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세에서 만 12세로 ‘급물살’…소년범죄 증가 통계적 확증 없어 “근본적 해결책 아냐” 만만찮은 반론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까지 하향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6월 8일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 주례 간부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과제를 속도감 있게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지 6일 만에 검찰국·범죄예방정책국·인권국·교정본부 등으로 구성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태스크포스)’가 만들어지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형법은 만 14세 미만의 소년으로 형사미성년자로 분류하고,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법 취지에 따라 이들의 행위를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대신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해 보호관찰·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을 내리고 있다. 법무부는 현행 만 14세인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만 13세 또는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자 곳곳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여론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3만 5000여 명이었다. 이 가운데 만 13세 소년은 2만 2202명으로 전체 촉법소년 강력범죄자의 62.7%를 차지했다.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28)는 “뉴스나 유튜브를 보면 촉법소년이라 처벌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서 무면허 운전이나 절도처럼 성인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이 많더라”며 “처벌할 수 있는 나이를 열 살 정도로 낮춰버리면 학교폭력 같은 범죄도 효과적으로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 한 경찰도 “일선에 있다 보면 반복된 범행으로 계속 경찰서를 방문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 절도 혐의로 여러 차례 붙잡혀 온 아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무리에서 심부름꾼 역할 정도에 그쳤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량스러워져 있거나, 또 다른 무리를 만들어 대장 노릇을 하고 있기도 했다. 초기에 적절한 제재가 가해졌다면 더 나쁜 상황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2세 혹은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종배, 허은하 국민의힘 의원은 5월과 4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회재,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만 13세 미만으로 하자는 개정안을 지난 4월과 1월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반대 측 의견은 다르다. 신중론을 취한 이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소년범죄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연령 조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 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만 13세 소년이 전체 촉법소년 강력범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처벌 기준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통계를 해석하고 문제를 진단하면 끝이 없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이 만 13세 미만이 되면 만 12세가 촉법소년 강력범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만 12세 미만으로 내려가면 그 다음엔 만 11세가 가장 많은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이 될 텐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번 연령 조정을 할 것인가. 소년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종 통계를 따져보면, 법무부 말대로 소년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6월 14일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소년보호사건(만 10세 이상 만 19세 미만)은 2011년부터 10년간 증감을 반복했지만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20년 접수된 사건은 3만 8590건으로 2011년 4만 6497건, 2012년 5만 3536건보다 낮았다. 대검찰청의 검찰통계시스템에서 취합한 만 19세 미만의 소년사범 형사사건도 2012년 11만 9122건에서 2021년 5만 4146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숫자만 보면 소년범죄가 증가했다고 할 수는 없는 셈이다.
다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객관적인 통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촉법소년의 경우,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청에서 취합해 집계하는 분석 자료에는 대부분 촉법소년 사건이 제외된다.
경찰 통계 등 그 외 자료에는 촉법소년과 우범소년이 함께 집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행 소년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집단적으로 몰려다니거나’, ‘술을 마시고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10세 이상의 소년’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 촉법소년과 동일한 보호처분을 받게 하는 까닭이다. 결국 통계에서 보호처분 건수가 증가했다고 해도 이것이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이 증가한 것인지, 거리를 방황하는 소년들이 많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통계 부재와 아동 권리 등을 근거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민변 측은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범죄 발생률과 재범률이 계속 높아졌다는 것은 어떤 결과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자료”라며 “증거 기반 아동사법제도 운영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통계자료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 현실에서 연령 하향을 통해 처벌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단순한 결정은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나누어 차별과 편견을 고착화하는 혐오 정책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사안의 규모와 특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는데 처벌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증거 기반 형사정책이 아니라는 게 민변의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에 한동훈 장관은 “강간이나 강도 등 흉악범죄 위주로 대해서만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대부분의 범죄는 지금처럼 소년부 송치로 처리될 것”이라고 여론을 설득하고 있다. 법무부는 TF 구성을 시작으로 촉법소년 연령의 기준을 현실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한편, 소년교도소 수용 및 교정교화 대책과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 대책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