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활동 땐 ‘군백기’ 달라 완전체 불가 ‘해체 수순’…해외 팬 반응과 병역법 시행령 개정 남은 변수
그렇지만 암울한 상황이긴 하다. 군 입대라는 거대한 장벽이 BTS 앞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면 내년 상반기부터 BTS 멤버들은 군 입대를 해야 한다. 멤버들의 입대 방식에 따라 군백기(군 공백기)가 달라지겠지만 최악의 경우 BTS 완전체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은 2029년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보인다.
6월 14일 BTS가 전격적으로 ‘팀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BTS 멤버들은 유튜브로 공개된 ‘찐 방탄회식’ 영상에서 2013년 데뷔 이래 9년 동안 쉴 새 없이 정상을 향해 달려오며 쌓였던 고충과 피로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방송의 결론은 크게 두 가지로 ‘BTS 팀 활동 잠정 중단’과 ‘멤버들의 솔로 활동 본격화’다.
요즘에는 아이돌 그룹의 개별 활동이 일반적이다. 아예 데뷔 초부터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멤버들이 솔로 가수와 배우, 예능인,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개별 활동을 하다 음반 발매 시점에 맞춰 팀 활동을 하는 ‘따로 또 같이’가 대세다. 오히려 BTS 같은 월드스타가 지금껏 별다른 개별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이상할 정도다. 따라서 팀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멤버들의 솔로 활동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은 전혀 화제가 될 만한 소식이 아니다. 오히려 개별 활동을 기다렸던 팬들 입장에선 반가운 뉴스다.
문제는 굳이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지 않아도 내년부터는 BTS의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최연장자 진을 필두로 멤버들이 군 입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언은 그 시기를 6개월가량 앞당긴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를 두고 가요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임원은 “가요계에선 병역특례가 안 될 경우 BTS 멤버 7명이 동반 입대해 군백기를 1년 8개월로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었다”며 “이번 선언은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군에 입대하겠다는 발표 같다. 만 30세가 되는 멤버는 군대에 가고 다른 멤버들은 솔로나 유닛으로 활동을 이어간다는 얘기 같은데 그렇다면 사실상 해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해석은 올해 하반기 6개월의 개별 활동을 통해 군 입대 방식을 결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BTS가 그동안 개별 활동을 하지 않은 게 소속사 빅히트뮤직과 모회사 하이브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BTS는 국내보다 해외 팬덤이 더 규모가 크고 중요한 월드스타다. 그런데 국내 팬덤과 달리 해외 팬덤은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7명의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에 열광하고, 7명의 멤버가 힘겨운 시기를 거쳐 어렵게 데뷔해 월드스타가 됐다는 스토리에 감동하고, 지금도 뜨거운 우정을 이어가는 7명의 멤버들에게 환호하는 게 해외 팬덤의 특징이다.
이처럼 자칫 해외 팬들이 외면할 수도 있지만 BTS는 이제 개별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이를 두고 한 가요계 관계자는 “군 입대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테스트 과정이 아닌가 싶다”며 “국내와 해외 팬덤이 솔로나 유닛 등의 개별 활동에도 열광해준다면 멤버들의 순차적 입대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팬들이 개별 활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팀 활동만을 기다린다면 내년 상반기 멤버 7명의 동반 입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병역특례를 향한 또 다른 외침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BTS의 병역특례가 가능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돼 BTS와 같이 국위선양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6개월의 공포기간을 감안하면 6월 이내에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이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하이브는 이미 한 번 승부수를 띄운 바 있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 CCO는 4월 9일(현지시간) MGM그랜드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아티스트들은 과거 반복적으로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고 해왔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면서 “최근 몇 년간 계속 제도가 변하면서 (BTS) 본인들이 향후 계획을 잡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다. 조속히 결론이 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콘서트를 앞두고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 당시 하이브가 기자 100여 명의 팸투어 비용을 지원해 김영란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졌었다. 가요계에선 21대 국회 상반기 막판인 4~5월에는 반드시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해 하이브가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결국 병역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상반기에 통과되지 못했고, 마지노선인 6월이 됐지만 국회가 하반기 원구성을 두고 난항에 빠져 있어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남은 카드는 정부에서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법이 있다. 시행령의 경우 공포와 동시에 시행을 하거나 공포기간을 2주일 정도로 짧게 잡는 경우가 많아 아직 6개월여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한 중소 가요기획사 대표는 “어차피 군 입대 문제로 6개월 뒤부터는 단체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BTS가 굳이 지금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할 이유는 없다. 나라면 오히려 군 입대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팀 활동에 매진하도록 할 것 같다”며 “이번 유튜브 방송이 국방부와 병무청, 더 넓게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병역법 시행령 개정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외침으로 들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BTS의 ‘팀 활동 잠정 중단’ 선언에 대해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하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며 해체설을 부인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14일 ‘방탄회식’ 아티스트의 메시지는 앞으로의 지속적인 성장, 성숙을 위해 팀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함으로써 활동의 폭을 보다 다각적으로 넓혀나가겠다는 것으로 팀 해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팀 해체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팀 활동 잠정 중단’에 대해서는 팀 활동을 잠시 쉬어간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RM과 정국 등 멤버들도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네이버 모바일 실시간 방송 브이라이브 등을 통해 팬들에게 해체설을 강력 부인했다. 멤버들의 얘기 역시 개별 활동 병행이 중요한 메시지일 뿐, 팀 활동 중단은 아니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