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년이 강원특별자치도 골든타임…5·18 발언 사과 진솔해, 평가는 선거 결과로 나왔다”
―당선 소감이 궁금하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선거 개표날 출구조사에서 내가 많이 앞섰는데도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선거 과정에서 하도 희한한 일을 많이 당해서 당선증 받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난다. 과분하게 나를 당선시켜주신 강원도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강원특별자치도를 완성하는 것밖에 없다.”
―강원지사는 민주당의 최문순 지사가 3선을 한 곳이다.
“맞다. 강원도가 본래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우리 당이 12년 전 이광재 후보부터 최문순 지사까지 도지사 선거를 네 번이나 연패했다. 그러다 보니 패배주의에 빠져 ‘잘 되겠어, 이번에는 꼭 바꿔야 되는데’하는 여론이 많았다. 선거 승리 요인은 첫째 윤석열 정부 취임 직후에 치러졌기 때문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강원도에서 12.46%포인트 차로 이긴 덕이다. 다음으로는 강원도민들이 도정을 민주당에 네 번 기회를 줘봤는데 ‘얼마나 잘했느냐’ 그런 생각을 했다고 생각한다.”
―컷오프, 단식투쟁 등 선거 과정이 험난했다.
“컷오프돼 단식투쟁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며칠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다. 밥 굶는 것보다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실망시켜드릴까 생각해 정신적 충격이 컸다. 그래도 당에서 용단을 내려줘 다시 경선을 치를 수 있었다. 그때 또 긴장이 많이 됐다.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컷오프하나. 이게 공정과 상식이냐’ 이렇게 주장해 경선을 하게 됐는데, 경선해서 만약 황상무 후보에 지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참사가 생기는 것 아니냐. 그래서 마지막까지 불안했는데 다행히 당원과 도민들이 나를 선택해 주셨다. 이제 본선에 나오니까 이광재라는 막강한 후보가 버티고 있었다. 이 후보는 선거불패 신화다. 그런데도 당선이 돼 감사한 마음의 연속이다.”
―황상무 후보 단수공천 당시 ‘윤심’의 반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를 컷오프 시킨 게 ‘윤심’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또한 결국 컷오프가 번복된 걸로 봐서도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다. 공천에 ‘윤심’을 반영하는 것은 우리가 정권교체하면서 부르짖었던 공정과 상식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강원도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가.
“특별자치도다. 특별자치도법 조항에도 ‘낙후된 강원도를 살리기 위해 법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강원도가 그동안 희생과 양보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정말 ‘특별히’ 말 그대로 이번에는 더 지원해 주고 더 키워줄 필요가 있다는 게 그 법의 정신이다.”
―2023년 6월 11일부로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된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나는 개문발차라고 본다. 버스가 일단 출발했는데 문이 열린 상태라 안심할 수가 없다. 잘못하다간 사고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잘 정비하고 차근차근 체계를 갖춰 나가야 된다. 지금부터 법 시행을 앞둔 1년이 골든타임이다.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추진단을 구성해 부지사를 단장으로 하고, 강원도청 내 유능한 인력들을 모아 TF를 만들 것이다. 향후 1년 동안 강원도청 업무에 50% 역량은 특별자치도 준비에 쏟아 부어야 한다.”
―입법 보완도 필요한가.
“맞다. 지금은 특별법 조항이 23개밖에 없다. 그중 실질적인 내용은 5~6개밖에 없다. 경제특구 같은 개념을 넣고, 어떤 규제는 어떤 식으로 해소해 나갈 건지, 강원도에 들어오는 기업들에 어떤 혜택을 줄 건지 등 하나하나 다 짚어야 된다. 1년은 입법 과정에 될 것이다. 크게 걱정은 안 하는 게 민주당에서는 지금 특별자치도법을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용을 채워 넣는 데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더 잘 협조해 줄 걸로 기대한다.”
―강원지사로 첫 쟁점은 ‘도청사 이전 문제’로 보인다.
“나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춘천 내에서 옮기는 것은 나도 공약으로 내걸었으니까 문제가 없다. 문제는 춘천 내 어디로 가느냐다. 지난 민주당 도정은 밀실에서 몇 사람이 모여 얼렁뚱땅 정했다. 그건 문제가 있다. 그래서 춘천시민들에게 다시 물어보고 제대로 절차적 투명성을 갖춰서 정하려고 한다.”
―도청사 이전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
“현재 강원도청 부지가 대한민국의 명당 중 명당이다. 현 위치에 다시 지으면 좋은데, 다시 지으려면 임시청사로 들어갔다가 돌아와야 해 이사를 두 번 해야 한다. 그게 7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예산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 욕먹을 것 같다. 60여 년 만에 새로 짓는 청사는 다른 강원도민들의 접근성, 춘천 도시의 발전성 등을 상식적으로 고려해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선거기간 반도체 클러스터 공약을 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나 충청도도 가능하고, 강원도도 편입시키자라고 하는 게 윤석열 당시 당선인의 약속이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이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해 보면, 국내 어느 지역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강원도도 기업 유치 여건 조성을 해나가면 머지않은 시기에 삼성 등 대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승리했지만, 최근 당내에서 권력 투쟁으로 비치는 잡음이 나오고 있다.
“나는 강원도에만 있다 보니 중앙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당원과 국민의 의사에 따라 선출된 당대표, 더군다나 연속된 큰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 당대표를 다소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 당이 빨리 안정을 찾기 바란다.”
―컷오프 재심 때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과거 발언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성 이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과 성명을 냈고, 그건 진솔한 사과다. 단 한 번도 마음에 없는 사과를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성명을 발표한 거다. 거기에 대한 평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발언 사과가 진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내가 당선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4년 각오를 밝힌다면.
“오직 성과와 실적으로 보답하겠다. 내가 강원도지사로 일하고 나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 강원도 인구가 정말 많이 늘어났다, 살기 좋아졌다’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 인구 200만 명 강원시대가 내 비전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