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검사로 친자관계는 인정되지만 의문점 남아…“2심 다시 하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석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죄 입증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추가 심리를 통해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석 씨는 2018년 3월 말~4월 초 구미의 한 산부인과의원에서 친딸인 김 아무개 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이 사건의 숨진 3세 여아)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자신의 아이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 전 딸 김 씨가 살던 빌라에서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상자에 담아 옮기려다 그만둔 혐의도 받는다.
석 씨는 수사기관 조사 과정부터 항소심까지 총 네 차례 진행된 DNA 검사에서 줄곧 피해아동을 출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2심은 석 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행방을 알 수 없고 피고인이 미성년자 약취범행을 부인함으로써 세부적 범행 경위나 방법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피해자를 약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내용만으로는 석 씨의 유죄를 판단하기 불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범행동기를 비롯해 피해 아동이 바꿔치기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등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석 씨가 유전자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개연성 있는 설명을 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공소사실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며 “그에 대하여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석 씨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내면서 다시 열릴 파기환송심에선 대법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피해 아동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석 씨의 딸 김 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징역 20년을 받고 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