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 등교 시간 맞춰 아내 살해 시도…본가 갔다가 범행 위해 되돌아와
지난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박원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남성 A 씨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이날 휠체어를 탄 채 법원에 출석했으며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나서는 사설 구급차를 빌려 이동했다.
A 씨는 지난 14일 오전 8시 4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빌라 앞에서 아내로 알려진 배우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 씨는 어린 딸을 등교시키던 중에 변을 당했다. 다만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B 씨는 사건 전날인 13일 오후 11시 50분께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A 씨를 신고했다. 첫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B 씨는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남편인 A 씨를 집에서 내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경찰은 물리적 폭력 피해 상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긴급임시조치 1호에 따라 A 씨를 퇴거 조치한 뒤 B 씨에게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꾸도록 권고했다. 긴급임시조치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자의 재범 우려와 사태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내리는 조치다.
그러나 1시간 뒤 B 씨는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A 씨가 베란다를 통해 자택 침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출동한 경찰은 집 주변을 수색했지만 A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B 씨에게 임시숙소나 여성 긴급센터로 갈 것을 안내했지만 B 씨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40여 분 뒤인 14일 오전 1시 46분께 B 씨는 남편으로부터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경찰에 세 번째로 신고했다. A 씨는 이날 오전 2시께 다리를 자해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출동한 경찰은 A 씨의 부모에게도 연락해 그의 신병을 인계했다.
A 씨는 치료를 받은 뒤 오전 6시께 퇴원했고 모친과 함께 인천 소재 본가로 이동했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이태원 자택으로 향했고 초등학생인 딸의 등교 시간에 맞춰 빌라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8시 45분께 B 씨와 마주치자 준비해 온 흉기로 수차례 공격했다.
A 씨는 범행 뒤 자해를 시도했으나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 씨는 목 부위에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현재 치료 중이다. 피해자의 딸은 임시 숙소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 씨는 슈퍼모델 출신의 배우이자 2000년대 히트작 드라마에 출연했었던 이력이 알려지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40대 여배우'로만 보도되면서 같은 나이 또래의 여러 연예인이 사건 당사자로 지목되자 해명 입장을 내놓는 등의 해프닝도 일어났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