨디션이 베스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임기원 기수도 마사회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솔직히 밝힌 바 있다. 만약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했다면, 캡틴양키와 멋진 승부도 가능했다고 본다. 그만큼 컴플리트밸류의 기본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직전 코리안더비 우승처럼 이번에도 멋진 추입을 기대했던 인기 1위 위너스타는 특유의 날카로운 추입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밋밋한 걸음으로 7위에 그치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개인적으로 볼 때 두 마필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원인은 역시 마필의 컨디션이다. 캡틴양키는 훈련 때부터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했고, 경주 당일 주로 출장 시에도 기수가 주체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반면에 위너스타는 코리안더비 때와는 달리 컨디션이 저조해 보였다. 결국 그 차이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만큼 마필에게 컨디션이란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최고의 3세마에 등극한 캡틴양키의 전망은 매우 밝다. 부마 올드패션드는 자마들이 대부분 단거리와 중거리에서 강점을 보이긴 했지만, 캡틴양키는 다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490kg대의 좋은 체구에 장거리에 어울리는 체형을 타고났다. 또한 주행 자세가 매우 낮고 안정적이다. 전반적인 밸런스도 좋고, 목쓰임도 아주 부드럽고 유연해 장거리에서 더욱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모계 쪽 혈통도 매우 좋다. 거리 적성이 길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대로만 잘 성장해 준다면, 내년에는 최고의 국내산마를 뽑는 대통령배 대상경주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